[1일 현장체험] K리그 챌린지 수원FC 선수

바람을 가르는 드리블~ ‘수원더비’ 향해 슛!

▲ 경기일보 홍완식기자가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수원FC 선수들과 함께 러닝을 하고 있다.
요즘 축구 미생들의 꿈을 향한 질주를 그린 KBS 예능프로그램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기자가 놓치지 않고 보는 프로그램이다. 

기자도 그들과 같은 꿈을 꾸었기 때문이다. 유년시절 ‘장래희망’ 란에는 어김없이 ‘축구선수’라는 네 글자가 적혀있었다. 비록 크고 작은 부상으로 선수의 길을 포기했지만, 여전히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의 모습을 볼 때면 못 다 이룬 꿈에 아쉬움과 설렘이 교차한다. 

그러던 어느 날 기회가 왔다. 바로 1일 체험. 평소 1일 체험을 하게 된다면 꼭 축구선수를 하노라고 다짐을 해왔기에 1일 체험을 하라는 말이 그리 반가울 수가 없었다. 

단, 하루만이라도 축구선수라는 이름으로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물론 정규리그가 한창 진행 중인 프로구단을 섭외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랐다.

다행히 평소 취재를 통해 친분을 쌓았던 프로축구 K리그 챌린지(2부) 수원FC 구단과 조덕제 감독의 배려로 체험을 할 수 있게 됐다.

수원FC 유니폼을 입고 정규리그에 출전할 수도, 수십 년간 실력을 쌓아온 선수들과 대등한 경쟁을 펼칠 수도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체험을 통해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며 많은 노력을 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 의무실에서 훈련 시작전 부상을 예방하기 위한 발목테이핑을 하고 있다.
■ 준비 없인 승리없다! 경기분석·점검 ‘필수’
부푼 기대감을 갖고 수원FC의 홈구장이자 숙소가 자리한 수원종합운동장을 찾았다. 오후 1시께 구단 프런트의 안내에 따라 회의실에 자리를 잡았다. 선수들이 모여들자 회의실 불은 꺼졌고, 잠시 후 지난 홈경기 영상이 상영됐다. 

‘말로만 듣던 비디오 분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실망감이 몰려왔다. 푸른 잔디 위에서 공을 찰 것이라는 기자의 상상이 어긋나서다. 처음에는 단지 지루한 축구 중계로 느껴졌다. 하지만 나지막한 목소리로 의견을 주고받는 선수들의 말에 귀기울여보니 지루한 영상은 곧 흥미진진한 전략 시뮬레이션으로 뒤바뀌었다.


경기 상영이 끝나자 양종후 코치가 회의실로 들어섰다. 양 코치는 사전에 준비한 영상 자료를 반복 재생하며 경기 중 잘못된 점을 지적해줬고, 실수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피드백을 이어갔다.

 

양 코치는 “선수, 코칭스태프가 함께 비디오 분석을 했던 과거에는 자연스레 지적 사항이 많아지며 많은 시간을 소모했다”며 “요즘에는 선수들의 스트레스를 덜어 주기 위해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따로 비디오 분석을 한 뒤 중요 사항에 대해서만 지도자들이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디오 분석이 전력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는게 양 코치의 설명이다.


비디오 분석이 끝나자 선수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1시간여 앞으로 다가온 훈련을 준비했다. 단연 선수들이 가장 많이 모여든 곳은 의무실과 체력단련실이었다. 기자가 의무실 앞을 기웃거리자 김동영 의무 트레이너가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 수원FC 간판 미드필더 시시 곤잘레스와 훈련 시작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먼저 의무실을 찾은 선수들의 테이핑이 끝나자 김 트레이너는 “무리해서 다치면 큰일나요”라며 발목에 테이프를 감아줬다. 선수들에 비해 근육을 잡아주는 강도를 낮췄다고 했지만 발목에는 압박으로 인한 불편함이 느껴졌다. 기자가 의무실을 빠져나온 이후에도 선수들의 발길은 계속됐다. 선수들의 경우 경기나 훈련에 앞서 부상을 예방하기 위한 테이핑은 필수 코스였다.


선수들의 연이은 행렬을 뒤로 한 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출신인 시시 곤잘레스와 함께 체력단련실로 향했다. 기자를 보며 해맑게 웃어 보인 시시를 따라 15분가량 지속된 워밍업만으로도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훈련 전·후로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신체를 단련하고 있다고 한다. 탄탄한 근육을 만들기 위함도 있지만 훈련 전에는 간단한 준비운동은 물론 신체 밸런스를 조절하며, 훈련을 마치고 나면 풀어진 근육을 다시 잡아주기 위한 이유에서였다.


■ 숨막히는 훈련! 중요한건 역시 ‘기본기’
본 훈련이 진행된 오후 3시 수원종합운동장. 선수들을 따라 그라운드를 밟았다. 가벼운 러닝과 준비운동을 마치자 운동복을 갖춰 입은 조덕제 감독이 “오늘까지 템포 러닝이다”라고 외쳤다. 여기저기서 기자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템포 러닝은 골대와 골대의 약 100m 구간을 정해진 시간안에 주파하는 러닝 훈련으로 쉽게 말해 체력 강화훈련이었다. “기자님 오늘 날을 잘못 잡으셨네요”라는 말과 함께 옆에 있던 선수들이 “나는 3분”, “에이 그래도 5분”이라며 기자의 한계 시간을 예상했다. 

평소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을 멀리했기에 선수들의 말을 듣곤 지레 겁부터 먹었지만 다행히 조 감독의 배려로 선수들보단 짧은 거리에서 훈련에 임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운동장 여기저기서 거친 숨소리가 느껴졌다. 선수들은 힘들다는 불평보다는 ‘파이팅’을 외치며 사기를 북돋웠고, 나 또한 선수들에게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 끝까지 버텨냈다.

▲ 수원FC 선수들과 미니게임을 하고 있다.
왕복 20세트의 템포 러닝이 끝나자 패스와 롱킥을 비롯한 기본기 훈련이 시작됐다. 십여 년 이상을 축구공만 달고 산 선수들이지만 모든 운동이 그렇듯 가장 중요한 기본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어 공·수로 나뉘어 기술훈련이 진행됐다. 조 감독의 눈을 피해 잠시 숨을 골랐다. 아니나 다를까 “홍 기자, 체험을 왔으면 수비훈련도 해봐야지”라는 조 감독의 말에 운동장을 가로질렀다. 조 감독이 높게 차주는 공의 낙하지점을 찾아 연신 헤딩으로 공을 걷어냈다. 강한 스핀이 걸린 공 때문인지 이마는 마치 무엇으로 얻어맞은것 처럼 얼얼했다. 

기자가 공의 낙하지점을 정확히 찾지 못 할 때마다 조 감독은 “경기 중 언제, 어떻게 공이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수비수가 제공권 싸움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실점으로 이어진다”고 불호령을 내리며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온몸이 ‘천근만근’… 긍정적인 ‘마인드’ 선수들 보며 뿌듯 
조덕제 감독의 총평을 끝으로 훈련은 마무리됐다. 오랜만에 정신없이 뛰어서일까. 온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함께 운동한 것을 핑계 삼아 평소 통제됐던 선수단 숙소에 발을 디뎠다. 선수들과 함께 샤워를 마치고 나왔지만 기분이 썩 상쾌하지 않았다.

시민 프로구단의 열악함은 취재를 통해 익히 알고 있었지만 33명의 선수들이 6평 남짓한 12개의 방에 나뉘어 생활하는 모습을 보니 씁쓸한 마음이 앞섰다. 

기자의 마음을 더 안타깝게 했던 것은 선수들의 자세였다. ‘비좁은 곳에서 생활하기 불편하지 않냐’는 질문에 선수들은 “남들이 볼 땐 열악하지만 우리에겐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운동장 안에 있다 보니 언제든 마음껏 운동할 수 있어 좋다” 등 긍정적인 답변만 돌아왔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긍정적인 마인드로 리그 우승을 위해 땀 흘리고 있는 수원FC. 단 하루의 짧은 체험이었지만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묵묵히 자신과의 싸움을 펼치고 있는 그들을 보면서 나를 되돌아보게 됐다. 지금은 비록 팬들의 관심이 적은 K리그 챌린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수원FC가 리그 우승은 물론 클래식(1부) 승격을 통해 수원 삼성과 국내 최초의 지역더비를 성사시켜 한국축구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하길 기대해본다. 


홍완식기자

사진=오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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