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현장체험] 불법 광고물 단속반원

붙이면 끝까지 뗀다… 도시미관 해치는 불법 현수막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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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불법 현수막 수거반원 일일체험에 나선 기자가 현수막을 제거하고 있다.
현대인들은 광고물의 홍수 속에서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V와 신문, 라디오 등의 대중매체에서는 물론이거니와 단순히 길거리만 걸어다녀도 현수막과 간판 등 무수히 많은 광고물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도심 곳곳을 수놓고 있는 현수막 등의 광고물 대부분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지자체에서 허용하고 있는 지정된 게시대 이외는 현수막 등 광고물 부착이 금지돼 있으니 도심 곳곳을 수놓고 있는 광고 대부분이 사실상 불법인 셈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불법 광고물 공해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해 매일 도심 곳곳을 누비는 이들이 있다.

 

불법 광고물 단속반원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흰 눈발이 흩날린 26일 매일 같이 불법 광고물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불법 광고물 단속반원들의 하루를 체험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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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불법 현수막 수거반원 일일체험에 나선 기자가 현수막을 제거하고 있다.
26일 오전 9시 불법 광고물 단속반원 일일 체험을 위해 의정부 시청에 도착했다. 오늘따라 날씨가 부쩍 쌀쌀하다 했더니 설상가상으로 눈발까지 흩날리기 시작한다. 꽤나 만만치 않은 일일 체험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을 스쳤다.

이날 일일 체험을 소개해 준 건축과 공무원은 “오늘 날씨가 꽤 쌀쌀하네요. 최근에 인원이 충원돼 크게 힘들진 않겠지만, 안전사고 위험이 크니까 조심하세요”라며 은근히 겁을 줬다.

 

‘현수막 떼는 일이 힘들어 봤자 얼마나 힘들겠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안전사고 위험이 크다고 하니 괜스레 약간의 긴장감도 느껴졌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불법 현수막 수거 차량에 올랐다.

 

큰 화살표 경고 등이 설치된 4인용 트럭 안에는 불법 광고물 수거 주무관과 사회복무요원 2명이 타고 있었고 빨간 목장갑과 두꺼운 커터 칼 등의 작업용 도구가 놓여 있었다. 이날 작업을 함께할 수거 반원들과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나서 “불법 광고물 수거는 얼마마다 한 번씩 나가나요”라는 질문을 먼저 던져봤다.

그러자 “토요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날마다 나갑니다. 매일 나가도 하루 평균 100~150개씩은 수거하구요. 많을 때는 300개를 넘어설 때도 있지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불법 광고물이 많겠지 라는 생각은 했지만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에 ‘광고물의 홍수라는 말이 빈말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불법 현수막 제거 작업은 단순했다. 운전을 맡은 주무관이 불법 현수막이 설치된 장소에 차를 바짝 갖다대면 나머지 사회복무요원 2명은 재빨리 불법 현수막 사진을 찍어 증거를 남긴 뒤 재빠르게 내려 커터 칼로 줄을 뚝뚝 끊어 현수막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작업 자체는 단순했지만 불법 현수막이 붙어 있는 지점을 눈으로 빠르게 스캔한 뒤 재빠르게 차를 갖다대고 현수막을 제거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은 좀처럼 끼어들기 어려울 정도로 일사불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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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불법 현수막 수거반원과 함께 이날 수거한 현수막을 분류·정리하고 있다.
“현수막이 차량이 많이 지나다니는 도로 한복판에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동작이 빠르지 않으면 안 돼요. 도로를 가로막는다고 뒤에서 경종을 빵빵거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지요. 그래도 원래 두명이 하던 일인데 최근에 한 명이 충원돼 훨씬 수월해 졌어요”라고 설명했다.

 

이런저런 설명을 들으며 수차례의 작업을 견학한 뒤 직접 내려 현수막 제거 작업을 시도했다. 단칼에 현수막 끈을 절단해버리는 사회복무요원들의 능숙한 칼솜씨와는 달리 전봇대 등에 칭칭 감긴 줄은 좀처럼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수차례 칼을 비비적거리고서야 겨우 현수막 끈을 잘라낼 수 있었다. 또 잘라낸 현수막을 손으로 휘휘 저어 순식간에 감아버리는 능숙함은 생각보다 흉내내기 어려웠다. 허둥대는 기자의 모습을 지켜보던 김봉수(33) 사회복무요원은 “생각보다 쉽지 않으시죠. 

줄을 단번에 잘라야 작업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요. 줄을 팽팽하게 잡고 칼날을 빠르게 움직여 잘라내세요”라고 조언했다. ‘역시 보는 것처럼 쉬운 일은 없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순간이었다.

 

오전 9시에 시작한 작업은 12시까지 계속됐다. 단속 반원들은 오랜 기간의 경험을 통해 작성한 불법 현수막 제거 지도를 따라 코스를 차례차례 밟아나가고 있었다.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거리에 나붙은 불법 현수막은 하나 둘 사라져갔고 차량 뒤에는 수거된 현수막이 수북이 쌓여갔다. 

덜컹거리는 차안에서 거리에 나붙은 불법 현수막을 발견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재빠르게 차에서 내려 불법 현수막을 제거하는 작업을 반복하는 일은 생각보다 고됐다. 좀처럼 차멀미를 하지 않는 체질임에도 머리는 지끈거리기 시작했고 따뜻한 차안과 추운 밖을 오가길 반복하다보니 졸음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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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대 칼을 이용해 높은 위치에 설치된 현수막을 제거하고 있다.
이날 반나절 동안 수거한 불법 현수막은 대략 100여 개. 아파트 분양이 집중되는 시기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하니 불법 현수막 작업이 얼마나 고된 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매일 매일 제거작업을 벌이는데도 또 매일 이렇게 나오나요”라는 질문을 던져봤다. 그러자 “제거할 줄 알면서도 계속 붙이는 업체들이 많아요.

특히 아파트 분양이 집중될 때는 한 아파트 사무실 당 현수막을 붙이는 팀만 100여 개가 가동된다고 하더라구요. 3명이서 수백여개 팀이 내다 붙이는 불법 현수막을 모두 제거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거의 매일 불법 현수막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셈이죠”라고 말했다.

 

일일 체험을 마무리하며 단순하지만 고되고 피곤한 작업을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매일 반복한다는 생각을 하니 불법 현수막 제거 반원들의 노고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었다. 또 매일 지루하면서도 피곤한 작업을 반복하는 이들이 있기에 도시 미관이 깔끔하게 유지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의정부=박민수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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