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현장체험] 인천지방경찰청 기마경찰대

범죄 없는 인천 꿈꾸며… 오늘도 말~ 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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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기마대가 순치 훈련을 하고 있다.
순수하고 맑은 동심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기 마련이지만,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었던 마음이다.

 

이를테면 TV 속 신기한 마술(魔術)의 비밀을 밝혀내려고 브라운관을 이리저리 옮기며 구석구석 살펴보는 아이들의 모습은 바로 동심에서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동심을 간직한 대다수 아이는 마술이 마술사의 특별한 능력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간단한 도구와 기술에 의한 속임수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순간 동심도 사라진다. 그러나 인천에는 특수 제작된 도구와 속임수 없이 진짜 마술(馬術)을 부리고 아이들의 동심도 오랫동안 지켜주는 특별한 경찰이 있다.

말을 타고 자유자재로 부린다는 의미에서 마술이라 불리는 승마를 통해 경찰 본연의 업무는 물론, 범죄 예방과 홍보, 청소년 심리치료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인천지방경찰청 기마경찰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매서운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월 29일 10필의 말과 함께 인천 곳곳을 누비는 인천기마대의 하루를 체험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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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원 기자가 톱밥을 운반하고 있다.
■ 관광도시 인천의 자랑 ‘기마경찰대’

인천기마대는 말의 행동이나 습관 등을 원하는 대로 조정하는 승마를 활용해 경찰 본연의 업무를 비롯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울과 전북, 제주에 이어 전국 4번째로 탄생한 인천기마대는 지난해 11월 공식 출범을 마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인천기마대는 지역 내 행사에서 관광경찰대, 싸이카순찰대와 함께 인천지역과 경찰의 이미지를 홍보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차이나타운과 송도 등 주요 관광지에서 적극적인 치안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 내 청소년을 위한 승마 프로그램과 학교폭력, 약물 중독 등 청소년 범죄 예방 활동도 벌이고 있다. 

특히 소외계층 청소년과 행동장애·스트레스 등으로 고통받는 청소년을 위한 심리치료 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전현문 경위(50)를 필두로 변상원 경위(50), 안병욱 경사(44), 원종남 경사(44), 정용길 경사(38), 김자영 경사(36·여), 김나윤 순경(34·여), 김연진 순경(29·여) 등으로 구성된 인천기마대는 서구 드림파크 승마장에서 에이스 ‘청풍’을 비롯한 수말 8필과 암말 2필을 관리하며 날마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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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를 채우고 있다.
■ 청결·위생은 생명! 분뇨 치우고 톱밥 나르고

매서운 한파가 전국을 꽁꽁 얼렸던 지난달 29일 오전 8시 30분께 인천시 서구 드림파크 승마장. 날카롭게 느껴질 만큼 차가운 바람을 뚫고 마구간에 들어서자 말 분뇨냄새가 가장 먼저 반겨왔다.

코끝을 찌르는 분뇨냄새가 반갑지 않았지만, 인천기마대 직원들은 분뇨냄새마저 익숙한 듯 편안한 표정으로 각자 맡은 말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직원들은 말들이 밤새 잘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가장 먼저 목을 쓰다듬었다. 긴장을 할수록 목이 굳어지는 말의 특성을 통해 현재 상태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말들의 귀 모양도 확인했다. 

귀가 앞으로 쏠리거나 뒤로 젖혀진 모습을 통해 기분이 좋거나 혹은 나쁜 심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이유에서다. 간단한 마사지와 대화로 말의 긴장을 풀어준 직원들은 곧바로 분뇨처리에 나섰다. 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또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청결이기 때문이다. 

쉴 새 없이 분뇨를 치우고 톱밥을 채우는 직원들은 동시에 물과 먹이도 채웠다. 이처럼 인천기마대 직원의 하루는 각자가 맡은 말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잘 잤어?”, “괜찮아”, “잘했어” 등의 말로 끊임없이 말과 대화를 하며 각자의 일을 처리하는 직원들의 모습에서 이미 말과 가족처럼 가까워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김연진 순경은 “새벽같이 마구간에 나와 말 상태를 확인해야 마음이 놓인다. 분뇨냄새는 이미 적응해 오히려 하루라도 냄새를 맡지 않으면 허전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면서 “말들의 건강과 청결을 유지하고 심리 상태를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 방마·조마… 꾸준한 소통 ‘최고의 훈련’

인천기마대 마구간에는 유일한 백마임과 동시에 기마대 에이스 역할을 담당하는 청풍(7)을 비롯해 금동(8), 히트(6), 폴로(8), 야호(10), 빅터(4), 나이스런(3), 강자의 인연(6) 등 총 8마리의 수말이 생활하고 있다.

여기에 나우리즈(5)와 이스트로 걸(4) 등 2마리의 암말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기마대 직원들이 마구간을 청소하는 동안 10마리의 말은 음악 감상을 한다. 최근 유행하는 가요부터 분위기 있는 클래식과 다소 시끄럽게 느껴지는 사물놀이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듣는다. 

이 음악은 청각에 예민한 말이 행사장에서 음악 소리와 시민의 박수 소리 등에 놀라 당황하는 것을 예방하는 일종의 훈련이다. 사실 가장 기초적인 훈련에 속하는 청각 훈련이지만, 이곳에 있는 말들은 이 같은 훈련 경험이 부족한 상태다.

대부분 마사회에서 경주마로 활동하다 성적 부진 등을 이유로 퇴출당한 까닭이다. 이 때문에 기마대 직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훈련 역시 경주용 말의 거칠고 질주하려는 습성을 잠재우고 승용 말처럼 온순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 기마대 직원들은 마구간 정리가 끝난 후 가장 먼저 말들이 자유롭게 뛰는 방마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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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똥을 치우고 있다.
밤새 차오른 힘과 날뛰고 싶은 욕구를 억제하기 위해서다. 방마가 끝난 후에는 사람의 지시대로 걷고 달리는 조마와 다양한 소리를 이용한 청각 순치, 인파가 많은 지역을 직접 보여주는 환경적응훈련,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는 평보와 속보, 구보 등 다양한 훈련을 연이어 실시한다.

 

이 모든 훈련을 위해 끊임없이 말에게 목소리를 들려주는 대화도 절대 빼놓지 않는다. 안병욱 경사는 “경주용 말들이 가진 습성 탓에 사람을 거부하지 않고 잘 따르게 하는 순치를 끊임없이 반복 훈련하고 있다”며 “시민들 가까이에서 사고 없이 완벽한 임무를 수행하고자 모든 직원과 말이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 진정한 마술(馬術)을 부리다

관광지역으로 유명한 인천과 경찰의 이미지 개선 등 다양한 홍보활동을 위해 탄생한 인천기마대는 이에 못지않게 지역 내 청소년들이 말과 교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인천에 사는 저소득층 자녀는 물론, 지적장애 등 각종 장애를 지닌 청소년들이 말과 교감을 통해 활력을 되찾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14~15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16세기 유럽으로 확산된 후 1900년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승마는 각종 장애를 치료하는 운동으로 신체교정과 근육발달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신체 접촉과 정신적 교감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과 정서적인 만족을 되찾는 등 정서순화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인천기마대는 이 같은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매주 NGO 단체, 특수학교 등과 함께 미취학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승마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인

천기마대가 아무런 도구와 속임수 없이 진짜 마술(馬術)을 통해 지역 내 청소년에게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있는 셈이다. 인천기마대는 앞으로도 치안과 홍보, 범죄예방 등 경찰 본연의 업무는 물론, 지역 내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끊임없이 개발할 방침이다.

 

전현문 인천기마대장은 “날씨가 풀리면 차이나타운과 소래포구, 송도국제도시 등 주요 관광지역에서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칠 것”이라며 “경찰 본연의 업무만큼 지역 내 청소년이 말과 함께 교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꾸준히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최성원기자

사진=장용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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