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수 기자가 뷰티박람회 추진일정을 브리핑 받은 뒤, 보드에 정리하며 직원들과 함께 세부사항을 논의하고 있다.
대한민국 1등 전시장 ‘킨텍스’의 전시기획자.
기자가 현장체험 주제로 정한 직업이다. 사전지식이 전무한데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아니 기자가 처음 접해본 직업이라 전 국민이 다 아는 인터넷 포털에 도움을 청했다.
블로그, 카페, 지식IN, 지식백과 등을 종합하면 ‘전시회 혹은 박람회와 관련된 모든 일을 하는 사람’이 전시기획자이다.
전시 아이템 선정과 기획, 실행, 예산, 시기 결정, 전시회 운영, 외주업체 관리 등등을 맡고 있단다.
하지만, “도대체 무슨 일을 어떻게 하지?”란 명제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역시 현장의 멘토만큼 명확한 답안은 없으리란 생각에 지난 23일 킨텍스로 달려가 기자를 전시 기획자의 세계로 안내해 줄 일일멘토 손정슬씨(킨텍스 전시3팀 대리)를 오석 팀장(전시3팀)에게 소개받았다.
손씨는 입사 7년차로 킨텍스 주관의 ‘대한민국 뷰티박람회’를 담당하고 있다. 얼떨떨한 기자에게 자신이 맡은 뷰티박람회 프로젝트를 차근히 설명하는 손씨를 따라 현장으로 향했다.
▲ 손정슬씨(오른쪽 두번째)가 기자에게 전시회 열리는 기간 중에 점검해야 될 전시장 점검 분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릴레이 회의·업체 민원접수… 오전 시간 ‘훌쩍’
출근과 동시에 전날 밤 도착한 이메일을 확인하는 것이 오전 업무이다. 참가 업체 및 해외 바이어, 유관 기관 등으로부터 뷰티박람회와 연관된 각종 질문이 쏟아지는 시간이다. 메일 점검이 끝나면 사무실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회의 모드로 변경된다.
이날 첫 회의는 전시3팀 팀원들과 오는 10월 열리는 뷰티박람회 참가업체 모집을 위한 마케팅 전략이 안건이었다. 마케팅은 개발기업과 단체관으로 분류해 진행되는데, 손씨는 주로 단체관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전시기획자 업무의 80% 이상은 마케팅, 즉 영업에 속한다”며 “전시회에 한 번이라도 참가해 본 업체는 전시회 참가로 얻는 효과를 알기 때문에 그 업체들이 집중 공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3팀이 뷰티박람회 참가업체 모집을 위해 확보한 마케팅 대상 기업은 8천개 사(社)다. 기자가 대상 기업에 전화를 걸어 박람회 참가를 권유하는, 즉 텔레마케팅에 도전했는데 예상대로 버거웠다.
전화가 연결된 일부 대상 기업들은 ‘부스 비용이 부담된다’며 참가에 난색을 보였다. 멘토에게 이럴 땐 어떻게 대응하냐고 물어보니 손씨는 ‘웃음’으로 답했다. 아무래도 전시기획자 그들만의 영업비밀인 듯싶었다.
팀 회의가 끝난 후에는 외부업체와 회의가 이어졌다. 이 또한 박람회 참가 업체 모집을 위한 회의. 인터넷 쇼핑몰에 뷰티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셀러를 대상으로 박람회 참가를 유도하기 위한 홍보전략이 논의됐다. 외부업체 담당자와 30여 분간 접견실에서 회의가 진행됐다.
▲ 기자와 손씨가 뷰티박람회 추진일정을 검토하고 있다. 기획전시자가 박람회 개최 전에 검토, 결정해야 할 사항은 100가지에 이른다
■ 안전제일! 전시장 점검 현장업무 ‘스타트’
손씨가 담당하는 뷰티박람회는 오는 10월 13일부터 16일까지 제1전시장 1·2·3홀에서 열린다. 전시회 부스 설치는 통상 개막 이틀 전에 시작된다.
이에 손씨는 ‘1일 전시기획자’인 기자를 위해 다른 설치 현장에서 전시기획자가 전시홀에서 점검해야 할 사항에 대해 이야기했다. 킨텍스는 홀마다 ‘홀매니저’가 있다. 전시홀 관리는 홀매니저 담당이지만, 자신이 주관한 전시회가 열리면 전시기획자는 전시홀과 사무실을 수시로 왕복해야 한다.
전시기획자가 갖춰야 할 필수 항목인 기획력, 판단력에 체력이 포함된다는 사실을 이때 깨달았다. 임창열 대표이사 취임 이후 안전이 최우선으로 강조돼 전시홀 입구에서 안전모를 썼다. 지난 23일 오전 제1전시장 1홀에서는 예비 엄마, 아빠와 초보 부모들을 위한 ‘코베 베이비&에듀 페어’ 준비가 한창이었다. 이 전시회는 24일 문을 열었다.
부스 설치시에는 제품이 방염처리(불에 타지 않는 재료)가 되어 있는지를 꼭 확인해야 한다.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대형 참사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초보자인 기자 눈에는 모두 같은 재질로 보였지만, 7년 베테랑 손씨는 눈길이 가는 대로 구분해 냈다.
뒤이어 제2전시장 6홀로 향했다. 1홀은 전시회 개막을 앞두고 부스 설치가 진행 중이었다면, 6홀은 실제로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6홀에서는 ‘2016 대한민국 고졸인재 Job Concert’가 열려 수천 명의 고교생으로 전시홀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럴 때 전시기획자의 가슴이 뿌듯해지는 듯했다. 내가 기획한 전시회에 관람객들로 가득 차고, 부스 참여업체 관계자들이 만족감을 느낄 때이다.
▲ 킨텍스 2층 사무실 한켠에 마련된 접견실에서 킨텍스 전시3팀 직원들이 뷰티박람회 참가업체 모집을 위해 인터넷 쇼핑몰에 홍보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 수많은 사람 만나야하는 기획자… 무엇보다 ‘오픈 마인드’ 중요
오전 업무가 끝나 점심을 먹으러 제2전시장으로 걸어가는 도중에 손씨에게 “전시기획자가 되려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는 다소 생뚱맞은 질문을 던졌다. 그는 “한 전시회를 개최하려면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눠야한다”며 “전시기획자는 어떤 사람이든지 만나 대화할 수 있는, 마음이 열려 있는 오픈 마인드를 가져야 된다”고 말했다.
뷰티박람회는 참가업체 400개사, 해외 바이어 1천여명, 협력업체 10여곳 등이다. 이들의 요구 사항을 적절하게 들어줘야 하고, 이들의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도 제공해야 박람회는 성공한다. 이 모든 일이 차질 없이 진행되더라도 전시회 기간 중 언제 어디서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전시기획자는 향상 ‘플랜B’를 머릿속에 담고 있어야 한다고 손씨는 말했다. 전시기획자의 판단 착오로 참가 업체의 수출 상담이 이뤄지지 않거나, 지연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플랜B’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 한국위상 올리는 애국자… 전시기획자 자부심 ‘으뜸’
정보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굴뚝 없는 산업이 대세로 떠올랐고, 정부는 마이스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전시컨벤션 시설인 킨텍스가 소재한 고양시도 마이스산업을 통해 미래 먹거리 창출을 꾀하고 있다. 고양시는 ‘마이스산업과’를 두고 있고, 올해는 마이스산업을 전담할 시 산하기관인 컨벤션 뷰로도 설립된다.
마이스산업의 진정한 주역은 현장에서 전시와 연관된 모든 일을 하는 전시기획자가 아닐까 싶다. 이들에 의해 열리는 전시회에서 국내 유망 중소기업이 해외 수출의 판로를 개척하고, 자신들의 제품을 알리게 된다. 또한 소비자와 직접 만나 제품을 홍보할 기회도 얻게 된다.
손씨 역시 자신이 대한민국 마이스산업을 이끌고 있다는데 자부심이 대단했다. 손씨는 “뷰티박람회에 참여한 업체들이 박람회 참가를 계기로 매출이 급상승해 기업 가치가 올랐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가슴이 뭉클해진다”며 전시기획자란 직업의 매력을 이야기했다.
“‘손정슬표 대한민국 뷰티박람회’를 개최해 보고 싶다”는 눈빛에서 그녀가 진정한 산업역군처럼 보였다. ‘1일 전시기획자’로 잠시나마 산업역군 대열에 포함됐던 기자도 오늘 하루만큼은 애국자가 된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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