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현장체험] 인천대공원 관리사

시민 힐링의 숲으로~ 어서오세요 
새봄 나들이객 맞이 수목 단장 구슬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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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인천시 남동구 인천대공원 관리 체험에 나선 본보 양광범 기자가 인천대공원 수목원에 식재된 찔레나무 다듬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근까지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려 아침저녁 쌀쌀한 바람이 이어지고 있다.

 

두툼한 겨울옷을 옷장에 넣었다 뺐다 고민하는 사이, 훌쩍 봄이 왔다. 대부분 사람이 매일 직장·학교와 집을 오가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영혼 없이 오가는 거리에는 눈 깜짝할 사이에 초록·노란·분홍색 새순이 마치 ‘온도계’인 양 활짝 피어 계절의 변화를 실감케 하고 있다. 

 

본격적인 나들이 철이 다가오면서 인천지역을 대표하는 녹지공간인 인천대공원이 자연의 정취를 즐기려는 인파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330만㎡가 넘는 부지에 수목원, 식물원, 동물원 등이 조성된 인천대공원은 매년 300만 명 이상의 시민이 찾는 인천의 대표공원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오는 7월 인천지하철 2호선 대공원역 개통으로 접근성이 높아지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시민의 편안한 ‘힐링쉼터’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인천대공원의 부지런한 봄 맞이 현장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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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약품주입 작업을 하고 있다.
■ 나무는 정성을 먹고 자란다
인천대공원 내에는 1천70종의 나무가 서식하고 있다. 전체면적 중 수목이 80%를 차지할 정도로 인천의 허파 역할을 하는 대표적 도시 숲이다. 인천대공원에는 연간 300만 명이 넘는 시민이 찾는다. 그렇다 보니 수목이 오랫동안 건강하게 자라기 위한 손길 역시 필수조건이다.

지난 1990년대부터 20년 넘게 인천대공원을 가꾸어온 베테랑 정수경 녹지연구사는 “연구사로서 좀 더 다양한 수종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최우선 되어야 하지만 워낙 넓은 지역이다 보니 본연의 일에 치중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다”며 “시민이 알아보기 쉽게 수목마다 세심하게 안내 표지문을 부착하지만, 일부 희귀종의 경우 몸에 좋다는 이유로 몰래 캐가는 경우가 빈번해 아예 팻말을 달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정 연구사와 함께 이른 새벽 촉촉한 봄비가 내린 수목원 곳곳을 둘러봤다. 겨울을 밀어내고 찾아온 봄 햇살에 수목이 땅속 양분과 수분을 한껏 가지 위로 끌어올리는 시기다. 그렇다 보니 진딧물을 예방하고 잎사귀에 푸름을 더하기 위해 영양제 등 각종 약을 뿌리는 기간이기도 하다. 

수풀이 빽빽하게 들어선 곳 한쪽 편에는 근로자들이 나무에 양분을 주입하고 있었다. 짧은 시간에 수많은 나무를 관리해야 하다 보니 이들은 전동 드릴을 이용해 나무에 구멍을 뚫고 있었다. 정 연구사는 “나무 가꾸기는 9할이 정성”이라며 “사람이 아프면 수시로 약을 먹고 주사를 맞는다. 나무도 마찬가지다”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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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원 내 불법 그늘막 설치 금지 안내판을 점검하고 있다.
■ 콘크리트 도시에 녹색을 입힌다
이어서 찾아간 곳은 나무로 담장을 대신하는 생울타리원. 도심 내 콘크리트 담장을 대신할 수 있는 식물을 심어 녹색 담장으로 활용하는 모델을 만드는 곳이다. 담장으로 활용되는 나무는 뾰족한 가시가 인상적인 찔레나무부터 조팝, 향나무, 피라칸타 등 키가 큰 나무가 사용되며 의외로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개나리도 담장 만들기에 활용된다고 한다.

나무를 식재한 뒤 담장처럼 일렬로 가꾸기 위해서는 적어도 4~5년이 걸린다. 이곳에서는 바로 그 과정을 보여주고자 수목 가꾸기가 한창이었다. 준비된 안전 장구를 갖추고 찔레나무 가꾸기에 도전했다. 동화 잠자는 숲 속의 공주에 나오는 바로 그 나무가 아닐까. 많은 왕자가 공주를 구하기 위해 성에 진입하다 덤불에 휘말려숨졌다는데, 잎사귀 대신 날카롭게 솟아난 가시를 보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찔레나무는 과거 고려시대 몽골족 침입 당시 강화도 궁궐을 지키는 방어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한다. 성벽 앞에 찔레나무를 심어 적의 침입을 늦추는 데 활용한 것이다. 정 연구사는 “지구 온난화로 서식지가 넓어지긴 했지만, 이 나무가 자랄 수 있는 북방 한계선이 바로 강화도까지였다”며 “여러모로 인천의 역사와 관련이 있는 셈이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도심에 설치된 담벼락을 아름답게 가꾸는 벽면녹화원, 옥상에서 키울 수 있는 키 작은 식물이 서식하는 인공지반녹화원, 보도블록 사이를 푸르게 연출하는 보도녹화원 등 도심과 자연의 조화 가능성을 시험하는 공간이 자리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 아이들의 감성을 깨우는 ‘유아 숲 체험원’
인천대공원 한쪽에는 자물쇠로 채운 작은 문이 하나있다. 이곳은 다름 아닌 유아 숲 체험원이다. 어른의 손길로부터 아이들의 놀이공간을 지키기 위해 나름 엄중히(?) 관리되는 곳이다. 일반관람객 출입을 자제해달라는 안내문을 뒤로하고 숲 체험원으로 들어섰다.

 

지난 2013년 9월 돌풍으로 넘어진 아카시 나무가 훌륭한 출입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 공간에는 잘라낸 나무를 이용해 아이들이 흙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을 꾸며놨으며 나무 사이에 그네와 그물을 설치해 친환경적인 놀이터로 조성됐다. 특히 잘라낸 나무에 가지를 조각, 아이들의 옷가지나 가방을 걸 수 있는 행거로 사용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정 연구사는 “인천대학교와 공동으로 숲 체험공간이 아이들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 중”이라며 “과거와 달리 흙과 나무를 가까이하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체험공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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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아숲체험원을 방문한 아동을 돌보고 있다.
■ 자연 훼손하는 이기심… 성숙한 시민의식 절실
인천대공원 관리 체험을 마치고 출발지인 동부공원사업소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50대 여성이 ‘공원에서 고기 구워먹어도 되느냐?’며 대공원 입구 쪽을 가리켰다.

 

정 연구사는 “요즘에는 이용객도 자연보호에 대한 의식이 높아서인지 관리자가 단속하기 전에 불법행위 신고가 빨리 들어온다”면서도 “공원 내 취사행위는 자연환경을 망가뜨릴 수 있어 자제하길 부탁한다”며 불법행위 단속을 위해 바삐 움직였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도 어느덧 중심에 들어섰다. 인천을 대표하는 인천대공원의 아름다운 환경이 오랫동안 지켜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양광범기자

사진=장용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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