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현장체험] 경기도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 검수·검품작업

불량 피망 ? OUT 친환경 학교급식 휴~ 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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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조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1학년임에도 학교에서 급식을 먹고 집에 온단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적에는 12시 이전에 집에 와서 실컷 놀았던 것 같은데. 왜 아직 한창 뛰어놀아야 하는 어린 아이들까지 학교에 붙잡아 두느냐고 물었더니 엄마들이 좀 편하기 위해서 학교에서 밥을 먹여 보내는 것이란다.

 

엄마들은 아이가 최대한 학교에서 많은 끼니를 해결하고 오는 것을 좋아한다나?! 모든 것에는 다 깊은 뜻이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1일 체험 기회를 맞아 조카가 먹는 친환경학교 급식이 정말 친환경적인지, 깨끗하게 유통은 되는지 확인하고자 경기도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를 찾았다.

 

■ 학생들의 건강한 급식 위한 땀방울! 

화창한 날씨를 뽐냈던 지난 16일 광주시 곤지암읍에 위치한 경기도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을 방문했다.

본격적으로 일을 배우기 전 현재 유통센터를 경기농림진흥재단으로 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농업회사법인 신선미세상㈜의 신재민 총괄이사로부터 경기도친환경급식에 대한 설명과 오늘 해야 할 일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들었다.

경기도는 지난 20 09년부터 친환경학교급식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현재 초등학교 1천148개교, 중학교 466개교, 고등학교 273개교 등 총 도내 1천906개교 137만4천 명의 학생이 친환경 학교급식을 먹고 있다고 한다. 친환경학교급식에 농산물을 공급하는 농가는 830여 개에 달하고 있고 경기농림진흥재단이 총괄운영을, 신선미세상㈜은 농산 물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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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농산물은 농가에서 출발해 신선미세상㈜이 운영하고 있는 이곳, 유통센터로 모두 집결하게 되고 이곳에서 소분ㆍ분배ㆍ피킹 작업 등을 거쳐 45개 배송업체로, 배송업체에서 다시 각지역 학교로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니까 유통센터가 경기도 친환경학교급식의 ‘심장’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인 것이다. 이곳에서 상태가 좋지 않은 농산물들을 걸러내지 못하거나 수량 등이 잘못 분배되면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이 제대로 된 친환경급식을 먹지 못하게 된다.

친환경농산물이 유통센터로 들어온 후 출고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농산물 확인→입고→검수 →검품→유통스티커 및 친환경스티커부 착→저장 →중량확인→소분 →피킹→랩핑→ 출고 등을 순서대로 거치게 된다.

오늘 하루 동안 유통센터에서 진행되는 과정을 모두 체험할 수는 없으니 검수와 검품, 소분과 랩핑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 철두철미 농산물 검품… 불량 너, 딱 걸렸어!
오후 4시께가 되자 친환경농가에서 신선한 농산물을 싣고 온 차량이 유통센터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게차로 농산물이 정신없이 옮겨지는 와중에 나는 검수ㆍ검품 준비에 나섰다. 

작업에 앞서 항상 손 소독은 기본이고, 깨끗한 작업복에 안전 조끼, 위생 장갑, 마스크까지 완전 무장을 해야 만 친환경농산물을 만날 수 있었다. 하긴 농가들이 수개월 땀 흘려 생산한 친환경농산물인데 더러운 상태로 마구 만지면 그게 어찌 친환경농산물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곳 유통센터는 학교에 배송될 때까지 최상의 위생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작업장에 들어서니 냉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작업장 밖은 초여름 날씨를 보이는데 이곳은 서늘한 동굴 속에 와 있는 느낌이다. 농산 물의 신선도를 위해 온도를 늘 11도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위와의 전쟁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에 이곳은 추위와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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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무장을 한 나는 평택의 한 농가에서 온 피망 앞에 섰다. 이 피망이 제대로 수량이 맞게 왔는지 검수 작업을 한 후 수십 개의 박스 중 무작위로 2개 박스를 선택해 피망 검품을 시작했다. 

피망이라고는 먹기만 해 본 내가 어떤 피망이 상태가 좋은 피망인지, 불량 피망인지 알 수 있을 리 만무, ‘검품의 달인’으로 손꼽히는 위공환 신선미세상 부장님(43)이 함께 검품 작업을 도와줬다. 

박스 안의 피망 중 일단 단단하지 않고 무른 것과 색이 붉게 변한 착색불량을 찾아내는 것이 나의 미션. 위 부장님은 “불량 농산물이 학교까지 배송되고 아이들의 급식에 사용되면 친환경급식의 의미가 없다. 

학교급식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검품이기 때문에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또 상처 난 농산물이 학교까지 배송되면 안 된다며 농산물을 항상 아기처럼 살살 다뤄야 한다고 충고해 줬다.

검품 결과 한 박스 안에 담긴 50여 개 피망 중 5개 정도가 불량 판정을 받았다. ‘이 정도면 양호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어림도 없었다. 한 박스에서 3개 이상 불량 피망이 나오면 중점선별이라는 작업에 들어가 모든 박스를 모두 세세하게 검품한다고 한다. 아이들이 먹는 것이고 친환경이라고 하지만 이 정도로 깐깐하게 작업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피망에 이어 다음 검품 농산물은 논산에서 올라온 수박이었다. 도내 수박은 다음 달은 돼야 맛볼 수 있다고 한다. 수박 검품은 꼭지와 당도 등이다. 꼭지를 왜 검품하는지 궁금했는데, 꼭지가 ‘T’ 자 모양인 수박이 더 달다는 인식이 있어 학교에서 꼭지가 있는 수박을 원한다고 한다. 

사실 수박 꼭지와 당도는 큰 관계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학교 관계자들이 원한다면, 그 요구에 맞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유통센터의 임무! 수박의 꼭지까지 꼼꼼히 챙기는 신선미세상㈜ 식구들이다.

수박의 당도 검사는 무작위로 수박을 2개 골라 바로 자른 뒤즙을 내 검사기에 즙을 떨어트리면 되는데, 수치가 10 이상이어야 통과다. 아직은 본격적인 수박 철이 아니어서 당도 10을 넘기기 쉽지 않지만 오늘 검품한 수박들은 모두 OK 판정을 받았다. 잘라진 수박은 어떻게 하느냐고? 쉬는 시간 유통센터 직원들의 소중한 간식으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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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통 박스 하나까지도 세심한 배려
검품 작업을 마친 뒤 소분 작업에 도전했다. 소분 작업은 농산물을 학교별 정해진 박스안에 정확한 양을 분배해서 넣는 것이 핵심이다. 더욱이 유통센터는 소분작업을 하면서도 농산물의 상태를 하나하나 다시 점검하고 있었다.

내가 담당하게 된 농산물은 오이. 오이는 소분을 하면서 변색이나 많이 휘어진 것을 골라내야 하는데 LEVEL 1부터 LEVEL 5까지 단계별로 구분할 수 있도록 매뉴얼이 작업대 앞에 붙어 있었다. 그러나 도통 얼마큼 휘어야 1단계인지, 구분이 어려웠는데 옆에 있던 선배 직원은 척척이다. 

소분 작업은 워낙 어렵고 속도를 필요로 하는 작업이어서 5~6년 이상 근무한 숙련된 직원들이 담당한다고 한다. 숙련된 직원들의 손놀림에 불량 오이들이 숨을 틈 없이 적발(?)되는 모습을 보면 실로 놀랍다.

소분 작업이 한창인 나에게 신재민 이사가 플라스틱 박스를 소개했다. 지난해까지 종이박스에 담아 유통됐던 친환경 농산물이 올해부터는 플라스틱 박스에 담겨 유통된다는 것이다. 

그게 무슨 차이가 있느냐며 오히려 종이박스가 더 저렴하지 않으냐고 묻는 나에게 신 이사는 “종이상자는 냉기가 순환되기 어렵고 속을 볼 수 없어 농산물 품질 상태를 사전에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것이 용이하다”며 “지난해보다 학교 클레임이 40%가량 감소했다.

 

플라스틱 박스로 교체하는 데 8억 원이나 들었지만 모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학교급식에 조금 더 다가간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옆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윤인필 경기농림진흥재단 친환경급식사업 단장은 “경기도 학교급식에 무늬만 친환경농산물은 있을 수 없죠. 학교에 공급되기 전 연간 2천470건 이상의 잔류농약 및 방사성 물질 정밀검사를 통해 부적합 농산물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습니다” 라며 친환경농산물의 안전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소분 작업을 마친 후 피킹된 농산물을 랩핑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다.

지금도 이처럼 철저한 관리를 거쳐 아이들이 있는 학교까지 배송되는 친환경 농산물인데, 경기농림진흥재단은 올해 하반기부터 식재료 안심시스템인 QTS 관리시스템(Qulity, Transportation, Safty)까지 도입, 유통과정에서의 온습도, 유통기간 등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경기농림진흥재단과 신선미세상㈜이 담당하는 경기도 친환경학교급식. 당분간 걱정은 제로일 것 같다!

 

이호준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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