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현장체험] 성남시 ‘새벽기동대’

꼭두새벽 차량번호판 ‘족집게 스캔’… 체납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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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숙기자가 28일 새벽 체납차량 번호판 영치 ‘새벽기동대’ 1일체험에 나섰다. 강 기자가 성남시 수정구청에서 관내 지도를 살펴보고 있다.
성남시가 시끄럽다.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을 둘러싼 성남시의 사활을 건 ‘쩐의 전쟁’이 시작됐기 때문. 100만 시민을 대표하는 이재명 성남시장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11일 간의 단식농성을 단행했다.

그는 정부를 향해 소리쳤다. “단식은 중앙정부가 왜곡하듯 단지 성남시 1천억원의 예산을 지키기 위함만은 아니었다. 지방재정문제는 현 정부의 지방자치 말살정책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이다.

반면, 김성렬 행정자치부 차관은 “성남시는 지방교부세 불교부단체로, 1년 동안 운영하고 남는 돈인 순세계잉여금이 2014년에 7천400억원”이라며 “전국 243개 자치단체 중 절반이 넘는 124개 단체가 지방세로 직원의 인건비 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성남시는 가히 ‘만석꾼’이라 할 만하다”고 밝혔다.

이에 이 시장은 “성남시가 순세계잉여금만 7천억원을 남겼다고 하는데 사실은 판교택지개발사업 특별회계를 제외하면 1천500억원에 불과하다”며 “사기꾼은 거짓말을 해도 정부가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분가해서 알뜰히 아껴 부모 도움 없이 사는 자식들(6개 불교부단체)을 음해하는 일“이라고 비유했다.

정부와 성남시 간의 ‘쩐의 전쟁’의 진실을 무엇일까? 정말 성남시가 ‘만석꾼’일까? 궁금해졌다.

성남시청 출입기자로 활동한 지 1년6개월. 성남시가 세금을 어떻게 거둬, 어디에 쓰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달 28일 새벽 6시, 체납차량 번호판을 영치해 세금을 거둔다는 ‘새벽기동대’와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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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 기자와 새벽기동대가 스마트폰을 활용해 체납차량을 찾고 있다.
■ 관내 6개조 21명… 적극적 영치 활동
성남시는 지난해 5월, 체납징수 및 세무조사 총괄부서인 징수과를 신설했다. 징수과를 신설한 지 1년 만에 299억원(2016년 4월 기준)의 체납액을 정리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을 얼마나 어떻게 거둬들이느냐의 세입성격과 함께 세금이 어떻게 쓰이느냐 하는 부분은 굉장히 중요하다. 시민의 삶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성남시청 징수과에서 운영하고 있는 체납차량 번호판 영치 ‘새벽기동대’는 ‘세금을 어떻게 거둬들이냐’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성남시의 총체납액은 585억(2016년 5월31일 기준)원으로 이 가운데 자동차세 체납액이 127억원으로 22%를 차지한다.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다. 그래서 성남시는 관내 전역을 대상으로 6개조 21명(시청 6명, 구청 15명)으로 새벽기동대를 구성해 2회이상 자동차세 체납차량의 번호판을 영치해 세금을 거둬들이고 있다. 어찌보면 원시적인 방법이다.

성남시청 징수과 염윤수 체납세징수2팀장, 체납세징수1팀 박소영 주무관, 수정구청 세무과 이순철 체납징수팀장과 이호준 주무관을 따라 수정구 태평동 일대에서 직접 번호판 영치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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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 기자와 새벽기동대가 스마트폰을 활용해 체납차량을 찾고 있다.
염윤수 팀장은 “새벽기동대는 보통 새벽 4시부터 아침 8시까지 시청과 3개 구청이 합동으로 실시하는데 방법적으로는 아주 고된 작업이죠. 스마트폰 체납영상조회기 하나 들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걸어다니면서 체납여부를 확인하죠. 체력적으로도 만만치 않은 일이고 때론 멱살도 잡히고, 욕도 먹지만 징수효과 측면에서 아주 좋아요”라고 말했다.

기자에게 이른 새벽 골목에 주차돼 있는 수많은 차량 가운데 체납차량을 찾는 일은 그야말로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 수준이었다. 반면 새벽기동대원들은 움직인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여기저기서 체납차량을 기가 막히게 찾아냈다.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축지법이라도 쓰는 홍길동처럼 재빠르게 속도를 높여 골목 이곳저곳을 뒤지던 박소영 주문관이 수정구 태평2동 수정로 171번길에서 “여기요!”라고 가장 먼저 소리쳤다.

검은색 고급차의 차량번호 6자리를 PDA에 검색하자 40만8천960원의 자동차 세납액과 함께 다른 지방세 체납액까지 포함해 건수 11건, 총110만원2천750원이 떴다. 현장에서 바로 번호판을 떼 영치증을 프린트해서 차량 앞 유리에 붙이면 끝.

■ 골목골목~ 홍길동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매의 눈을 가진 새벽기동대원의 두번째 레이더망에 걸린 체납차량도 고급차였다. 체납 건수 4건, 70만6천690원. 자동차세 2회 이상 체납차량과 4회 이상 체납차량(징수촉탁)은 예외없이 번호판 영치 대상이었다.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5대의 체납차량 번호판을 영치하는데 성공했다. 마치 보물 찾기에 성공한 기분도 잠시, 좁은 골목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을 수십번 반복하자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땀이 비 오듯 몸을 적셨다. 또 다리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고 배는 ‘꼬르륵’ 소리를 내며 밥을 달라고 신호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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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 기자가 태평동 일대에서 체납차량의 번호판을 영치하고 있다.
새벽기동대원들은 쉬지 않고 아파트 단지 내 지하주차장 수색작업에 나섰다. ‘이렇게 좋은 아파트에 사는데 자동차세를 안냈겠어’ 하는 생각을 하던 찰나 엄윤수 팀장이 총 9건에 63만6천550원을 체납한 차량을 찾아냈다.

“이제는 길을 걷다 보면 체납차량인지 아닌지 느낌이 와요. 체납자 중에는 퇴근할 때 번호판을 뗐다가 아침에 출근할 때 다시 붙이는 경우도 있고, 아예 번호판을 떼지 못하게 차량을 벽에 딱 붙여 주차를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죠.

고액체납자 소유차량은 즉시 인도명령 후 공매 처분하고, 소유자와 운행자가 다른 대포차량도 적극적인 영치를 실시해 공평과세 및 조세정의를 구현하는 게 새벽기동대의 임무입니다.

단, 생계형 차량의 경우 4회 이상 체납시 단속을 하고 있어요.”이날 기자가 포함된 수정구를 비롯한 새벽기동대(3개구 합산)는 수정구 11대, 중원구 10대, 분당구 6대 총 차량 27대의 번호판 영치와 함께 체납액 581만원을 징수했다.

새벽기동대원들에게 581만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세금은 발로 뛴 만큼 거둔다’를 생각으로 매의 눈으로, 발빠르게 움직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성남시는 세금을 징수하는데 적극적이고, 열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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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 기자와 새벽기동대가 자동차세 납부를 독려하고 있다.
■ 체납징수 ‘거위(납세자)의 깃털(세금)을 뽑는 것’
세금을 거두는 것은 흔히 거위(납세자)의 깃털(세금)을 뽑는 것에 비유된다. 거위가 소리를 지르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많은 깃털을 뽑는 것이 중요하다. 새벽기동대원들은 거위가 비명소리를 내지 않게 조심조심 깃털을 뽑고 있었다. 

그러나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고 깃털을 뽑히는 거위가 안 아플리 만무하다. 그래서 생계형 체납자에게는 체납처분을 유보 또는 분납을 유도하고, 호화ㆍ상습 체납자에게는 가택수색, 재산 공매 등 강력한 체납징수 활동으로 시민이 공감하는 징수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염윤수 팀장은 “공무원으로서 세금을 부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금을 어떻게 거둬서, 어디에 쓰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다. 새벽별 보고 출근해서 몇 십만원의 자동차세 체납액을 징수해 모아모아서, 아껴쓰는 도시가 바로 성남입니다.”라고 강조했다.

1일 새벽기동대 체험을 통해 느낀 것이 있다면 성남시는 결코 부자도시가 아니라는 것. ‘만석꾼’도 아니다.

성남은 전국 226개 기초단체 가운데 세금을 공평하게 과세하고, 차별화된 따뜻한 징수기법으로 시민이 공감하는 징수활동을 통해 조세정의를 실현해나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도시다. 스웨덴, 워싱턴 D.C., 방글라데시 등 외국은 물론,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 여러 자치단체에서 성남시의 차별화된 징수기법을 배우기 위한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행자부 장ㆍ차관은 전국의 모든 지자체를 하향평준화해서 재정 노예로 만들려고 하는 지방재정
개편안 추진 이전에 언제 기회가 되면 성남시의 차별화된 징수기법을 배우러 올 것을 제안한다. 

성남=강현숙기자
사진=오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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