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화의 단면… 상처입고 길잃은 ‘야생동물 신음’ 귀기울이다
이곳에서는 수의사 4명과 공중방역수의사 1명, 동물구조 근로자 4명 등이 매일 경기도 전 지역에서 어려움에 처한 야생동물들을 구조하고 치료해 자연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의 체험을 통해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신음하고 있는 야생동물과 이들을 보호하고자 땀흘리는 수의사들 그리고 인간과 야생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경험했다.
경기도는 도시화가 가장 많이 이뤄진 지역이기도 하면서 가장 많은 인구가 있는 지역이다. 그래서 야생동물과는 큰 연관이 없는 지역이라고 생각하면서 일에 들어갔다.
하지만 정반대였다. 가장 많은 사람이 있는 곳이다 보니 곤경에 처해있는 야생동물을 발견하는 횟수도 많았고 그 때문에 경기도야생동물구조센터는 전국에서도 가장 많은 야생동물을 구조하는 곳이었다. 2013년 1천147건, 2014년 1천136건, 지난해 1천138건 등 매년 1천100건 이상의 야생동물구조작업을 실시하고 있는 데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도 많이 늘어나면서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곳 수의사들의 일과는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다. 아침이면 이곳에서 보호하고 있는 야생동물들에게 먹이를 챙겨주고 밤새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센터에서는 수리부엉이, 황조롱이, 검은머리독수리 등 조류와 고라니, 담비와 같은 포유류 등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지속적인 관심 속에 건강을 회복하는 중이었다. 여러 야생동물이 있다 보니 식사준비도 다양하게 이뤄진다.
특히 얼마 전 구조센터에 들어온 새끼 담비(멸종위기 2급)의 경우 아직 눈도 뜨지 않은 어린 녀석으로 그동안 경기도권에서 발견이 되지 않다가 발견됐다는 점에서 수의사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었다.
이곳 수의사들은 날마다 숙직을 번갈아가면서 야간에도 야생동물의 건강상태를 검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일부 개체의 경우 두 시간 간격으로 먹이를 줘야 하기 때문에 새벽 시간에도 자다 깨서 급식하는 일을 반복해야 하는 등 갓난아기 돌보는 일 못지않은 고단함을 감수해야 했다.
아침 배급이 끝나면 매일 쇄도하는 야생동물 구조 요청을 소화하기 위한 일정 조정에 들어간다. 넓디넓은 경기도 전역에서 신고되기 때문에 4개 팀이 권역별로 2인 1조로 묶어 구조활동에 들어갔다. 이날 기자가 갈 곳은 양평과 여주로 소쩍새와 새호리기가 상처를 입은 채 구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이곳 수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강청근 주무관과 함께 구조용 차량을 이용해 양평으로 이동했다.
■ 양평·여주서 ‘생사의 갈림길’ 울부짖음
이동 중 강 주무관으로부터 구조센터에서 수의사들이 하는 역할과 어려움을 들었다. 각종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종들을 보호하기 위해 각 지역을 돌아다녀야 하는 것부터 치료하는 과정, 재활하는 과정, 방생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이해를 돕는 시간이 됐다.
하루에 예정된 출동횟수 외에도 긴급하게 걸려오는 응급전화에 따라 수차례씩 출동이 반복되기도 했으며 응급한 상황은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급하게 진행해야 하는 등 가히 ‘야생동물 119구조대’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
최근 들어서는 각종 장애물이 많이 설치되면서 조류의 구조횟수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한다. 새들이 비행하던 도중 새로 생긴 구조물에 부딪히면서 부상을 당해 날지 못하다가 사람들의 눈에 띄어 구조가 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 것이었다.
이날 여주에서 발견된 여름 철새인 새호리기(멸종위기 동물 2급) 역시 어딘가에 날개를 부딪쳐 날지 못하다가 소방관들에 의해 구조가 이뤄진 상태였다. 왼쪽 날개가 축 쳐지면서 날지를 못하고 있어 사람의 눈에 띄지 않았다면 큰 위험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응급처치를 해야 할 상황은 아니어서 센터로 이송을 위한 절차만 간단하게 진행됐다.
때로는 부모가 사냥하러 간 사이에 사람들의 눈에 띄어 미아 새로 오인되는 일도 있어 이런 경우에는 성급하게 구조를 하기보다는 하루 정도는 부모 새가 다시 접근하는지를 기다려야 한다.
일정은 급하게 돌아갔다. 두 마리의 구조동물을 구조차량에 태우고서는 쉴 틈 없이 곧바로 센터로 이송작업이 이뤄졌다. 서둘러 치료를 해야지만 회복도 빨라질 수 있었고 언제 또 응급 전화가 걸려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센터로 조기복귀가 이뤄져야만 했다.
■ 인간과 야생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센터로 복귀해서는 일단 구조된 동물에 대한 종합적인 검진이 시작됐다. 수의사들은 부상 정도와 건강상태를 확인하면서 그에 따른 치료를 바로바로 진행했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와 재활을 해야 하는 경우 등 상황에 맞는 치료를 하고 재활과정을 결정했다.
어린 개체들은 인큐베이터에서 치유과정을 보내기도 했으며 부상 정도가 심한 동물들은 수의사들이 정성껏 마련해준 친환경 분위기의 입원실에서 회복단계를 진행했다. 일부 철새들은 치료과정이 길 경우 이동해야 할 시기를 놓치는 일도 있기 때문에 조기 치료와 재활이 중요했다.
이곳 센터에서 치료를 받는 야생동물 중에는 부상 정도가 심해 다시는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조류들도 있었다.
경남에서 발견된 이후 수차례의 방생 조치가 이뤄졌음에도 복귀할 수밖에 없었던 검은머리독수리와 시력을 완전히 상실한 수리부엉이, 뒷다리 두 개 모두 골절된 고라니들은 이곳 센터를 새로운 보금자리 삼아 남은 생을 살아가야 했기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른 동물들 역시 부상을 당하면서 생긴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는 수의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인간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그만큼 생존 영역을 위협받는 야생동물들의 고통에 안타까움이 앞섰다.
이러한 사회변화 속에 이곳 경기도야생동물구조센터는 앞으로 인간과 야생이 함께 어우러질 기회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2018년 완공을 하는 이곳 센터가 위치한 평택시 진위면 동천리 일대에 생물자원의 현지보존을 강화하고 다양한 생태교육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다.
특히 멸종위기종 복원, 연구에 그치지 않고 동물과 사람이 함께 공존하는 교육의 장을 마련할 예정이어서 어린 학생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기회와 환경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 우리가 보호해야 하는 의무 등을 일깨워 줄 것으로 기대된다.
사람에 의해 삶의 터전에서 내쫓기고 다쳐서 생사에 갈림길에 서기도 했던 야생동물들을 정성껏 돌보고 함께 하는 미래를 꿈꾸는 이곳 수의사들과 하루를 보내면서 기자도 자연과 인간이 공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정진욱기자
사진=김시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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