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역만리 타국에서 보다 나은 삶을 꿈 꾸며 대한민국에 정착한 이민자들 이야기다. 이들은 언어도, 문화도, 사람도 다른 낯선 한국 땅에 도착해 우여곡절도 많이 겪었지만, 이제는 한국인보다 더 한국사람처럼 살고 있다.
대한민국의 당당한 일원으로 국가와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어려운 이들을 돕고 있는 이민자들을 만나봤다.
안명애 _ 베트남서 시집온 ‘천사’
베트콩? NO!… 봉사달인 한국아줌마
센터 상담통번역사·다문화봉사단원 등
이웃 돕는 삶 앞장… 자녀에 멋진엄마
수원시 권선구에 거주 중인 안명애씨(39·여)는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 아홉살과 일곱살 두 아들의 엄마인 안씨는 수원시베트남교민회장, 수원시외국인복지센터 상담통번역사, 외국인주민 자율방범대장, 다문화 봉사단원 등 맡은 업무만 해도 수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안씨는 “베트남에서부터 남을 도우며 살고 싶었다”면서 “한국에서 꿈을 찾을 수 있게 됐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타인을 돕는 의미 있는 삶에 대해 몸소 보여주며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베트남 하이퐁시 출신인 그는 지난 2007년 한국인 여행객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한국으로 오게 됐다. 남편만 믿고 온 한국행이었기에 말도 통하지 않고 친구도 하나 없어 타지 생활은 견디기 어려웠다. 그런 그에게 도움을 준 것은 수원의 외국인복지센터. 이곳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동포 사람들을 만나 적응해갔다. 2010년 귀화해 지금의 이름을 받았다.
안씨는 “한국에 적응할 때 정말 힘들었기에 후배 동포들의 고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며 “의사소통이 원활한 지금은 어려운 처지의 동포들을 위해, 아이들에게 멋진 엄마로 보이고자 여러 활동을 도맡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도 몇몇 어르신들은 베트남인들에게 ‘베트콩’이라고 말하는데 정말 큰 상처가 된다”며 “귀화해 한국인이 됐지만, 아직 외국인에 대한 벽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동은기자
산업연수생이 사장님됐다
모국 전통음식점 승승장구 ‘유명세’
주민자치위원 등 지역사회 발전 동참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다문화거리의 칸티풀(KANTIPUR) 레스토랑. 가네쉬 리잘씨(39)가 네팔 전통모자인 ‘토피’를 쓴 채 반갑게 맞이한다.
네팔ㆍ인도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이곳은 네팔ㆍ인도풍의 장식들로 가득하다. 에베레스트와 안나푸르나 사진, 힌두교와 불교, 가네샤란 인도코끼리 신 벽걸이까지 걸려 있다. 가게 내부에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네팔과 인도 노래까지 더해지면 외국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게다가 현지에서 직접 공수해 온 향신료로 만든 커리와 탄두리치킨이 맛있기로 소문나면서 네팔사람은 물론 한국손님들까지 찾는 맛집이 됐다. 서울, 일산, 수원, 성남 등에서 꼬박꼬박 찾아오는 단골이 있을 정도. 자신만의 음식점을 꾸려나가는 것이 꿈이었던 리잘씨는 한국에 정착한 뒤 어엿한 음식점 사장님이 됐다.
그는 “명절과 휴일이면 네팔사람들로 가게는 꽉 들어찬다”며 “동포들이 이곳에서 네팔음악을 듣고 네팔 음식을 먹으며 향수를 달랜다”고 말했다.
리잘씨는 “1999년 산업연수생으로 처음 한국 땅을 밟았을 때 네팔 음식을 먹을 수 없어 식당을 운영하게 됐다”며 “한국 사람들에게도 네팔 음식을 선보이고 싶었다”고 밝혔다.
준비 끝에 2007년부터 식당을 시작한 그는 현재 4명의 네팔 동포들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외국인주민센터와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이제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받은 것 이상으로 베풀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는 3년 전부터 매달 하루 주민센터와 협조해 동네 어르신 25명을 모셔 네팔 음식을 대접하고 있다. 또 한 주에 3번 있는 네팔행 비행기가 오가는 날이면 동포들을 직접 공항까지 태워다 주며 120만원 가량의 표 값을 대신 내주기도 한다. 이 밖에도 그는 원곡동 주민자치위원과 법무부 범죄예방자원 봉사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서도 헌신하고 있다.
이런 그도 근심은 있다. 10년째 한국에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영주권 취득이 어려운 것. 그는 “매번 비자를 1년이나 2년씩 연장하고 있다”며 “매년 2천만원 가량의 세금도 성실히 내고 있지만 한국사회의 일원이 되기는 참 어려운 것 같다”고 한숨지었다.
이에 대해 최병규 KAIST 산업공학과 명예교수 겸 (사)한마음교육봉사단장은 “현 이민제도를 보완하고 사회적 캠페인 등을 통해 이주민들도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알리는 의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동은기자
한글·기술교육… 한국생활 ‘연착륙’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 6단계 운영
귀화·영주자격 변경 신청시 가점 혜택
경기도, 지원센터와 연계 취업교육 실시
각자의 꿈을 품고 한국을 찾은 이민자들, 그러나 말부터 통하지 않아 막막하다. 모든 게 낯선 이민자들에게 우리 사회는 교육의 기회부터 일자리 마련까지 한국에서의 생활과 적응을 돕고 있다.
8일 법무부와 경기도, 외국인지원센터 등에 따르면 여러 외국인 지원제도가 이민자들의 빠른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어 교육부터 직업훈련까지 정부와 각 지자체 지원센터가 연계해 지역사회 적응을 돕는 프로그램들을 운영 중이다.
법무부는 이민자들이 우리말과 우리 문화를 익혀 지역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사회통합프로그램(KIIP)’을 운영하고 있다. 1년여의 교육과정은 0단계부터 5단계까지 총 6단계로 이뤄지며 최대 465시간까지 이수할 수 있다.
0단계부터 4단계까지는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며, 마지막 5단계는 ‘한국사회의 이해’로 역사, 정치, 경제, 법률 등을 교육받는다.
한국어 사전평가에 따라 시작 단계를 배정받는다. 이 과정을 밟게 되면 귀화나 영주자격, 체류자격 변경 등을 신청할 때 가점이 주어지거나 한국어능력 입증 면제의 혜택을 준다.
신청은 사회통합정보망 홈페이지(www.socinet.go.kr)를 통해 온라인으로만 가능하다. 프로그램 운영기관엔 복지관과 외국인지원센터, 대학교 등이 해당하며, 현재 전국 310개소에서 1만7천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도내엔 65개소가 선정돼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 밖에도 각 지자체 센터에선 직업훈련도 진행하고 있다. 도는 올해 21개 시ㆍ군에 4천9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지역별 특성에 맞는 취업교육 사업을 지원한다. 수원시외국인복지센터는 연중 자격시험 취득을 위한 컴퓨터교육과 제과제빵사 바리스타 등의 취업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안산외국인주민센터는 운전면허(중국, 베트남, 러시아)와 피부미용사 등의 직업능력개발을 돕고 있다.
또 시화멀티테크노밸리사업과 연계해 공단 내 외국인 근로자에게 필요한 산업기술(도금, 정비)교육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종순 수원시외국인복지센터장은 “낯선 땅에서 의지할 곳도 없고, 물어볼 데도 없는 외국인들에게 모든 정보와 힘을 얻어갈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나고자 한다”며 “경기도와 수원시와 연합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들을 펼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동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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