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혐오 현주소] 외국인 범죄·차별 악순환 고리끊자

그들은 왜 범행을 저질렀나…
경기지역 외국인 살인·성폭력 등 강력사건 급증세
불법체류자 비인간적 대우… 한국인 혐오 괴물 양산
피부색·국가·언어로 불이익 없는 ‘인권의 가치’ 시급

제목 없음-1 사본.jpg
지난 2012년 4월, 한 중국인이 대한민국에서 벌인 잔혹한 범죄로 온 국민이 경악했다. 

외국인 잔혹 범죄의 대명사가 된 ‘오원춘 사건’으로 인해서다. 중국 국적의 오원춘은 당시 수원의 한 주택에서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수백조각으로 토막 내 충격을 줬다. 당시 ‘인육 유통설’ 등 온갖 의혹이 인터넷과 SNS 등에 제기되기까지 했다. 

이후 2014년 11월 제2 오원춘 사건으로 불린 박춘풍 사건, 2015년 4월 아내를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김하일 사건까지 모두 중국인이 벌인 잔혹한 범죄다. 

이같이 외국인들에 의한 잔혹 범죄가 계속 벌어지자 대한민국 사회에는 낯선 것, 이방인이라는 뜻의 ‘제노(xeno)’와 싫어한다, 기피한다는 뜻의 ‘포비아(phobia)’를 합쳐 만든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외국인 범죄의 이면에는 힘든 이방인 생활을 국내에서 하고 있는 이들의 현실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왜 이들이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원인 분석과 문제 해결을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매년 증가하는 외국인 범죄

지난 5월26일 양주시 한 아파트 단지내에서 스리랑카 국적의 D씨(31)가 20대 여성을 성추행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외국인 근로자인 D씨는 이날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피해자를 강제 추행했다. 아무생각없이 D씨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던 피해여성은 심한 정신적 충격으로 병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사건이 알려지자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지금도 외국인을 보면 겁이 난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올해 1월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은 190만명이 넘어섰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그동안 꾸준히 증가하면서 이에 따른 외국인 범죄 역시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경기도내 외국인 5대 범죄(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만 따져 봐도 매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경기남부와 북부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경기남부지역의 경우 2014년 1만69건에서 2015년 1만2천620건으로 외국인 범죄가 20.3% 증가했고 특히 살인 사건이 2014년 25건에서 2015년에는 30건으로 5건이나 증가했다. 성폭력도 전년대비 1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북부지역도 마찬가지다. 2014년 1천400건에서 2015년 1790건으로 1년세 외국인 범죄가 27.9%나 증가했다. 국적별로 보면 중국인이 67.8%로 가장 많이 차지했고 베트남 4.8%, 태국 4.6%, 우즈키스탄이 4% 순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체류 외국인 가운데 특히 외국인 근로자들의 증가가 외국인 범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은 “관광객을 가장해 국내에 들어온 불법체류자들이 사실상 범죄의 근원이 되고 있다”며 “그들이 경제적 이유 등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소공장에 자리잡은 외국인들이 불법체류자일지라도 해당 업체의 생산력 등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들이 겪는 업체의 부당한 대우,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등이 외국인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 외국인 노동자들 “우리도 피해자”

양주의 한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K씨(34)는 베트남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다.

 

K씨는 10년째 한국에서 생활을 하고 있지만, 불법체류자 신분이다. 공장측도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동안 K씨가 담당해온 업무가 공백이 생길 경우 생산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몰래 계속 일을 시키고 있다. K씨는 오랜 한국생활 탓에 한국어가 유창했다. 

K씨는 “체류기간이 만료돼 불법체류자가 됐다”며 “이게 잘못된 일이라고 알고 있지만 가족의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체류자다 보니 주변 시선도 불안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공장측에 아무런 요구를 할 수 없다”며 “일부 동료 외국인 근로자는 업체 대표에게 구타를 당했어도 신고조차 할 수 없었다”고 억울한 상황을 설명했다. K씨는 또 “돈을 받고 일하는 공장측의 부당한 대우는 그나마 참을만 하지만 한국사람에게 받는 모욕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휴일에 친구들과 거리를 지나거나 식당을 갈 경우 주변에서 욕을 하고 지나가는 등 싸늘한 시선을 매번 느껴서다. K씨는 “한국 사람들이 우리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고 느낄 만큼 여러가지 나쁜 상황을 겪는다”며 “이 때문에 우리들 가운데 경제적 이유도 있고 한국사람이 싫어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K씨의 말처럼 지난 3월 필리핀 국적의 T씨(40 여)가 의정부의 한 대형마트에서 주운 명품지갑을 돌려주지 않고 지갑 안에 있던 카드를 사용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불법체류자 신분이던 T씨는 편의점에서 우유를 사려다 분실된 신용카드로 확인돼 경찰에 붙잡혀 강제추방 됐다. 조사결과 T씨의 범행에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배경이 됐다.

 

제목 없음-2 사본.JPG
■ ‘다문화 사회’ 바라보는 의식부터 개선돼야

외국인 범죄의 급증이 외국인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을 키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인터넷 등에서는 외국인 혐오증으로 불리는 ‘제노포비아’ 현상이 이미 자리 잡았고 외국인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가 않다.

더 큰 문제는 외국인 이주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해소되지 않으면 ‘차별’에서 ‘범죄’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는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외국인에 대한 한국인들의 의식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는 진단했다.

 

이주민지원단체 ‘지구촌사랑나눔’이사장 김해성 목사는 소수 외국인들의 범죄에 대한 비판도 할 수 있지만 우선 한국인의 의식부터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한국사회가 단일민족을 주장하며 가난한 나라 사람을 배척하는 경우가 우리 주변에 많이 발생되고 있다”며 “한국사회가 다문화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들에 대한 우리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피부색, 국가, 언어 등 외국인들에 대한 인권을 보장 할 수 있는 사회구축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목사는 “의식 개선에 이어 둘째로 차별금지법 등을 통해 그들이 올바른 사회 정착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도 “어느나라 국적인이 이런 범죄를 저질렀다는 식의 외국인 범죄의 겉면만을 볼 것이 아니라 그들이 왜 범죄를 일으켰는지를 봐야 한다”며 “사회안에서 우리가 그들에게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는지 비판의 시선 반대편을 볼 때”라고 당부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정을 촉발한 건 결국 이민자 문제가 컸다. 전문가들은 영국이 이민자들에게 느낀 제노포비아(xenophobia), 즉 이방인 혐오가 브렉시트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체류 외국인 200만시대를 맞은 대한민국도 손놓고 지켜만 볼 문제는 아니다. 

송주현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