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현장체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 기동단속반

국산 둔갑 ‘수입 축산물’ 조사하면 다 나와… ‘매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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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가 농관원 경기지원 기동단속반과 함께 한 축산물 매장에서 거래내역서를 확인하고 있다.
슈퍼마켓이나 시장에서 장을 볼 때 가격 못지않게 중요하게 보는 게 있다. 바로 원산지 표시다.

 

‘고기 마니아’로 불릴 만큼 일주일에 서너 번씩은 돼지고기나 쇠고기를 사먹는 기자이지만, 아무리 꼼꼼히 살펴봐도 어느 게 수입산인지 국내산인지 제대로 구별할 수는 없다.

 

오로지 판매자가 말하는 대로, 진열대에 표시된 ‘원산지’를 믿고 상품을 고르고 값을 내는 게 고작이다. 대부분의 소비자 역시 마찬가지일 테다.

 

경제부 기자로 일하며 종종 원산지를 속여서 판매하는 행위가 횡행하고 있다는 기사를 작성할 때마다 더욱 씁쓸했던 것은 이러한 몇몇 불법 업소 때문에 소비자와 판매자, 생산자와의 믿음과 신뢰가 깨진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지난 3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원장 이재현, 이하 농관원 경기지원)을 찾아가 축산물 원산지 위반 단속현장에 함께 나섰다.

 

농관원 경기지원은 소비자에게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제공하고, 국내 농축산물의 올바른 유통질서를 확립하고자 원산지 관리와 품질검사 등을 시행하고 있다. 원산지 위반 업소를 단속하는 ‘기동단속반’의 하루는 예상보다 험난했다.

 

■ 시세차익 노린 ‘원산지 위반’ 기승… 험난한 하루의 시작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기지원은 경기도는 물론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전역을 담당하고 있다. 농관원 경기지원에는 관내 사무소 등을 포함해 원산지 현장 단속만을 전문으로 하는 기동단속반 인원이 40명이다. 총 20개 반으로 편성돼 원산지 위반을 집중적으로 단속한다. 

기동단속반은 ‘특별사법경찰관’으로 지명돼 수사권한이 있다. 농업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법무부가 진행하는 교육과정을 듣고, 이론과 전문적인 실습으로 실무를 익힌다. 단속, 서류 작성, 검찰 송치, 구속까지 농축산물 원산지와 관련해서는 일반 경찰과 똑같은 업무를 하는 셈이다.

 

농관원 경기지원 유통관리과 기동단속반은 1ㆍ2팀으로 나뉘어 있어 2인 1조, 혹은 3인 1조로 원산지 단속을 하고 있다. 특히 요즘 같은 휴가철에는 평일뿐만 아니라 주말, 야간 단속에도 나서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축산물 소비가 늘어나면서 축산물 원산지 위반 사례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농관원 경기지원에서는 지난 7월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경기도와 인천,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의 축산물 판매업소에 대한 원산지표시 위반 행위를 집중단속하고 있다.

 

이날 박종구 팀장과 임상균 주무관, 최현민 주무관, 조명현 주무관과 한팀이 되어 수원시 팔달구 관내의 축산물 판매소 현장 단속에 나섰다. 기자는 박 팀장임 주무관과 한 조가 됐다. 경력 14년차의 베테랑 박 팀장에게 단속 시 알아야 사항을 단단히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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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열된 축산물의 원산지를 확인해 보고 있는 기자.
드디어 단속에 나선 곳은 수원 팔달구 일대의 정육 마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나왔습니다.” 박 팀장의 말에 단속이 시작됐다. 축산물이 보관된 진열대를 꼼꼼하게 훑어 보며 원산지 표시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 확인을 했다. 거래명세서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축산물을 판매하는 업주들은 의무적으로 거래명세서를 보관해야 하는데, 수개월간의 거래내용을 꼼꼼하게 확인하며 실제 들여온 가격과 시세가 맞는지, 유통경로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이후 냉장창고에 보관된 수입산이 진열장과 같은지 재고를 확인해서 철저하게 수입산과 국내산 원산지 표시를 가려낸다. 특히 돼지고기는 쇠고기와 달리 단속하기가 쉽지 않다. 쇠고기는 한우와 수입산의 DNA가 달라 비교하면 되지만, 돼지고기는 육안으로 비교하는 것 말고는 딱히 다른 방법이 없다. 

항생제를 채취해 비교하는 방법을 할 수도 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다양한 검사방법을 개발 중이다.

 

하지만, 육안으로도 자세히 보면 국내산 돼지고기와 수입산을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임 주무관은 “국산은 수입산 보다 더 길이를 길게 늘어뜨리고, 색깔 등에서도 차이가 있다”고 알려줬다.

 

임 주무관의 말대로 수입산과 국내산을 늘어뜨려 비교하는 사이, 진열대를 확인하던 박 팀장의 눈에 쇠고기 이력번호가 잘못 표시된 게 들어왔다. 두 달 전에 들어온 소의 이력번호를 붙여놓은 것. 쇠고기 이력제는 사람의 주민등록번호처럼 소의 출생부터 도축 일자 등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는 표시다. 소비자들이 믿고 안심하고 농축산물 등을 살 수 있도록 하고자 시행됐다. 

하지만, 아직 쇠고기 이력은 신경 쓰지 않아 이력제가 표시된 매표를 바꾸지 않고, 수개월 전에 도축된 소의 잘못된 정보를 붙여서 판매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소비자에게 축산물의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려고 만든 만큼, 위반 시 4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하는 위반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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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가 원산지가 표시된 축산물을 들고 확인하고 있다
■ 진화하는 수법 맞서 꼼꼼히 단속… 명확한 증거 찾아내라!

그다음으로 향한 곳은 동네 정육점으로 깔끔하고 아담한 가게였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저희 업소는 한우ㆍ한돈만을 판매합니다’ 라는 플래카드가 커다랗게 걸려 있었다. 진열대를 꼼꼼하게 살펴보던 중 단속반의 눈에 미심쩍은 고기가 눈에 들어왔다. 진열대에 ‘국내산’ 원산지가 표시된 삼겹살을 꺼내 한 덩어리씩 확인 작업에 나섰다. 

임 주무관의 입에서 작은 한숨이 나왔다. 단속반 앞에는 진열대의 국내산 고기와 냉장창고의 국내산 고기, 냉장창고의 수입산 고기 3종류가 모두 나와 있는 상황. 비전문가인 기자가 보기에도 진열대에 ‘국내산’으로 표시됐던 고기는 냉장고에서 나온 수입산과 기름 모양, 길이, 색깔이 너무나도 같았다. 

이만하면 국내산이라고 더는 우기기 어려운 상황. 주인은 끝까지 발뺌했다. 임 주무관은 “돼지고기는 쇠고기와 달리 국내산과 수입산의 구별이 어려워 위반을 해도 잡아떼는 업주들이 많다”면서 “단속을 하기가 쉽지 않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칼을 들고 작업을 하는 이들에게 자백을 받아내려면 간담이 서늘해질 때도 잦다고 한다. 무엇보다 잡아떼는 업주들의 기세에 눌리지 않도록 명확한 증거를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 거짓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우기는 주인과의 실랑이가 벌어진 지 한 시간 반여가 흘렀을까. 

결국, 상점 주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진술서를 작성했다. 수입산을 국내산으로 거짓 표시해 판매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 형사처벌을 받는다. 

또한, 위반 업소명과 위반사항이 한국소비자원, 농관원 누리집 등에 공개되며, 상습범은 가중처벌을 받는다. 상습자를 엄벌하고자 2년간 2회 이상 거짓 표시한 경우에는 위반금액의 4배 이상 과징금을 부과한다. 원산지를 미표시한 경우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이번 단속에 적발된 업주는 다음날 오전 농관원 경기지원으로 출석해 조사 등을 받고 나서 형사처벌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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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가 임상균 주무관과 함께 국내산과 수입산 삼겹살을 비교해 보고 있다.
지속적인 단속에도 원산지 표시 위반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가격 차이 때문이다. 농산물은 수입산과 국내산이 크게 7배가량 차이가 나고, 축산물은 2~3배 차이가 난다. 벌금을 낸다고 하더라도 큰 시세 차익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유혹에 빠진다는 거다. 특히 FTA로 관세가 줄어들고 수입 물량이 늘어나면서 이러한 원산지 표시 위반은 더욱 횡행하고 있다. 

축산물 원산지 집중단속이 시작된 지난달 1일부터 이달 3일까지 적발된 업소만 해도 81개소에 달한다. 수입산을 국내산으로 속여서 판매하는 원산지 거짓표시 업소가 85개소, 원산지 미표시 업소가 23개소로 위반 품목도 돼지고기, 염소고기, 닭고기, 쇠고기 등 다양했다.

 

원산지 표시가 이처럼 중요한 이유는 뭘까. 소비자들에게 알권리를 제공하고, 그에 합당한 가격을 내도록 할 뿐만 아니라 농축산물의 올바른 유통질서를 정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FTA로 수입산 농축산물이 밀려들어 오는 상황에서는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날 기동단속반으로 업소 단속에 나선 곳은 4곳. 이 가운데 1곳이 거짓표시로 적발됐다. 

원산지를 속여서 판매하는 업소를 기사로만 작성하다가 실제로 마주하니 허무함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러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줄이고 건전한 농축산물 유통질서 확립해 기여하는 기동단속반으로 경험해보니 조금은 안심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묘해지는 위반 수법, 업주들과의 실랑이로 어려움은 많지만, 원산지 기동단속반이 건전한 농축산물 유통질서 확립에 기여한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오늘도 현장을 누비고 있기 때문이다.

 

정자연기자

사진=오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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