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육상 스타 산드라 페르코비치(26)는 17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원반던지기 결승에서 6번 기회 가운데 한 차례만 원반을 필드 안으로 넣었다. 그러나 이 한 차례면 충분했다. 페르코비치는 이날 69m21을 던져 66m73을 던진 멜리나 로베로 미숑(프랑스)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페르코비치가 금메달을 확정짓자 크로아티아 전역이 들썩였다. 단순히 금빛 소식이 전해져서가 아니다. 크로아티아 국민은 페르코비치를 긍정의 아이콘으로 여긴다. 페르코비치는 평소 “패배도 잠시뿐, 영원하지 않다. 두렵지 않다”는 말을 자주 한다. 한 차례 죽음 문턱까지 갔던 터라, 삶을 더 긍정한다.
페르코비치는 18살 때 의사의 오진과 수술 실패로 생사를 오갔다. 시작은 2008년 12월25일 크리스마스였다. 복통을 느껴 응급실에 실려 간 페르코비치는 작은 병원에서 ‘위염’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복통은 가라앉지 않았다. 실신하고 나서야 큰 병원으로 후송됐고, 그때 자신이 급성 충수염이란 걸 알았다.
수술이 너무 늦었다. 성공적이지도 않았다. 1년 뒤 재수술을 받았지만, 회복을 확신할 수 없었다. 페르코비치는 “당시 의사가 내 어머니에게 ‘지금 상황을 보면 사망 확률이 90%가 넘는다.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페르코비치는 잘 버텼다. 병상에서 일어나 다시 원반던지기를 시작했을 때 의사는 “기적을 봤다”고 했다.
페르코비치는 2012년 런던올림픽 때도 이 종목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섰다. 이후 2013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 2014년 취리히 유럽선수권에서도 정상을 지켰다. 2015년 베이징 세계선수권에서 2위로 잠시 주춤했지만, 페르코비치는 리우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며 다시 ‘여제’ 자리를 되찾았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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