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아래 아로니아 수확 순식간에 ‘땀샤워’ 헉헉!
뜨거운 햇볕을 막기 위한 밀짚모자도 무용지물. 체온을 낮춰 준다는 팔토시도 이미 벗어던진 지 오래다.
기록적인 더위가 정점을 찍은 8월 중순. 사무실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는 대신 널찍한 농장 한복판에서 아로니아 나무와 한바탕 씨름을 벌였다.
령을 배우고 있는 모습.
그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옆에 서 있던 개그우먼 김미화씨가 한마디 했다.
“힘 좀 내봐. 기자 양반”
■ 농약 한방울 안쓴 진짜 ‘친환경 농산물’
지난 19일 경기도가 추진 중인 따복(따뜻하고 복된)공동체 체험활동 ‘따복아 놀자’에 동참하기 위해 김포시 하성면 봉성리 소재 ‘아로니즈 농장’을 찾았다.
‘따복아 놀자’는 마을공동체와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방송인 및 청년공동체 활동가들이 팀을 이뤄 따복공동체 분야별 대표사례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날 아로니아 농장체험에는 개그우먼 김미화씨가 동참해 청년 체험단과 함께 구슬땀을 흘렸다. ‘따복아 놀자’ 문구가 새겨진 체험단 티셔츠를 받아 입고 농장으로 들어갔다.
내리쬐는 햇볕을 막기 위해 밀짚모자를 썼고 자외선 차단은 물론 체온까지 낮춰 준다는 기능성 팔토시도 착용했다. 나름 만반의 준비다. 8월 중순. 아로니아 수확기인 만큼 잘 익은 아로니아 열매를 따서 바구니에 담는 비교적 간단한 작업이 진행됐다.
머리에 덮어 놓은 밀짚모자는 무용지물이었고 기능성 팔토시도 이미 벗어던졌다. 아로니아 열매를 따기 시작한 지 고작 20여 분. 온몸에 땀이 흥건했다. 허리를 두어 번 두드리며 일어나 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다른 체험단도 똑같겠거니 하고 주변을 살폈지만 아쉽게도(?) 달랐다.
‘반농부’ 김미화씨와 ‘젊은 피’ 청년체험단은 찜통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아로니아 열매 수확에 여념이 없었고 그들 옆에 놓인 바구니는 아로니아 열매가 묵직하게 채워졌다.
오른손에 들고 있던 바구니를 들여다 봤다. 그리고는 민망함에 허리를 두어 번 더 두드리고 다시 아로니아 수확을 시작했다. 이곳 농장에서 생산되는 아로니아는 농약이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은 친환경 농산물로 농약검사만 320여 가지를 거치고 있다고 한다.
소비자들에게 ‘아로니즈 농장에서 재배된 농산물은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무농약 농법, 철저한 위생관리 등 건강하고 안전한 농산물 생산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게 유철 아로니즈 농장 대표의 설명이다.
유 대표가 설명하자 수확 중이던 체험단들이 하나둘 아로니아 열매를 크게 베어 물었고 옆에 서있던 김미화씨는 손수 딴 아로니아 열매를 기자에게 건냈다.
“젊은 기자가 이정도 더위에 빌빌대면 어쩌나. 힘 좀 내봐요”
수확한 아로니아는 포장ㆍ판매를 위해 마을기업 ‘엘리트 농부’가 운영하고 있는 김포 로컬푸드매장으로 운송된다.
엘리트 농부는 민간 최초의 친환경 로컬푸드직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마을기업으로 지역주민들이 힘을 모아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등 지역농가 소득증대를 목표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 김포 로컬푸드매장에서는 지역 농민들이 자신들이 재배한 농산물을 가져와 직접 포장하고 바코드를 붙여 판매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장수 엘리트 농부 대표는 “농산물의 유통 단계를 최소화해 그 소득을 열심히 농사를 짓고 땀 흘린 농민들에게 돌려주는 게 바로 로컬푸드”라며 “소비자들이 로컬푸드를 많이 이용해줘야 농가 소득이 올라가고 농업도 한층 활성화돼 더 좋은 농산품이 다시 소비자에게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로컬푸드매장 내부에 마련된 별도 공간에서 아로니아 열매의 포장작업이 진행됐다.
네모난 투명 용기에 앞서 농장에서 수확한 아로니아 열매를 차곡이 담아 밀봉하면 된다.
단 친환경 농산물인 만큼 생과로 아로니아 열매를 즐기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에 포장 단계에서도 철저한 위생관리가 필수다. 저울 위에 용기를 올려놓고 무게를 재가며 아로니아 열매를 담으면 되는데 1㎏을 정확히 담아 내기가 그리 간단치가 않다.
“용기에 아로니아 열매를 덜 담는 것은 안 되지만 조금 더 담는 것은 상관없어요. 농부의 ‘정’까지 채워 넉넉히 담아 주세요”
굳이 1㎏을 오차 없이 맞추려 애쓰는 모습을 본 유철 대표의 일침이다. 포장작업을 시작한 지 시간이 꽤 지났다. 포장된 아로니아 상자를 보며 흡족해하고 있는데 유철 대표가 팔을 잡아끌었다. 사실상 마무리 단계인 바코드와 친환경 인증 스티커 출력 및 부착 작업이 아직 남았다.
전자 모니터에 상품명과 중량, 가격, 상품 개수 등을 차례로 입력하면 곧바로 바코드와 친환경 인증 스티커가 출력된다. 포장된 아로니아 용기 상단에 바코드와 인증 스티커를 붙인 뒤 완성된 상품을 가판대 위에 얹었다.
개그우먼 김미화씨는 “농사를 짓는 농업인으로서 우리 농산물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참여했는 데 이렇게 지역농업을 위해 마을공동체와 사회적기업이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러움을 느꼈어요.
저희 동네에도 이러한 공동체가 있었으면 좋겠네요”라며 “소비자들도 우리 농산물의 가치를 꼭 아셔야 하고 이런 사회적통합을 도와주는 따복공동체가 더 확대됐으면 좋겠어요. 청년부터 어르신 농부까지 세대를 넘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농사의 꽃은 새참이라고 누군가 말했던 것 같다. 체험단 앞에 수고(?)한 만큼의 성찬이 차려졌다. 연예인과 농부, 청년체험단, 기자 등 흔히 볼 수 없는 조합이 새참상을 둘렀고 이내 아로니아 열매를 수확하느라 미처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박 기자, 농부 일일체험 어땠어요. 할만 했나요?”
유철 대표의 갑작스런 물음에 불과 몇시간 전 폭염 속에서 주저앉을 뻔한 기억을 까맣게 지웠다.
“언제든 불러만 주세요!”
최근 지역마다 다양한 분야의 공동체가 형성돼 활발한 활동을 펼쳐 나가고 있다. 굳이 농업 분야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주변의 공동체를 찾아가 그 일원으로써 지역을 위해 활약해 보는 것은 어떨까.
박준상기자
사진=김시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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