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광범 기자의 1일 체험] 부평안전체험관, 재난대응 교육

▲ 양광범기자 부평안전체험관 일일체험 JYJ_7370

2016년, 대한민국의 화두는 안전이다.

 

누구나 매일같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수단, 길거리 곳곳에 설치된 지하공간·환풍기, 수천여명이 오가는 다중이용시설 등 일상적인 공간에서 뜻하지 않은 사고가 발생해 수백명의 안타까운 목숨이 희생되는 일을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설사 가만히 집에 앉아있어도 땅이 주저앉는 지진 발생이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다. 더이상 대한민국에 안전지대는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그러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안전의식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수천t에 달하는 대형 선박이 차가운 바딧물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데도 ‘가만히 있으라’라는 대응이 고작이다. 최근 경북 경주에서 진도 6.0에 육박하는 대형 지진이 잇따르면서 지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집·회사 건물의 대피요령을 숙지하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일상에서 안전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은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필수수단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체험위주 안전교육으로 불의의 사고에 대비하고 안전의식을 높이자는 취지로 인천지역에서 유일하게 운영 중인 부평안전체험관을 찾아 일상생활의 안전대처 요령을 직접 체험하고 왔다.

 

■ 재난은 우리 곁에 있다

인천시 부평구가 운영하는 부평안전체험관은 인천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재난발생 상황을 실제상황처럼 체험할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시설이다. 부평구 민방위교육장 건물 1층, 3층, 4층을 사용하는 이곳에서는 크게 사회재난, 자연재난 2가지로 분류된 일상생활에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공간이 조성됐다.

 

지난 2012년부터 민방위교육시설로 첫발을 뗀 체험관은 지난해 6월 체험시설을 대폭 개선하며 부평안전체험관으로 새롭게 재탄생했다. 자연재난인 해상, 풍수해 체험(선박 탈출), 지진 및 심폐소생술, 완강기 사용 탈출 체험을 할 수 있으며, 사회재난인 지하공간 탈출, 생활안전체험(소화기 사용), 교통안전체험(안전벨트 사용, 교통시설) 등도 할 수 있다.

 

복잡한 마음으로 1층 로비에 들어서니 설치된 대형 안내판에 한반도 지도 모형으로 최근까지 발생한 주요 재난 사례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여기에는 지난 2014년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부터 영종대교 105중 추돌사고(2015),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2014), 삼풍백화점 붕괴(1995) 등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대형사고가 망라돼 있었다. 직접 겪은 사고는 아니었지만, 언제든 내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일순 가슴이 무거워졌다.

 

건물 4층에 있는 체험관 사무실을 방문, 김영란 교관을 만나 오늘 교관 체험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체험관은 하루에 최대 3차례, 105명까지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으며 연간 방문객은 4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김 교관은 “경북 경주에서 지진이 잇따르다 보니 특히 지진체험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체험시설과 병행해 지진발생시 행동요령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고민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천 유일의 체험관이다 보니 인천 뿐 아니라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서도 많이 찾고 있다”며 “타 지자체 관계자들도 체험관 운영에 대한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닌게아니라 사무실에는 이미 경기 안양시의 공무원이 찾아와 체험관 운영에 관한 사항을 문의하고 있었다. 안양시 관계자는 “안양지역에도 체험관 조성을 계획하고 있어 부평안전체험관 전반에 대해 견학하러 왔다”고 말했다.

 

체험시설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교관전용(?) 조끼를 착용하고 체험시설로 진입했다. 실제 생활공간과 동일한 크기의 시설들을 지나치다 보니 일상과 동떨어진 체험관이 아니라 마치 동네를 지나가는 것 같았다. 재난은 어쩌면 우리 곁에서 우리가 하는 행동들을 지켜보고 있는 것 아닐까.

 

기자가 해상 풍수해 체험관에서 선박탈출 체험을 실시하고 있다.

■ 부엌이 흔들리고 지하상가 불이 꺼지고... 우리의 일상이 무너진다

처음으로 향한 곳은 지진 체험장. 일반 가정집 부엌을 옮겨놓은 듯 식탁과 냉장고, 가스레인지와 각종 그릇이 얌전히 놓여 있는 평범한 모습이다.

 

이 곳에서는 진도 3.0, 5.0, 7.0 등 3가지 상황을 직접 느껴볼 수 있다. 김 교관은 “과거에 지진이 발생하면 가스벨브를 잠가야 한다는 일본의 메뉴얼을 그대로 가져왔는데, 지금은 지진이 발생하면 머리를 보호하고 무조건 숨어 있어야 한다”고 바뀐 대응지침을 설명하며 “지진의 흔들림은 1~2분가량 지속된 뒤 소강 국면에 접어들기 때문에 흔들림이 있을 때는 대피해 있다 멈추면 즉시 탈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자와 담당 공무원 등이 부엌 안에 들어서자 진도 5.0의 흔들림이 덮쳐왔다. 미리 배운대로 방석으로 머리를 감싸고 식탁 아래로 들어갔는데 흔들림이 꽤 심했다. 최근 경주를 덮친 지진이 5.8이라 하니 상당히 위험한 수준이었다는 것이 새삼 느껴졌다.

 

이어서 들어선 곳은 지하상가. 부평역 일대의 지하상가가 세계 기네스북에 등재될 만큼 넓어 거의 미로 수준이라는 점에 착안한 지역 맞춤형(?) 재난시설인 셈이다. 필자도 인천에 10년 넘게 거주하면서 수도 없이 방문한 곳이나 자주 가는 곳을 제외하고 전체 지리를 다 알지 못한다.

 

불이 꺼진 지하상가는 좁고 어두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기어가다시피 손을 벽으로 짚어가며 2~3분 가량 어둠 속을 헤매이다보니 이윽고 탈출구가 나왔다. 평소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던 빛이 이렇게 반갑기는 처음이었다.

기자가 재난 발생 시 피해자심폐소생술 실습을 하고 있다.

끝으로 심폐소생술과 고층건물 완강기 사용, 선박 탈출법을 체험할 수 있는 교육장으로 향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조성됐다는 선박 탈출 체험시설은 실제로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선박에서 바다로 뛰어내리도록 되어 있어 등골이 오싹했다.

 

김 교관으로부터 턱을 잡고, 코를 막고, 다리를 모으고, 중요부위를 가리라는 사전교육을 받았지만, 막상 뛰어내리려고 하니 이 모든 것들이 기억나지 않을 만큼 머릿속이 새하애졌다. 대피요령이 몸에 익어야 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니었다.

 

■ 안전불감증 극복, 반복훈련이 답이다

부평안전체험관은 참가자들에게 체험 종료 후 상세한 설문조사를 받아 이를 바탕으로 보다 실전같이 체험관 프로그램 운영을 개선하고 있다. 특히 전체 1시간 30분가량 걸리는 체험시간이 학생들에게는 길게 느껴질 수 있다는 판단으로 전체 8개 체험시설을 하루에 체험하는 대신 화목토/일수금 등 2개로 이원화해 체험효과를 극대화화는 노력도 진행 중이다.

▲ 기자가 자연재난체험관에 마련된 완강기 탈출 체험을 하고 있다.

김영란 교관은 “체험관을 찾는 이용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이 있다. 체험관에 조성된 8가지 재난상황이 실제 생활공간에서 일어나지 않는다고 절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고 강조하며 “단지 하루 체험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재난이 발생하면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자신과 주변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체험은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히 인천지역 학생들이 체험관을 많이 방문해 어렸을 때부터 재난 대처능력을 키우는 살아있는 교육을 많이 받을 수 있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양광범기자

사진= 장용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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