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현장체험] 용인동부경찰서 기동순찰대원

강력범죄 도사린 밤거리 시민안전 불밝힌 매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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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인동부경찰서 기동순찰대 일일체험에 나선 권혁준 기자가 장성필 기동순찰대장을 비롯한 대원들과 처인구 금령로 일대 유흥가를 순찰하고 있다. 용인동부서 기동순찰대는 관련 부서와 관할구역 등에 관계없이 필요한 곳곳에 경력 지원으로 치안유지에 힘쓰고 있다.
“사건발생! 사건발생! 처인구 이동면 가폭(가정폭력)발생”

 

새벽 1시30분 승합차량을 타고 관내 순찰을 이어나가던 용인동부경찰서 기동순찰대원들의 무전기가 요란하게 울렸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4팀 소속 김영호 경사(42)가 반대편으로 급히 핸들을 돌렸다.

 

“아빠가 중학생 딸을 때린다”는 어머니의 신고 내용. 가족 간에 일어난 신고지만, 자칫 큰 사건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한 최종성 4팀장(경위ㆍ44)과 김봉욱 경장(35)의 손놀림도 바빠졌다.

 

잠시 후 도착한 한 아파트. 현관을 열고 신고자 집에 들어가자 예상과 달리 평온한 모습.

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데다 어머니가 술에 취해 신고한 점으로 미뤄 가정폭력으로 처리할 수 없다고 판단한 4팀원들은 가족들에게 가정폭력으로 처리되는 절차를 설명해 준 뒤 발걸음을 돌렸다.

 

“휴~” 힘이 빠지긴 했지만, 급박했던 순간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어둠이 짙게 내리 깔린 도심의 밤은 위험하다. 언제 어디서 어느 누구를 대상으로 할지 모르는 각종 범죄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곤히 잠든 밤, 1분1초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용인동부경찰서 기동순찰대 일일 대원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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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가 기동순찰대장에게 관할구역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용인시민 든든한 수호자 ‘기동순찰대원’ 떴다!

지난 4일 오후 8시, 용인동부서 일일 기동순찰대원이 되기 위해 경찰서로 향하는 도중 전화벨이 울렸다.

 

“서둘러 오세요. 이동면에서 노인 미귀가 신고가 접수돼 우리도 빨리 현장에 나가야 되니까요.”

장성필 기동순찰대장(경감ㆍ45)의 전화였다. 

경찰서 도착 전부터 신고접수라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서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장 대장을 비롯해 4팀원들 틈에 섞여 얼떨결에 순찰차에 올라탔다. 

이미 기동순찰대 다른 팀원들과 여성청소년계 직원들은 현장에서 노인 수색 작업에 나선 상황. 순찰차가 경찰서 정문을 빠져나오기가 무섭게 또 무전이 들어 왔다. 

관내 한 초등학교에서 고성과 비명소리가 들린다는 신고. 순찰차는 급히 학교로 방향을 틀었다. 일일 대원을 비롯한 대원들이 교문을 통과하자 운동장 스탠드에 10대 청소년으로 보이는 학생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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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가 기동차량을 타고 현장으로 출동하고 있다.
“별일 아니어야 할텐데…”

대원들과 직접 다가가 확인해보니 서로 게임을 하다가 소리를 지르자 인근 주민이 범죄의심 신고를 한 것이었다. 하지만, 대원들은 곧바로 철수하지 않고, 손전등을 비추며 학교 곳곳을 순찰한 뒤 별다른 문제가 없는 점을 확인한 뒤에야 학교를 빠져나왔다.

 

“이렇게 사소한 신고도 혹시 중요 범죄로 연결될 수 있는 만큼 ‘번개’처럼 출동해 꼼꼼히 확인을 해야 한답니다.” 최 팀장이 말했다.

 

대원들과 순찰을 돌던 밤 10시40분께 또 무전이 왔다. 이번에는 처인구 시내 한 마트 앞에서 “차량이 후진을 하면서 자신을 치고 가길래 붙잡았다”는 내용이었다. 즉시 현장에 도착한 대원들이 신고자로부터 자초지종을 듣자 주차한 차를 출발하기 위해 잠깐 후진하다가 서 있던 신고자의 몸에 살짝 닿았다는 것이다. 

대원들의 중재로 운전자는 미처 사람을 보지 못하고 차를 이동한 자신의 과실을 인정했고, 보험처리로 보상해주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각종 범죄는 물론 중재까지 대원들은 잠시도 쉴틈이 없었다.

 

때마침 반가운 무전이 왔다. 미귀가 신고가 들어왔던 70대 노인을 수색 끝에 찾았다는 내용. 대원들 얼굴 모두에 안도감이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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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가 기동차량을 타고 현장으로 출동하고 있다.
■ 촘촘한 범죄예방 그물망… 4개팀 대원 26명 ‘불철주야’

잠시 경찰서 사무실로 복귀해 장성필 대장으로부터 기동순찰대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지난 7월14일 발족, 이제 막 4개월차에 접어든 용인동부서 기동순찰대는 장 대장을 비롯해 4팀, 총 26명으로 구성됐다. 

순찰차 4대, 승합차량 1대 등 5대의 순찰차를 운영하며 각종 범죄 진압 장비를 갖추고 경찰서 관할 전 지역을 담당하고 있다. 기동순찰대는 하루 2팀씩 근무하며 오후 6시 츨근해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심야 순찰 및 범죄발생 시 현장검거에 나선다.

 

순찰차 2대는 기흥지역에 다른 2대는 처인지역을 담당하며, 승합차량이 일종의 본부역할을 하며 이들 순찰차량을 진두지휘하는 시스템이다.

 

기존 지구대와 파출소와 달리 기동순찰대는 경찰서 관할구역을 전체로 해 관할에 얽매이지 않고 범죄예방 순찰활동을 하거나 유기적이고 전략적인 선제적 대응으로 범죄예방에 앞장서고 있다는 게 장 대장의 설명이다. 한마디로 지구대와 파출소를 광역으로 지원하는 치안의 중심역할을 담당하는 셈이다. 현재 경기지역에는 모두 10개 경찰서에서 이같은 기동순찰대를 운영 중이라고 한다.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 졸음이 밀려왔다. 그러나 대원들의 눈은 수시로 차창 밖을 내다보며 순찰 업무에 여념이 없었다. 역시 강력계 형사 등 유능한 직원들로 선발된 베테랑 기동순찰대원들 다웠다.

 

이때 한 식당에서 도박판이 벌어지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순찰차 안에 있던 대원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만약 집단 도박일 경우, 단속 과정에서 폭력 등으로 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대원들을 허탈하게 하는 신고였다. 식당은 불이 꺼진 채 문이 잠겨 있었고, 주변 어디에서도 사람은 커녕 쥐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을 뿐이었다.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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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를 비롯한 기동대원들이 발빠른 대응으로 순찰차 3대가 동시에 사고현장에 도착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 3개월새 신고율↓·현장 범인 검거율↑ 맹활약

용인동부경찰서 기동순찰대는 발족과 동시에 두드러진 활약을 나타내고 있다. 신속한 출동으로 중요 피의자를 현장에서 검거했고, 적극적인 수색을 통해 미귀가 치매노인과 청소년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발족 첫날에는 “조건만남을 하려는 남자 차에서 못 내리고 잡혀 있다”는 112신고를 접수하고 신속히 도주로를 차단, 추적해 여중생을 폭행하고 감금한 피의자를 30분 만에 검거했다. 

또 지난 9월15일 추석 당일에는 정신과 진료를 받은 전력이 있는 중학생이 집을 나갔다는 신고를 받고 일대를 샅샅이 수색해 하천으로 들어가려는 학생을 가까스로 구조해 내기도 했다.

 

용인동부경찰서는 기동순찰대 발대 이후 112신고 건수가 12.8% 감소한 반면 현장 범인 검거율은 증가하는 등 치안 여건이 크게 좋아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어느덧 끌날 것 같지 않았던 밤샘 근무가 마무리됐다. 지난 밤사이 들어온 112신고 건수는 모두 21건. 연휴가 지난 바로 다음날이었기에 다른 날보다 신고가 적은 비교적 평온한(?) 날이었다. 특히 강도나 강간, 침입절도, 집단폭행과 같은 강력범죄도 발생하지 않아 일일 기동순찰대원은 무난히 체험을 마칠 수 있었다.

 

이왕민 용인동부경찰서장은 “날로 증가하는 강력범죄로부터 용인시민을 보호하고, 특히 여성범죄에 대한 불안감 해소를 위해 기동순찰대를 유치했다”고 유치 배경을 설명했다.

이 서장은 이어 “언제나 시민 곁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용인 시민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며, 앞으로도 범죄로부터 안전한 용인동부지역을 만들고자 총력 대응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체험을 마치고 기동순찰대 사무실 앞에 내걸린 직원들과 그의 가족들이 사진과 메모를 걸어놓은 ‘365 해피트리’가 눈에 띄었다. 그 중 한 글귀가 와닿는다. ‘신고출동은 번개처럼! 의무위반은 거북이처럼(다시 한번 새기고 자제하자)!’

 

오늘밤도 용인동부서 기동순찰대원들은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숨가쁘게 현장 곳곳을 누빌 것이다.

 

용인=권혁준기자

사진=오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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