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
위대한 시민이 보여준 역사적 행사였다. 220년 전(1895년) 정조대왕의 화성(華城) 능행차가 감동적으로 재현됐다. 이어진 전체 행사 길이만도 기록적이다. 서울 창덕궁에서 수원 연무대에 이르는 총 47.6㎞에서 개최됐다. 한강 위로는 정조대왕 행렬이 건넜던 배다리가 재현했다.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거의 모든 행사의 단위는 시군이다. 심지어 같은 행사가 시군별로 쪼개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지역과 행정구역을 초월해 이뤄졌다. 무엇보다 우리가 기억하려는 건 감동적인 시민 정신이다.
행사 첫날의 주인공은 서울시민이었다. 창덕궁에서 노들섬에 이르는 10.39㎞였다. 연도에 늘어선 수많은 서울시민이 처음 접하는 행렬을 환영했다. 뜻밖에 역사적 행사를 목격하게 된 외국인 관광객들도 함께했다. 시민들은 교통 불편함을 불평 없이 감수했다. 참여 인원 가운데 100여명은 자율적으로 사전 모집에 의해 참여한 시민들이었다. 본 행사가 벌어진 노들섬에는 서울시민들이 직접 마련한 먹거리를 관광객들에게 나눠줬다.
둘째 날 보여준 안양, 의왕시민의 모습도 훌륭했다. 안양역에서는 정조 맞이 국악 한마당, 격쟁 등의 행사가 치러졌다. 만성적 교통체증으로 행사 개최가 쉽지 않은 구간이었다. 하지만, 안양시민들은 행사 내내 성숙한 모습으로 행사를 보호했다. 의왕시 기업은행 사거리에서의 행사도 감명 깊었다. 남사당놀이와 사미의식 등을 통해 역사 교육의 현장 삼으려는 시민들로 넘쳐났다. 두 지역 시민 모두 처음 참여하는 행사였음에도 질서와 참여 모두에서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 구간인 수원에서의 시민의식은 절정에 달했다. 수원 구간 대로변에는 수천개의 등이 설치됐다. 수원시민들이 1만~30만원까지 부담하며 직접 참여한 징표였다. 행사를 따르는 시민 행렬도 장관을 연출했다. 수원 장안문에서 연무대는 행사 행렬을 함께 하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일부 구간의 교통은 전면 통제됐다. 하지만, 행사 기간중 질서는 완벽에 가까웠다. 특히 수만명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행렬을 따르며 연출한 모습은 시민 주도 행사가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부족한 부분은 있었다. 처음 참여한 서울 구간에서의 준비 부족이 있었다. 배다리의 재현은 현실적 한계로 군(軍) 시설로 대치해야 했다. 무엇보다 화성시가 빠진 점은 크나큰 아쉬움이다. 능행차의 화룡점정이라 할 화성 구간이 빠졌다. 그 원인과 책임은 시간을 두고 따져봐야 할 문제다.
그럼에도, 이번 행사는 위대한 시민이 만든 역사적 행사라는 기록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행렬을 따르던 시민, 행렬을 격려하던 시민, 교통 불편을 감내하던 시민, 자원 봉사에 희생을 감당하던 시민이 모두 행사의 주인공이었다. 진정한 지역 행사는 지역민이 중심이 되는 행사다. 이 평범하지만 쉽게 경험하지 못했던 교훈을 분명히 아로새긴 ‘2016 정조대왕 능행차’였다. 2017년에도 다시 볼 수 있길 바란다. 모 다큐멘터리의 제목처럼 ‘지상 최대의 정조대왕 능행차’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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