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국회가 개원된 지 벌써 4개월 반이 되어 가고 있다. 지난 5월30일부터 임기가 시작된 제20대 국회는 4·13총선에서 협치를 하라고 유권자들로부터 엄한 명령을 받았다. 총선 직후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개원이 되면 의원들이 가지고 있는 면책 특권, 불체포 특권을 내려놓고 일을 하지 않으면 세비까지 반납하겠다고 요란하게 큰소리로 국민에게 약속했지만, 133일 지난 현재 국회 성적표는 너무도 초라하여 이런 국회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고 있다.
지난 4개월 반 동안 국회가 한 일이라고는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비롯한 원구성과 추가경정예산의 통과가 전부이다. 수차례 임시 국회가 개최되었지만 국민들에게 기억되는 의정활동은 정세균 의장의 개회사 파동, 김재수 장관 해임안 가결,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단식, 국정감사 파행 운영 등과 같은 협치 아닌 여야가 서로 싸움만 하는 난장판 국회만 연상하게 된다.
지난 10월 3일 현재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총2천564건의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상당수의 법안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일부 검토된 법안으로 해당 상임위가 법안 심의를 적극적으로 진행하면 통과든 폐기든 처리될 수 있음에도 현재까지 그대로 낮잠을 자고 있다.
제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였다는 제19대 국회보다도 법안 처리 실적은 더욱 떨어지고 있다. 19대 국회의 경우, 비슷한 기간, 최소 3건이 법안이 통과된 실적이 있는데, 현재는 그마저도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국회의원의 약 9%는 단 한 건의 법안도 발의하지 않았으니, 4개월 반 동안 무슨 의정활동을 하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의정활동은 입후보자 시절 전혀 준비하지 않고 국회의원 당선을 위한 선거운동에만 몰두했단 말인가. 물론 과거 국회에 제출된 법안을 의정활동을 열심히 한다는 명목으로 건수 채우기 위하여 ‘재탕 삼탕’식으로 적당히 수정하여 보여주기 식의 법안 제출도 상당수 있어 이런 잘못된 관행은 시정되어야 한다.
여소야대 국회가 이번 처음은 아니다. 예로 제13대 국회도 여소야대 국회였지만 당시 4당 원내 총무들이 협치 정신을 발휘, 헌법재판소 설치 같은 중요 쟁점 법안을 처리했는데, 30년이 지난 제20대 국회는 발전되기는커녕 오히려 후퇴하고 있으니, 국민들로부터 더욱 불신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제 국정감사도 곧 마무리된다. 앞으로 국회는 새해예산심의 등 여러 가지 중요한 일정이 예정되어 있다. 더 이상 불임국회는 안 된다. 내년 대통령 선거만 의식,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정쟁만 해서는 안 된다. 여야가 협치 정신을 발휘, 오늘부터 밤늦게까지 불을 켜서라도 민생관련 법안 처리에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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