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흐드러진 만추의 왕송호수 낭만달려라
공판장에 가면 항상 10원짜리 풍선껌을 샀고, 이 철길을 따라 되돌아왔다. 이제는 철길에 잘못 올라갔다가는 처벌을 받는 세상이 됐다. 하지만 기차 바퀴가 지나가는 10㎝ 가량의 좁은 철길에 올라 중심을 잃지 않고 한발 한발 내딛는 데에 즐거움을 느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가수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기차’, 김민우의 ‘입영 열차 안에서’ 등 명곡들을 굳이 소개하지 않더라도 철길에 대한 추억은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음직하다.
누군가에게는 막힘 없이 달리는 기차의 모습으로, ‘빵’ 하는 열차 특유의 경적 소리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철로’는 낭만으로 꼽힌다. 지난 4월 의왕 왕송호수에는 이러한 추억을 만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됐다.
호수 한 바퀴를 두르는 ‘레일바이크’가 문을 연 것이다. 비록 속도는 기차에 미치지 못하지만, 아름답게 꾸며진 철로를 페달을 힘껏 밟아 지나가다 보면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철도에 대한 추억과 낭만을 품고 의왕레일파크 일일 직원에 도전했다.
가을의 오전은 쌀쌀했다. 구름도 많이 껴 날도 흐렸다. 주말도 아닌 평일, 손님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하며 의왕레일파크에 도착했다. 늦지 않게 오전 9시30분에 도착했지만 이미 직원들은 모두 현장에 나가 있었다. 사무실에서 만난 주용준 대표가 오늘 해야 할 일을 먼저 설명했다.
“첫차가 10시10분에 출발하는데 4팀이 예약을 했습니다. 이제 오픈 준비를 해야 하니까 빨리 현장으로 나가보시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신발을 안전화로 갈아 신었다. 철로에 발이 빠지거나 차량에 깔리면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매표소를 지나 탑승장 쪽에는 이미 직원 3명이 나와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당연하게도 청소였다. 손님들이 타는 레일바이크 차량인 만큼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 스태프들과 함께 손잡이를 비롯해 의자, 외부 등 깨끗한 마른 수건으로 먼지를 제거했다.
현재 의왕레일파크가 보유하고 있는 차량은 총 100대다. 이 가운데 실제 운영에 이용되는 차량은 95대. 나머지 5대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예비용으로 둔다. 운행을 하다가 갑작스레 레일바이크가 멈춘다거나 고장이 날 경우 즉시 새로운 차량을 투입해 손님들이 겪을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 많은 차량을 청소하다 보니 어느새 첫차 운행시간이 다가왔다.
그렇다고 해서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레일바이크 차량에 동력을 전달하는 ‘페달’ 점검이다. 페달이 고장 나면 차량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손님들이 운행하기 전 청소를 하면서 함께 페달을 점검하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4인용으로 꾸려진 차량에는 총 4개의 페달이 달려 있다. 이 페달을 모두 돌려보면서 제대로 돌아가는지 작동 여부를 확인했다. 다행히 문제가 있는 페달은 없었다. 주 대표는 “손님을 상대로 하는 서비스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청결과 안전이라 생각한다”며 “오픈 전에 차량을 닦고 점검하는 일이 생활화됐다”고 설명했다.
오전 10시10분이 되자 4명씩 4팀, 총 16명의 관광객들이 탑승구로 모였다. 우리나라 관광객뿐 아니라 대만에서 온 1팀도 있었다.
첫 손님이라는 생각에 긴장됐지만 레일바이크를 즐길 생각에 환한 미소를 보이는 손님들을 보자 이내 차분함을 되찾았다.
티켓을 확인하고 한명 한명 레일바이크 차량에 태웠다. 레일바이크 이용법을 설명하는 것은 기본이다. 안전한 페달 이용 방법과 이용 수칙 등을 안내하고 손님들의 안전벨트를 하나하나 점검했다.
역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벨트가 제대로 잠겼는지, 꼬이지 않고 올바르게 착용했는지 확인한 다음에야 출발 신호가 떨어졌다. 4대의 차는 잇따라 움직이면 안 된다. 10m 이상 충분한 안전거리가 확보된 다음에서야 다음 차량을 출발시켰다.
첫 손님이 떠나고 다음으로는 호수열차가 운영될 시간이다. 호수열차는 페달을 밟기 어려운 어르신과 어린이, 장애인 등을 위해 마련됐다. 낮은 속도로 천천히 호수 한 바퀴를 도는 미니 동력 열차다. 열차의 기관사 역할을 하는 노진호 사원에게 기차 조작법을 배웠다.
운행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속도만 빠르지 않게 조절하면 기차가 철로를 따라가는 만큼 방향조종을 따로 할 필요가 없다. 어린 시절 꿈꿔온 ‘기차 운전’의 꿈을 잠깐이나마 이룰 수 있는 순간이었다.
■ 모든 운행의 기본은 첫째도 둘째도 ‘안전’… 국가대표 새 관광 명소를 꿈꾼다
의왕레일파크가 무엇보다 신경을 쓰는 부분은 바로 ‘안전’이다. 4.3㎞ 구간의 철로에는 42개의 CCTV가 설치돼 있다.
혹여 철로로 갑자기 누군가 들어오면 실시간으로 확인, 안전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다. 레일바이크 차량의 견인을 위한 자동차도 따로 마련돼 있다. 종종 힘에 부친 관광객들이 철로에 차량을 버리고 그냥 가거나 운행 중 고장이 나면 견인차량을 이용해 곧바로 회수 조치에 들어간다.
이렇다 보니 20명의 직원은 매일같이 긴장의 연속이다. 어디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주 대표는 “관광지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분야는 안전일 수밖에 없다”며 “전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매일 안전점검과 불상사에 대비하는데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 4월 문을 연 의왕레일파크는 입소문을 타고 벌써 16만 명이 찾아갔다. 도심 속에서 철로의 낭만과 왕송호수의 자연환경을 만끽할 수 있어 인기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의왕과 경기도를 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가 되고자 하는 의왕레일파크의 새로운 도전을 기대해본다.
이관주기자
사진=오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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