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송이 앙금꽃 피우기 위해… 그렇게 짤주머니 눌렀나보다
최근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1천542명을 대상으로 ‘창업을 생각하고 있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72.8%가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창업을 생각하는 이유로는 원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52.3%, 복수응답)를 첫 번째로 꼽았지만 ‘정년 없이 평생 일할 수 있어서’(45.5%)도 중요한 이유로 꼽혔다.
계획 중인 창업 분야로는 ‘카페 및 베이커리’(29.2%)가 가장 많았고 ‘음식점 등 외식업’(28.4%)이 바로 뒤를 이었다. 이에 ‘현장 속으로’ 순서를 맞아, 카페 창업에 도전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나서 그들과 함께 교육을 받고 창업 준비의 세계를 살짝 엿보기로 했다. 앞으로 20년은 넘게 일을 해야 정년을 맞이하겠지만 그래도 언젠가 나 역시 창업이라는 정글에 뛰어들 것 아닌가.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을 만나기 위해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았다. 센터에서는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경기도 소상공인 도제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센터는 소상공인 멘토에게 기술지도비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창업 희망자에게도 현장연수비용을 제공, 창업희망자들은 노하우로 전수받고 돈도 지원받을 수 있는 ‘핵꿀’ 같은 지원사업이다.
센터로부터 소개받아 찾은 현장은 성남시 까치마을신원아파트 상가동에 위치한 ‘숲’이라는 카페다.
처음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아~ 예쁘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숲 카페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소품들이 시선을 잡아끌고 따뜻한 느낌의 조명 때문인지 아늑한 ‘사랑방’을 연상케 한다.
숲 카페 대표는 박영분씨(44). 성공한 창업 멘토로 활동하고 있는 박 대표이지만 5년 전만 해도 가정주부였다. 박 대표가 카페를 창업하게 된 것은 평소 몸에 좋지 않다는 생각에 마시지 않던 커피를 우연한 계기로 마시게 됐고, 2~3달 꾸준히 커피를 마시면서 이뇨작용으로 몸이 가뿐해지는 것을 직접 체험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보통 커피는 건강에 해로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커피에 포함된 항산화 물질이 암세포 발생을 억제해 간암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고 당뇨병 발생 위험도 줄인다는 보고서도 있다. 커피를 약으로 접근하게 됐다”며 “커피에 푹 빠진 후 여러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어 카페 창업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대형프랜차이즈는 물론 개인 카페도 즐비한 카페 홍수 시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앙금플라워’ 떡 케이크라는 아이템을 꺼냈다. 단호박설기 위에 꽃잎 모양의 강낭콩앙금을 이용해 장미ㆍ작약ㆍ애플블러썸ㆍ국화 등 다양한 모양의 떡 케이크를 선보인 것이다.
박 대표와 매칭돼 창업 교육을 받고 있는 조옥희씨(44)는 박 대표에게 성공 비결을 배우고자 하남시에서 성남시까지 일주일에 1~2회 찾아와 교육을 받고 있다.
박 대표는 “대부분 창업자들이 자금 문제에 시달리고 있고 나 역시 창업을 할 때 자금이 부족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이 있어 예비 창업자들이 찾아오면 컨설팅 비용을 받지 않고 도와주고 있다”며 “창업이라는 인생에 있어 어려운 결정을 내린 분들에게 작은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 씨 역시 “꽃차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커피에 대해서는 잘 몰라 이곳에서 커피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며 “차는 색과 향이 즐겁게 해주고 커피는 미묘한 맛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앙금플라워 떡 케이크부터 아메리카노까지 마스터
이제 본격적인 실습이다! 오늘 나의 도전은 ‘애플블러썸’ 단호박 떡 케이크 만들기. 박 대표가 미리 만들어 놓은 단호박설기에 꽃 장식을 해야 한다.
앙금은 백련초와 단호박, 치자 등 어떠한 재료를 섞었는지에 따라 다양한 색을 띤다. 앙금의 모양은 짤주머니에 어떠한 팁을 끼우느냐에 따라 결정되는데, 옆에서 코치해 주는 대로 먼저 단호박 떡 케이크 위에 꽃을 올려놓을 터를 만들고 꽃잎을 하나하나 올려놓았다.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힘 조절! 짤주머니를 너무 꽉 짜도 모양이 이상하고, 살살 짜면 앙금이 생각대로 나오지 않고… 엉망진창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보통 앙금플라워를 배우는 분들이 3개월 이상 연습하고 배운다고 하니, 갑자기 하루아침에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습을 거듭할수록, 망치는 앙금이 많아 질수록 박 대표에게 미안한 마음이 쌓여갔다. 혹시 내가 버리는 앙금을 보면서 박 대표의 마음에는 다른 의미의 ‘앙금’이 쌓인 것은 아닐까?! 이 자리를 빌려 죄송했다는 말을 꼭 전해 드리고 싶다. (^^)
떡 위에 꽃잎이 하나둘씩 올려져 가고 꽃잎 사이 사이에는 꽃 이파리로 꾸몄다. 마지막으로 꽃잎 위에 암술머리를 올려놓으니 애플블러썸이 돼야 하는데 왠지 무궁화 같은 모양이 되니 당혹스럽기만 했다. 그래도 박 대표가 조금 다듬어 주니 정말 아주 예쁜 무궁화 단호박 떡 케이크가 되는 것 아닌가! 몇 시간을 걸려 겨우 완성했지만 생각보다 아주 예쁜 떡 케이크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
이렇게 정성들여 만든 떡 케이크는 손님들에게 8천 원 정도에 팔린다고 하는데 너무 싸게 파는 게 아니냐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동안 카페에서 많은 케이크를 먹으면서 늘 비싸다고만 생각했는데 역시 사람은 입장이 바뀌어 봐야 하는 건가. 아무튼 손수 시간 걸려 만들었고 천연재료만 사용해 만든 떡 케이크인데도 너무 싸게 판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을 보니 아직 창업을 하기에는 정신수양이 많이 필요한 것 같다.
이제 앞으로는 카페를 가면 직원들에게 늘 고마워하고 차분하게 커피를 기다려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하루였다.
커피를 내리는 체험까지 마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종료했다. 아직 나는 창업을 실제 준비하고 있지 않아서인지 가벼운 마음에 즐겁게 연습을 했는데 실제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을 옆에서 바라보니 참 신중하고 비장한 모습까지도 엿볼 수 있었다.
체험을 마치고 나오는 나에게 박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창업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며 “꼭 자기만의 색을 찾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루였지만 창업을 한다는 것이, 내가 책임을 지고 사업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무거운 일인지를 엿볼 수 있는 하루였다.
예비창업자분들 모두 파이팅입니다!
이호준기자
사진=전형민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