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현장체험] 스키 패트롤

쌩~쌩~ 짜릿한 스피드 대신 불철주야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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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 스키장 패트롤 일일체험에 나선 홍완식 기자가 슬로프에서 곤경에 처한 고객들을 도와주고 있다.
겨울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눈과 추위는 반갑기만 하다. 스키ㆍ보드를 즐기기 위한 최적의 조건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스키장은 더 많은 인파로 북적거린다. 스키와 보드를 타고 설원(雪原)을 가르며 스피드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추위도 잊어버린다.

 

수 많은 사람들이 눈밭에서 즐거운 추억을 쌓는 동안 그들의 안전을 위해 불철주야(不撤晝夜)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이 있다. 바로 안전요원인 스키 패트롤이다.

 

기자도 대학 시절 스키장 인근 렌탈샵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틈만 나면 슬로프를 오르내렸다. 하지만 직업전선(?)에 뛰어든 이후 바쁘다는 핑계로 겨울스포츠와는 잠시 떨어져 지내왔다.

 

그러던 중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일일체험. 오랜만에 스키를 탈 수 있다는 기대감을 품고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에서 일일 스키 패트롤에 도전했다.

 

헐렁해진 안전 펜스를 다시 설치하고 있다.
헐렁해진 안전 펜스를 다시 설치하고 있다.
■ 스키장 안전은 우리가 지킨다

패트롤 체험을 하기로 한 지난 22일.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전날부터 종일 내리던 가랑비가 멈출 줄 몰랐다. 이틀째 내린 비로 슬로프가 녹아내리지 않았을까라는 불안감 속에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를 찾았다. 생각과 달리 잘 정돈된 설원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스키어들이 바람을 가르고 있었다. 패트롤실의 문을 열자 박원서(42) 부대장이 반겨줬고, 곧바로 패트롤의 임무를 설명했다. 

박 부대장은 “패트롤은 스키장 내에서 부상자가 발생하면 신속한 응급처치와 후송을 담당하고 있지만 만약에 있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예방이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말했다. 다른 대원들과 함께 박 부대장의 주의사항을 숙지한 뒤 응급처치 도구와 장비를 챙겼다. 

고객들을 상대하는 만큼 사무실을 나서기 전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 간단한 준비 운동 후 기다리던 슬로프로 향했다.

 

슬로프를 내려오며 위험 요소를 찾고 있다.
슬로프를 내려오며 위험 요소를 찾고 있다.
■ 안전장비 설치와 안전망 보수

가장 먼저 주어진 임무는 안전장비 설치였다. 오래전부터 꼭 한번 타보고 싶었던 스노우 모빌에 올라 중급자 코스인 오렌지 슬로프 정상으로 향했다. 

패트롤 3년 차인 김영수 대원과 함께 정상 한 켠에 놓인 후송용 썰매의 이상유무를 확인한 뒤 골짜기 군데군데 자리잡은 철재 기둥을 원형 매트로 감쌌다. 평지에서는 큰 어려움이 없는 작업이었지만 꽉 조이는 스키부츠를 신고 경사면을 오르내리다 보니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먼발치에서 박 부대장의 외침이 들렸다. 느슨해진 안전망을 보수하라는 주문이었다. 어깨에 메고 있던 드릴로 바닥에 구멍을 낸 뒤 기둥을 세워 안전망을 촘촘히 설치했다. 불과 10여m 이동했을 뿐인데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이런 작업을 매일, 그것도 7개 슬로프 전 구간에 걸쳐 수시로 점검한다고 하니 존경심마저 들었다.

 

■ ‘미션’ 위험구간을 찾아라

다음 미션은 ‘위험구간 점검’이었다. 스키를 신고 리프트에 올라 흔들림이나 소리가 나는 구간이 없는지 주의깊게 살폈다.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정상에서부터 천천히 경사면을 내려왔다. 오랜만에 밟은 눈이라 신난 나머지 잠시 본분을 잊고 어설픈 실력을 뽐냈다. 아니라 다를까 박 부대장이 불러세웠다. 

박 부대장은 “슬로프는 미세한 온도 차에도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점검을 소흘히 하면 안됩니다. 우리는 실수로 지나칠 수 있지만 고객들은 크게 다칠 수 있습니다”라고 다그쳤다. 이날처럼 비가 오는 날에는 물이 고이는 구간도 생기고, 눈을 뿌렸을 경우에는 구간에 따라 설질이 건설과 습설로 변하는데 습설인 경우 스키가 바닥에 붙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게 박 부대장의 설명이다. 

슬로프 하단부에 다다랐을 때 박 부대장이 손짓했다. 스키를 안전한 곳에 벗어두고 박 부대장에게 다가가자 전날부터 내린 비로 물이 고인 구간이 생겨나 부츠의 반 이상이 잠겼다. 박 부대장과 재빠르게 위험구간 유도 라인을 설치한 뒤 다음 슬로프로 향했다.

 

스노우모빌에 탑승해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스노우모빌에 탑승해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 초보자 코스에서는 ‘슈퍼맨’

스키장 가장 왼쪽에 위치한 초보자 코스인 레몬 리프트에 탑승했다. 시즌 초반 평일이었지만 초보 스키어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강습을 받기 위해 슬로프를 가득 메웠다. 박 부대장의 지시에 따라 넘어져 옴짝달싹도 못하는 고객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무리 초보자 코스였지만 경사면에서 도움을 주는 일이 쉬운일이 아니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안전망에 걸린 사람, 거꾸로 경사면을 오르는 사람, 스키가 벗겨진 사람, 폴을 떨어뜨린 사람 등 수많은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자 진땀이 나기 시작했다. 

혹여나 뒷사람과 충돌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둘렀다. 패트롤 임무를 수행하기에는 부족한 실력이지만 초보자 코스에서 만큼은 슈퍼맨이 된 것 마냥 어깨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기자의 도움에 고객들은 ‘감사합니다’로 화답했고, 뿌듯함을 한껏 느끼며 마지막 임무를 완수했다.

■ 안전요원에 대한 배려·양보 절실

패트롤실로 돌아가는 길에도 박 부대장은 고객들의 안전을 강조했다. 안전을 위해서는 자신의 실력에 맞는 슬로프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대부분의 고객들이 이를 지키는 않아 아쉽다는 것. 문득 렌탈샵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장비 튜닝을 위해 고객들에게 실력을 물으면 ‘나는 상급자’, ‘경력 10년’ 등 실력과 달리 자신을 과대 평가하는 고객들이 대다수였다. 

박 부대장은 “고객들이 부상을 입었을 때 빠른 대처도 중요하지만 사전 예방이 더 중요합니다”라며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스키장 방문시에는 헬멧 등 보호장비를 꼭 착용해야 합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다고 생각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박 부대장은 “패트롤 생활을 하다보면 어린 대원들이 상처를 입을 때가 많습니다. 

여기 있는 대원들 모두 가정에서 귀한 아들이고 딸이지만 몇몇 고객분들께서는 어리다는 이유로 하대하고, 욕설은 물론 폭행을 가할 때도 있습니다. 억울하고 화가날 때도 많지만 고객이라는 생각에 꾹 참고 사무실에 복귀해 눈물을 흘리는 대원들을 볼 때면 가슴이 아픕니다”라며 “패트롤은 고객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만큼 조금만 배려하고 양보해줬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당부했다.

비록 짧은 시간의 체험이었지만 헬멧과 장구류를 내려놓으니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평소 패트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키를 타고 즐겁게 일한다고만 생각했던 터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대원들에게 미안함이 컸다. 

 

매일 같이 타인의 안전을 위해 추위와 싸우며 고군분투하는 스키 패트롤. 이번 겨울 스키장을 찾는다면 우리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패트롤에게 따뜻한 격려 한 마디를 건네보는 건 어떨까.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 스키장 패트롤 일일체험에 나선 홍완식 기자가 슬로프에서 곤경에 처한 고객들을 도와주고 있다.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 스키장 패트롤 일일체험에 나선 홍완식 기자가 슬로프에서 곤경에 처한 고객들을 도와주고 있다.

홍완식기자·사진=오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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