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현장체험] 수제 초콜릿 만들기

사랑 한 스푼 정성 두 스푼… 달콤한 한 입~ 녹는다 녹아!

▲ 한진경기자가 초콜릿 공방에서 수제 초콜릿만들기를 체험하고 있다.
▲ 한진경기자가 초콜릿 공방에서 수제 초콜릿만들기를 체험하고 있다.
2월14일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달콤한 초콜릿을 선물하는 ‘밸런타인데이’다.

  

일각에서는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블랙데이 등 매달 14일마다 붙여진 ‘○○데이’를 두고 상술이 빚어낸 결과물이라는 비판도 많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밸런타인데이는 연인 간, 가족 간, 친구 간에 초콜릿을 선물하며 자신의 사랑을 보여주는 하나의 문화로 정착됐다.

 

그러나 기념일은커녕 절친들의 생일조차 잘 기억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밸런타인데이를 챙겨본 기억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오랜만에 기념일을 챙기며 기분도 내고 일일체험도 할 겸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수제 초콜릿 만들기에 도전했다.

 

■ 반짝반짝 빛이 나는 초콜릿 만들기

밸런타인데이를 일주일 앞둔 7일 오전 수원시 영통구 신동에 위치한 수제 초콜릿 전문점 ‘나니스쇼콜라’.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밸런타인데이 한정판으로만 제작된다는 위스키 초콜릿부터 하트모양, 나비모양 등 아기자기한 초콜릿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고 상상만 해도 달콤함이 입 안을 가득 채우는 초콜릿을 직접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앞치마를 두르고 15년 동안 초콜릿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는 베테랑, 송승희 선생님을 따라 작업실로 들어섰다.

 

▲ 한진경기자가 초콜릿 공방에서 수제 초콜릿만들기를 체험하고 있다.
▲ 한진경기자가 초콜릿 공방에서 수제 초콜릿만들기를 체험하고 있다.
작업실 안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초콜릿 업계에서 11월부터 2월까지는 그야말로 극성수기 시즌이다. 11월11일 빼빼로데이를 시작으로 할로윈데이, 크리스마스에 이어 대망의 밸런타인데이까지. 작업실 내 4명의 선생님은 일일체험을 부탁한 것이 죄송스러울 정도로 분주하게 초콜릿 제조와 포장을 반복하고 있었다.

 

작업대 앞에 서자 초콜릿 만들기의 첫 번째 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동그란 모양의 다크 초콜릿 수십 개를 냄비에 넣고 중탕을 시작했다. 중탕을 할 때는 초콜릿이 냄비에 눌어붙지 않도록 끊임없이 저어줘야 한다. 

‘탬퍼링’이라 불리는 이 과정은 초콜릿을 만드는 기본 단계이자 수제 초콜릿의 성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다.

탬퍼링이 잘 돼야만 초콜릿 표면에 반짝반짝 윤기가 흐르고 손으로 잡았을 때도 쉽게 녹지 않으며, 모양도 잘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수제 초콜릿 만들기 수업에서는 초보 작업자들에게 탬퍼링을 시키지 않고, 탬퍼링이 완료된 재료로 초콜릿을 만든다고 한다.

 

탬퍼링의 첫 번째 목표는 초콜릿 온도를 47~50도까지 올려주는 것이다. 다크초콜릿 하나에는 여러 가지 지방질이 뭉쳐 있어, 가열돼 녹는 과정에서 주걱으로 저어주며 고루 섞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중탕에 사용되는 물 단 한 방울도 초콜릿에 튀어서는 안 된다. 물이 들어간 초콜릿은 순식간에 굳어 버린다.

 

▲ 한진경기자가 초콜릿 공방에서 수제 초콜릿만들기를 체험하고 있다.
▲ 한진경기자가 초콜릿 공방에서 수제 초콜릿만들기를 체험하고 있다.
또 냄비 바닥과 가장자리 등 곳곳에 묻은 초콜릿 온도는 제각각이라 주걱으로 싹싹 긁어모아 섞어줘야 한다. 쉬지 않고 손을 움직여야 하니 탬퍼링 작업을 한 지 불과 몇 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냄비를 꽉 쥔 손이 얼얼하고 주걱을 돌리는 손이 저려왔다.

 

잠시 후 초콜릿 표면에 온도계를 갖다대니 47도라는 숫자가 표시됐다. “이제 밖으로 꺼내세요”라는 선생님 말씀에 마음속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웬걸, 이제 다시 온도를 내려야 한단다. 27도까지 다시 떨어뜨리는 과정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찬물에 냄비를 넣었다 뺐다 반복해야 했다. 이번엔 찬물에 5초씩 올려둔 후 물 밖으로 빼내 계속 저어주는 방식이다. 

행여 5초를 넘길까 마음 속으로 1,2,3,4,5 숫자를 세고 밖으로 꺼내 초콜릿을 섞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한번 물속에 넣었다 뺄 때마다 온도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 녹았을 때보다 초콜릿이 조금씩 쫄깃하게 굳는 느낌이 손을 타고 전해졌다. 달콤한 초콜릿 향기도 새어나왔다.

 

몇 번을 왔다갔다하니 27도까지 온도가 떨어졌다. 그런데 이게 또 끝이 아니란다. 이번엔 또다시 끓는 물에 중탕하며 온도를 재차 올려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31도까지 올리는 것이 최종 목표다. 어휴 정말 힘들었다. 

더구나 이번엔 온도가 한 번에 너무 많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끓는 물 위로 단 1초만 올려둬야 하는 것이 핵심. 재빨리 넣었다 빼 저어주는 과정이 반복됐다. 한번 할 때마다 얄밉게도 단 1도씩 올라가는 초콜릿. 대체 언제쯤 원하는 온도에 도달할까.

 

적정온도를 맞춰야 하는 것도 중요하며 이때 잘 저어주는 과정이 수반돼야 초콜릿에 윤기가 생기고 알갱이 입자가 없어진다고 한다. 온 신경이 초콜릿으로만 향했다. 초콜릿이 완연한 진한 갈색으로 변했고, 드디어 31도가 됐다. 너무 힘들었는데 이제 겨우 수제 초콜릿 만들기 1단계가 끝났다.

 

▲ 한진경기자가 초콜릿 공방에서 수제 초콜릿만들기를 체험하고 있다.
▲ 한진경기자가 초콜릿 공방에서 수제 초콜릿만들기를 체험하고 있다.
■ 사랑하는 사람에게 ‘달콤한 선물’ 사르르~

선생님은 탬퍼링이 완료된 초콜릿을 보고 “탬퍼링이 잘된 것 같아요! 윤기가 좔좔 흐르네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느낌이 좋다는 선생님 말에 힘들었던 생각도 잠시 ‘초콜릿 만들기에 소질이 좀 있는 것 같다’고 내심 뿌듯했다.

 

고된 탬퍼링 과정이 끝나자 다음 단계는 원하는 모양의 틀에 초콜릿을 채워 넣는 과정이다. 초보자들의 손에는 짤주머니가 쥐어진다. 짤주머니에 초콜릿을 담아 두 손으로 움켜쥔 뒤 나뭇잎, 하트 모양의 틀에 꽉꽉 채워 담았다. 어렵지는 않았지만 어찌나 손이 떨리고 힘이 꽉 들어가던지. 뭐 하나 쉬운 단계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콜릿으로 가득 채운 틀을 단단하게 굳히기 위해 냉동고에 넣었다. 약 10분만 있으면 드디어 내 손으로 만든 수제 초콜릿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설레는 마음으로 냉동고에서 틀을 꺼내 초콜릿을 하나하나씩 집어들었다. 얼음 틀에서 얼음을 꺼내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초콜릿 여기저기가 조금씩 깨졌고, 겉면은 매끄러운 갈색이 아닌 하얀색 무늬가 곳곳에 끼어 있었다. 선생님은 탬퍼링 과정에서 일부 물질들이 잘 섞이지 않거나 기포가 들어가 생긴 결과라고 설명했다.

 

아쉬웠다. 탬퍼링이 잘된 것 같다고 기세등등했는데. 하지만 선생님은 처음치고는 수준급이라면서 실망한듯한 기자를 달래줬다. 처음 탬퍼링에 도전하는 사람 중에는 아예 틀에서 초콜릿이 빠져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 한진경기자가 초콜릿 공방에서 수제 초콜릿만들기를 체험하고 있다.
▲ 한진경기자가 초콜릿 공방에서 수제 초콜릿만들기를 체험하고 있다.
그러나 초콜릿을 한 입 먹자마자 아쉬움과 실망감이 눈 녹듯 사라졌다. 상술이라는 비난에도 왜 밸런타인데이에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초콜릿을 주고받는지 알게 됐달까. 당장 달려가 주변 사람들과 함께 맛보고 싶은 맛이었다.

 

수제초콜릿은 비싸다는 선입견이 많았다. 하지만 직접 만들어보자 가히 비쌀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성이 가득해야 하고 잠시라도 한 눈 팔았다가는 제대로 된 완성품이 나올 수 없는 음식이었던 것이다.

또한 초콜릿은 몸에 해롭다는 얘기가 많지만 시중에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초콜릿과 달리 설탕과 기름이 들어가지 않아 더욱 건강한 간식이 될 수 있다는 수제초콜릿.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밸런타인데이를 기념하고 싶다면 수제 초콜릿을 선물하는 것은 어떨까. 앞으로 매년 발렌타인데이 때마다 초콜릿을 만들었던 오늘의 달콤함이 오래오래 떠오를 것만 같다.

 

한진경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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