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만든 소소한 제품들 아이디어 입고 마을상품으로 변신
국내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자발적 만들기가 유행하고 메이커들의 활동이 점차 증가하는, 메이커 무브먼트 태동 단계에 있다.
지난 2014년 서울에서 열린 메이커 페어에는 참여 메이커 300명(80팀)과 관람객 5천여 명에 그쳤다. 선진국보다 수작 문화를 경험할 시ㆍ공간이 부족하고 그만큼 인지도가 낮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경기문화재단이 도내 ‘창생공간’이라는 이름으로 메이커 무브먼트 거점을 마련한 이유다. 수작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도내 메이커 스페이스, 창생공간을 소개한다.
지난 15일 오후 4시께 안양 성결대학교 앞에 위치한 한 상가 건물 3층. 경기도내 메이커 무브먼트의 현재를 확인하고 메이커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찾아간 공간 입구에서 ‘이모저모 도모소’라는 정체불명의 명칭이 눈에 들어온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큰 테이블에 둘러 앉아 한창 토론 중인 사람들이 보인다. 이들은 공간 명칭과 똑같은 이름의 프로젝트팀인 ‘이모저모 도모소’의 일원들이다.
이모저모 도모소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이슈와 환경에 집중한 아티스트 모임이다. 평택 안정리에서 문화적 방식의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경력을 가진 이미화 대표를 비롯해 한선경(시각예술), 이주영(영상 콘텐츠), CPE(아트 에디션 디자인) 작가 등이 뭉쳤다. 지난해 경기문화재단이 도내 수작 문화 조성 거점으로 창생 공간(메이커 스페이스)을 마련하고 이를 운영할 팀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팀을 결성했다. 제작 기술을 토대로 지역사회에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지역사회에서 할 수 있는 문화 활동을 고민하면서 여러 도시를 돌아다녔다. 안양을 선택한 것은 지역의 인구 특성 때문이었다. 유난히 대학생과 65세 이상 시니어가 많았다. 메이커 무브먼트를 통해 세대 교류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독거 노인들이 자신들의 손기술로 무엇인가를 만들면서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게 하고 싶었다.”(이미화 대표)
4명의 작가들이 안양에서 이모저모 도모소로 함께하는 이유다. 이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업 계획 수립을 위한 지역 리서치와 공간 조성에 나섰다. 대학생과 노인 세대들을 직접 찾아가 그들이 원하는 프로그램과 이유 등의 지역 정서를 설문조사와 면담 대화로 확인했다.
12월에는 이를 토대로 한 시범 사업을 벌이고 지역 특성 및 사업화 가능성 등을 타진했다. 이 때 진행한 프로그램은 인근 독거노인 복지시설 ‘카네이션 하우스’의 할머니 다섯 분을 대상으로 했다. 한선경 작가는 할머니들이 직접 만든 동그랑땡, 잡채, 쑥갓두부무침, 두부부침 등을 하얀 찐빵에 소로 넣어 쪘다. 각기 다른 빵은 할머니들의 얼굴과 이름을 넣어 인쇄한 포장지에 담아 함께 나눴다.
“할머니들이 만든 반찬(소)도 정말 맛있어서 나중에 유명한 호빵처럼 상품화하고 싶다. 무엇보다 당시 할머니들이 포장지에 있는 호빵을 받았을 때 기뻐하면서 웃던 모습이 생생하다. 앞으로 노인 세대와 함께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건강한 공동체 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한선경 작가)
이달부터는 본격적으로 주력 사업들을 추진하는 한편, 향후 지역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수익 창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모저모 도모소의 활동은 수작 문화를 기반으로 안양의 건강한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이를 실현할 구체적인 프로젝트는 지역의 노인, 주부, 대학생 등 시민들이 참여해 양초, DIY 봉제, 빵이나 반찬과 같은 음식 등을 함께 만들고 마을상품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여기서 이모저모 도모소의 양초는 ‘WAR’, ‘POVERTY’, ‘집단따돌림’ 등 부정적인 의미의 단어가 새겨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부정적인 것(단어)들이 불에 녹아 타버린 양초처럼 지역사회에서도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제작한 상품이다. 해당 단어들은 작가들이 앞서 시민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우리 지역에서 없어져야 할 것’에서 나온 것이다.
노인이 많은 지역 특성을 겨냥해 탄생한 상품들도 눈에 띈다. 이모저모 도모소에는 현재 재봉틀 2개가 있다. 작가들은 이를 활용해 하얀 백팩을 만들었다. 이 백팩은 방석으로 쓸 수 있는 패드가 달려 있다. 똑딱이로 붙어있는 가방 겉면을 떼어내면 바닥에 깔고 앉을 수 있는 방석이 되는 제품이다. 길거리 바닥에 그냥 앉는 할머니들을 위한 상품이다.
한 작가는 “구부정한 자세로 다니는 어머님들한테 유용한 백팩을 필요할 땐 방석으로 쓸 수 있도록 제작해 활용도가 높다”며 “특히 작가와 함께 하얀 백팩에 원하는 그림을 그려넣을 수 있는 시간도 마련해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문화를 즐길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3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한다. 상품 판매를 위한 홈페이지 오픈을 앞두고 있으며, 이후 홍보와 판로 구축에 힘쓸 방침이다. 이외 수익 창출을 위해 공간도 적극 활용한다. 빔 프로젝터와 웹 환경 등을 갖춘 시설의 이점을 부각시켜 지역의 대학생과 여성에게 저렴하게 공간을 대여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손으로 만든 작업을 통해 나온 결과물이 시니어의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현장을 확인했다”며 “시니어가 만드는 소소한 제품을 작가들이 디자인과 아이디어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역사회의 문제를 연구하면서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오브제를 만들면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제작 과정에서 주민들과 함께 하며 지역과 함께 나아가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는 “메이커 무브먼트를 통해 지역 내 공유 공간으로서의 문화공방이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문화적 생산기술을 공유하면서 지역의제를 해결하는 공론장으로서의 문화공방에 주목하게 됐다”면서 “이모저모 도모소를 비롯해 도내 창생공간들에서 실험적이고 자립적인 활동을 보여온 단체(주체)들이 경기 지역 특유의 메이커 무브먼트 활성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손의연기자
사진=오승현기자
안양 ‘이모저모 도모소’
분야 : 핸드메이드&디자인
주소 :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560-11 3층
장인과 함께 지역성이 담긴 마을상품을 개발하고 마을상점을 운영한다. 독특한 문양이 있는 빵, 메시지를 담은 양초, DIY 퍼스널 브랜딩 봉제 상품 등이 있다. 안양을 거점으로 지역사회(거주민, 장소, 환경, 상황)와 상호작용하는 문화예술 활동을 실험하고자 구성됐다.
분야 : 발효
주소 : 수원시 권선구 상탑로 104
유통기한이 지난 상점의 잉여 식품을 이용한다. 발효 식품을 주제로 하는 커뮤니티 키친을 운영한다. 공간은 발효제조기술 지역 장인을 발굴하거나, 작은 가게와 연계해 발효 가공식품을 만든다. 때때로 마켓도 연다. 빼꼼은 동네연구, 문화적 사건 만들기, 비슷한 관심 가진 주민, 예술가, 기획자 초대하기를 주요 관심활동으로 하고 있는 단체다.
분야 : 출판학교
주소 :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69
지역의 문화다양성을 지키고 지역문화의 저장소 역할, 지역출판의 제작기반 확산이라는 목표를 가진 책방이다. 출판기획자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과 실습 프로그램을 연다. 또 ‘단 한권의 책 만들기’ 책공방 프로그램, 전시·문화행사 기획 등을 하고 있다. 공공기관과 기업의 사사 및 사보, 소식지, 홍보지 등 편집 디자인 작업 활동을 기반으로 한다.
분야 : 로켓스토브
주소 : 남양주시 수동면 축령산로 37번길 40-1
경기 북부형 난방도구를 개발했다. 직접 난방도구를 만들어볼 수 있는 공간이다. 혹한기를 대비해 주민을 대상으로 난로워크숍을 열고, 난로·구들·조리용 화덕 등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공간은 적정기술과 지속가능발전을 실현하는 에너지·경제자립형 공간 운영을 지향한다.
분야 : 천체 망원경
주소 : 남양주시 조안면 삼봉리 460-2
천체망원경 제작이론, 도면, 디자인, 가공, 조립 등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옥상에는 시민천문관측소가 있어 별도 관측할 수 있다. 지역 목공방, 실학박물관과 연계해 천체망원경 키트를 개발했다. 교육용 제작키트와 전문적인 천체 망원경의 필수 부품들을 구비해 놓아 방문객들이 언제든지 체험할 수 있다.
분야 : 목공, 도예, 금속조형
주소 : 성남시 공원로 349번길 14-1
1층에서 목공과 도예, 금속조형 등 생활기술교육이 이뤄진다. 커뮤니티 공방을 조성하고, 재활용 공작실인 리폼 카페를 운영한다. 지역 작가들의 작품과 시제품을 볼 수 있는 갤러리도 있다. 지역 작가와 연계해 마켓을 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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