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이야기 차분히 들어주고 공감해야
아내는 열심히 전학을 알아봤지만 저는 미온적인 태도만을 취했었고, 그렇게 두달이 흐른 지금 아이는 저와 말도 하기 싫어합니다. 물론 전학도 쉽지 않아서 학교에는 그대로 남아있기로 했습니다. 모든 것을 얘기할 만큼 친했던 아이인데... 지금이라도 뭔가 대처해주고 싶어서 경찰 신고도 해보았지만... 딸아이는 저에게 화만 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따님이 참으로 어려운 상황을 겪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집단따돌림은 청소년들에게 극도의 괴로움을 줍니다. 청소년들에게 친구는 절대적인 존재이며 그렇기 때문에 친구들의 평가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사실 주위에 자신을 미워하고 저주에 가까운 험담을 하는 사람이 여럿 있다는 건 사람이라면 누구도 견디기 어려울 것입니다.
&근래 들어 학교폭력이 겉으로 드러나기 보다는 따돌림과 같은 음성적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드러나지 않아 증거를 찾기도 어렵고 누구하나 편들어주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문제가 축소되어 보이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따돌림은 당사자뿐 아니라 방관자나 목격자들까지도 상처로 남기 때문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따돌림의 트라우마를 갖고 전전긍긍 생활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따돌림의 상처는 꽤 오래갑니다. 학교에서 따돌림 받은 경험은 성인이 되어서도 영향을 미쳐서 인간관계에서 불안감을 느낍니다. 반복적인 따돌림 경험은 자기이미지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들고 사교적이지 못한 성격으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부모님들의 태도는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따님의 성향이나 평소 사용하는 말투를 가지고 그렇게 하니까 친구들이 싫어하지, 이렇게 좀 해봐 라는 식의 부정적인 지적은 아이를 더 위축되게 만들고 취약한 상태로 몰고 갑니다. 폭력의 피해자는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 상황에서 오직 약자이기 때문에 공격당한 것임을 명심하시고 따님을 대해 주셔야 합니다.
부모님이 하실 일은 따님이 처한 상황이 같이 공감해주고 고통을 함께 견뎌주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울어주는 것입니다. 하소연이 1년도 될 수 있고 2년도 될 수 있지만 계속 들어주시면서 고통을 발산하게 함으로써 버틸 수 있는 힘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해주셔야 합니다.
또한 대처의 타이밍도 중요한데 정말 힘들어서 부모님께 손내밀었는데도 미온적으로 대하셨다면 아이는 두 번의 상처를 받았을 것입니다. ‘내가 부모님께 별거 아니구나. 부모님은 내가 중요한 게 아니고 학교를 졸업한 딸이 더 중요한 거구나’ 라고 생각이 왜곡될 수 있습니다. 이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서 부모님과의 마음의 거리를 두게 됩니다. 만약 타이밍을 놓치셨다면 아이에게 다가가 그때 도와주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함을 표현하시고 지금이라도 마음을 공감해 주시고 대처하려고 노력해 보심이 좋을 것 같습니다.
수원시청소년육성재단 청소년상담센터 최란경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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