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Q&A] 부모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아이, 상담이 도움 될까

자녀의 의지 중요… 상담자와 신뢰감 쌓을 때까지 기다려야

▲ 강한모
Q.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입니다. 요즘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아 걱정이 되는데 제가 물어봐도 통 말을 하지 않네요. 상담센터에 데려가면 상담선생님이 좀 물어보고 이야기 해주실 수 있나요?

A. 청소년기는 아동기에서 성인기로 전환되는 시기로 신체적, 변화와 인지. 사고기능의 성숙을 이루기도 하지만 정체성 확립을 위한 혼란과 방황도 경험하게 됩니다. 또한 개인의 독립과 책임이 요구되는 사회적 압력으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경험 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최근에 청소년들이 주로 호소하는 문제는 또래들과의 대인관계, 가족내 구성원간의 갈등, 진로에 대한 고민 등이 있습니다. 자녀의 심리적 어려움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고 청소년상담센터에서 상담을 통해 심리적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상담센터에 올 때는 자녀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말을 물가에 데려갈 수는 있지만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는 서양의 속담처럼 자신의 심리적 어려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도움을 받는 주체는 결국 자녀이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자녀를 강압적으로 상담센터에 데리고 왔을 경우에는 오히려 자녀와의 관계를 해칠 수 있으며 상담도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자녀와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자녀에게 심리적 도움을 받을 것을 권유하고 합의를 통해 상담센터에 방문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자녀와 함께 상담센터에 오고 나서도 여유를 가지고 상담과정을 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의 어려움, 두려움을 평소에 알던 사람이 아닌 낯선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상담자와 신뢰감이 쌓이고 ‘이 사람이라면 나의 이야기를 해도 되겠다’라는 마음이 생길 때야 비로소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빨리 문제를 알고 해결해주겠다는 마음보다는 상담자를 믿고 여유를 가지며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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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자녀와 상담자의 상담내용에 대해서 지나친 관심을 갖는 것도 주의해야 합니다. 상담자와 자녀는 상담을 시작할 때 비밀보장의 원칙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는 상담자는 내담자의 대화 내용을 타인에게 발설해서는 안 되며 철저한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원리는 내담자와 상담자의 신뢰를 형성하는 중요한 부분이 됩니다. 자녀의 입장에서 자신이 상담에서 한 이야기가 바로 부모님이 알게 된다고 생각하면 상담자와의 신뢰관계가 흔들리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상담관계를 망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모든 이야기를 상담자가 부모님께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자녀의 부모님과 함께 이야기하고 도움을 요청할 부분에 대해서는 자녀와의 합의 하에 상담자와 부모님이 내용을 공유하고 함께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다만 때로는 부모님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자녀만의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이를 존중하고 기다려주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자녀의 심리적 어려움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도움을 주려고 하는 태도는 정말 칭찬받아 마땅한 바람직한 부모의 모습이라고 봅니다. 다만 자녀가 스스로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인격체임에 대해서 인정하고 여유를 갖는 모습을 보인다면 자녀도 부모의 그러한 모습에 신뢰감을 얻고 자녀가 가진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수원시청소년육성재단 청소년상담센터 강한모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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