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의 변신은 무죄] 도내 이색카페를 찾아

커피만 마시는 카페는 잊어라… 콘서트서 문화수업까지 ‘개성만점’

인문학 카페 ‘채널공감’에서 음악과 함께하는 인문학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채널공감’ 카페 제공
인문학 카페 ‘채널공감’에서 음악과 함께하는 인문학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채널공감’ 카페 제공

‘카페 건너 카페’라는 말이 있을 만큼, 카페는 어느 골목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점포가 됐다. 그 수만 해도 5만 9천656개에 이른다.

이런 카페가 시간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과거 음악다방·청바지다방 등이 유행하던 시대를 거쳐 수족관 카페·피규어 카페 등 개성 넘치는 카페들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그 안에 담긴 문화적 의미도 다양하다. 도내 이색 카페를 찾아 진면목을 살펴봤다. 그곳엔 단순히 음악과 커피 향만 있는 게 아니라 현대인의 감성을 어루만지고, 지역사회와 공감하는 ‘사람의 향기’가 있었다. 

■ ‘사람냄새’를 찾아가는 인문학 카페, ‘채널공감’

12일 하남시 미사 강변 한강로의 ‘ch공감(채널공감)’ 카페를 찾자 점심때를 이용해 휴식을 즐기러 온 손님들로 북적였다. 라이브카페를 떠올리게 하는 작은 무대와 2명의 종업원, 테이블로 구성된 공간에서는 일반적인 카페와는 다른 이야기들이 오갔다. 한 커플은 전날 읽은 책에 대해 토론하고, 6명으로 이뤄진 독서 모임에서는 정치 이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책을 읽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있는 커피숍의 평범한 풍경이었지만, 도서 판매부스가 설치돼 있어 인문학 서적을 읽고 토론이 오가는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연령층도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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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널공감’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예술인
아이와 함께 점심때 카페를 방문한 박소정 씨(39)는 “평소 인문학 콘서트에 관심이 많아 아이와 종종 참석했고, 책들이 많아 공감카페를 자주 방문했다” 며 “자녀 교육에 좋은 장소라고 생각돼 평일에도 자주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인문학 콘서트가 열리는 카페다. 인문학이 주는 이미지가 고리타분하고 어렵지만, 카페라는 공간에서 이를 쉽게 풀어낸 스토리텔링식 콘서트가 열린다.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미술·음악 콘서트에 쉽고 재밌는 해설을 곁들여 진행되며, 자녀동반 학부모들의 참석 비율이 높다. 첫 콘서트 때는 직접 발품을 팔아 홍보했지만, 점차 콘서트 일정에 관한 고객들의 문의가 늘어나 지난 4월 카페 개장 이후 한 달에 최소 1~2번은 꾸준히 콘서트가 열린다.

 

카페 내 도서 판매부스도 이곳의 명물이다. 700여 권이 갖춰진 카페 내 책방에는 인문학 서적 이외에도 소설·수필·시·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이 자리한다. 도서를 2만 원 이상 구매하면 무료로 음료를 한 잔 제공하고 있다.

 

■ ‘방과 후 학교’ 역할도 수행, 문방구 테마를 넘어선 ‘문방구 카페’

엄태준 문방구카페 대표(45)는 매일 오후 4시가 되면 바빠진다. 카페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기독교 대안학교 ‘헤이븐 기독학교’에서 하교하는 학생들이 하나 둘 카페로 몰려오기 때문이다. 카페와 초등학생의 등식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이곳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곧바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맞벌이 부부들이 많은 현실에 맞춰 카페 자체적으로 학생들의 돌봄 서비스·문화 수업을 제공하고 있는 것. 방과 후 학생들의 쉼터이자 돌봄 교실이오, 사랑방인 셈이다.

 

12일 오후 4시께 찾은 과천시 과천동 ‘문방구카페’에는 이날도 수업을 마치고 하교한 헤이븐 기독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삼삼오오 들어왔다. 학생들은 책상 위에 가방을 던져놓고 함께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문방구 카페’에서 생일 파티를 하고 있는 아이들.
‘문방구 카페’에서 생일 파티를 하고 있는 아이들.
오후 4시30분께 크래프트 아트 강사가 오자 몇몇 아이들은 강사를 따라 카페 한쪽의 테이블로 모여 강사의 시범에 집중했다. 강의를 듣지 않는 아이들은 각자 자유롭게 숙제를 하거나 영어책을 읽으며 엄마, 아빠를 기다렸다. 하루 평균 60여 명의 손님이 찾아오는 이곳엔 방과 후에만 약 20여 명의 학생이 찾아온다. 이에 맞춰 카페에서는 그림·향초 제작·기독교 관련 수업 등을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레스토랑을 운영했던 엄 대표는 자녀가 이곳의 학교에 다니면서 터를 새로 잡게 됐다. 엄 대표는 “이곳(양지마을)은 도심의 번화가가 아니라서 가만히 있으면 손님들이 오지도 않고, 문방구·편의점이 멀다”며 “학생들이 많아 이에 맞춰 학교에 가져가야 할 간단한 준비물들을 구매할 수 있도록 카페 테마를 문방구로 잡았고, 자연스레 돌봄 서비스나 문화 수업을 제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단순히 문구류를 파는 카페가 아니라, 지역사회에 필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카페인 셈이다. 엄 대표는 “학부모들과 같은 지역 커뮤니티 구성원들에게 초점을 맞춘 경영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금전적인 수익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필요한 서비스도 함께 제공해 뿌듯함도 있다”고 말했다.

 

수습 권오탁ㆍ유소인기자

사진=채널공감·문방구카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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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호 채널공감 대표 

“지역 주민과 함께 어우러진 카페가 진정한 카페”

“지역주민에 기여하고 함께 어우러지는 게 카페의 진정한 의미 아닐까요.”

 

주진호 채널공감 카페 대표(44)는 지난 4월 카페를 열고서 5개월 동안 인문학 콘서트를 무려 7회나 열었다. 단순히 손님들에게 음료를 팔고 공간을 제공하는 것보다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전부터 공연기획 관련 일을 했던 주 대표는 하남시 미사 강변 한강로에 카페를 열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기여할 방안을 찾았다. 고민을 하던 중 자신의 특기인 공연기획 능력을 살리기로 했고, 탄생한 게 문학과 문화, 인문학이 살아숨쉬는 카페였다.

 

주 대표가 생각하는 인문학은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이들의 마음을 움직여 감동을 주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인문학 콘서트를 포함해 카페·공연·책방·여행 등 4개의 콘셉트를 제시했다. 이 콘셉트들은 모두 인문학과 관련돼 있다. 사교 공간·개인 공간의 속성 모두를 띈 카페로서의 기능 수행 이 외에도 인문학 콘서트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든다. 음악·시 등과 관련해 스토리텔링식으로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주 대표 본인이 직접 선정한 책들을 700여 권가량 갖췄다. 지난 7월15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약 70여 권이 판매됐으며 채널공감을 모임 개최지로 선정한 독서모임도 4개나 있을 정도로 책방이라는 콘셉트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이번 가을·겨울에는 작가들을 동반한 20~30명 규모의 인문학 관련 국내 여행을 준비 중이다. 내년부터는 인문학과 더불어 예술·문화를 주 콘셉트로 내세운 일본 교토·유럽 주요 도시 여행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주 대표의 영업 철학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는 후원자로 김이곤 예술감독이 있다. 각종 인문학 콘서트 개최를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본인의 개런티 비용을 거의 받지 않는 대신 공연하러 오는 예술인들에게 따로 비용을 주고 있다.

 

주 대표는 이색카페 창업 후발주자들에게 “기본적으로 창업은 지역주민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며 “카페·요식업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를 가도 마찬가지로, 돈이든 관심이든 결국 사람에게 나온다” 라고 강조했다. 지역주민들에게 관심을 기울여 이들이 어떤 것을 원하고, 본인이 어떤 것을 채워줄 수 있는지 계속해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 대표는 “나는 지역주민들에게 채워줄 수 있는 ‘무언가’가 인문학이라고 생각했고, 이를 위한 공간으로 카페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커피전문점 수는 5만 9천656개로 이 중 프랜차이즈 카페가 주류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동네 카페들은 이색카페로의 변신 등과 같은 차별화를 통해 생존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이런 차별화에 대해 주 대표는 “프랜차이즈 카페의 가장 큰 목적은 이윤 창출이고 이에 따른 매뉴얼 등이 갖춰져 있는 상태라 이색카페가 금전적으로 이기긴 힘들다” 면서도 “대신 이색카페는 프랜차이즈 카페에 비해 어떤 것을 더 차별화할 수 있을지 더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으므로, 타 업체와의 경쟁보다 지역주민들과의 유대관계 등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습 권오탁ㆍ유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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