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 10대 청소년 20여 명이 ‘어깨를 부딪치고 사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또래 1명을 집단 폭행(본보 4월30일자 7면)한 사건이 벌어져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일부 가해자들이 사건 이후에도 SNS에 욕설과 장난스런 글까지 남겨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30일 A 고교 페이스북 전체 공개 페이지를 살펴보면 이들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가 열린 지난 26일 오후 5시20분께 ‘O학년 O반 모양(가해자 중 한 명) 진짜 X같이 생겼네요’라는 글에 ‘ㅋㅋㅋ’ 등 반응을 보이며 서로 농담을 주고받았다.
또 학폭위 다음날인 27일에는 A 고교를 비방하는 내용의 문자 캡쳐 사진과 함께 ‘연락해라, 잡히면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글이 올라오자 서로의 계정을 태그하며 ‘장난 아니다’, ‘재밌다’, ‘잡히면 이번엔 XXX’, ‘화이팅’ 등 욕설과 함께 조롱 섞인 댓글이 가해 학생들 사이에서 이어졌다.
아울러 폭행 직후 주말인 14~15일 동안은 페이스북 친구만 볼 수 있는 게시글을 따로 남겨 ‘학교에 빨리 가고 싶다’, ‘차로 박아버리고 싶다’는 등 모욕적인 표현도 서슴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누리꾼들은 가해자들의 상식을 넘은 행동에 분노하고 있다. 이들은 “피해자만 억울하고 가해자는 웃고 있을 듯”, “청소년보호법 폐지와 동시에 미성년자 처벌 강화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건과 관련, 경찰은 학폭위 결과와는 무관하게 별도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현재까지 가해자 11명의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아직까지 학폭위를 열지 않은 C 중학교와 D 고등학교는 조속히 학폭위를 열어 가해자들의 징계처분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수원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폭위 예정 날짜나 결과가 공개되면 개인정보가 드러날 가능성이 있어 외부에 알릴 수 없다”면서도 “학폭위가 열리면 매뉴얼과 규정에 맞게 적절한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3일 수원 권선구 소재 A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B양(17)은 같은 학교 동급생 16명과 C 중학교ㆍD 고등학교 소속 5명에게 4시간가량 직ㆍ간접적인 집단 폭행을 당했다. 폭행 과정에서 일부 학생은 ‘학원 갈 시간이 됐다’며 자리를 뜨고, 일부 학생은 우연히 지나가면서 합류했으며, 일부 학생은 영상 통화 등으로 가담해 가해자가 총 21명에 달하게 됐다.
가해자가 16명으로 가장 많은 A 고교는 지난 26일 오후 5시 학폭위를 열어 해당 가해 학생들에게 각각의 징계처분 조치를 내렸다.
강현숙ㆍ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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