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이 부른 ‘도박의 늪’ 빚더미에 앉는 청소년들
최근 청소년들의 불법도박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전국에서 학생학교 수가 가장 많은 경기지역 교육현장도 마찬가지로 ‘도박의 늪’에 서서히 잠식되고 있는 모양새다.
청소년 불법도박에 심각성을 느낀 일부 교육청은 ‘학생 도박 예방교육 조례’를 제정하며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교육 당국과 사회가 청소년 불법도박을 마주하는 시선은 상당히 미온적이다. 이에 청소년 불법도박이 10대들을 빚쟁이로 만들어 학교폭력, 청소년 범죄 등으로 내모는 현실과 교육 당국의 대책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경기지역 10대 청소년들 사이에 인터넷 도박이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판돈으로 수십만 원을 걸다가 수천만 원의 빚에 내몰린 청소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어 관계 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1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와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온라인 불법도박과 관련해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서 상담한 경기지역 청소년은 모두 254명에 달한다.
문제는 매년 상담 인원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4년 도박 문제로 상담했던 청소년은 12명에 그쳤으나 2015년 27명, 2016년 66명, 2017년 85명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올해는 지난 5월까지 64명의 청소년이 불법도박과 관련해 상담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최근 5년 동안 불법도박 상담 청소년이 가장 많은 도시는 수원시(27명)와 고양시(27명)였다. 이어 부천과 안산이 각각 16명, 안양과 평택이 각각 14명을 기록했다. 31개 시ㆍ군 중 가평군을 제외한 나머지 지자체에서도 매년 도박문제로 청소년 상담이 잇따랐다.
특히 이들 청소년이 상담을 하는 횟수 역시 평균 3회 이상이어서 청소년들이 불법도박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운 상황을 반증하고 있다.
도내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최용민군(가명·18)은 불법도박으로 생긴 빚만 1천만 원이 넘는다. 최군은 중학교 때 학교 선배가 자신과 친구들을 불러놓고 불법도박 사이트 가입을 강요하면서 불법도박을 시작하게 됐다. 이후 5만 원으로 400만 원이라는 큰돈을 벌게 되자 도박에 재미를 느끼게 됐다.
그러나 불법도박으로 돈을 날리게 된 최군은 지인에게 매주 이자를 20%씩 상납하는 조건으로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결국 최군은 얼마 지나지 않아 빌린 돈을 모두 도박으로 잃게 됐고, 돈을 빌려준 지인과 친구들에게 빚을 갚으라는 독촉의 협박과 폭행까지 당하게 됐다.
최군은 빚을 갚기 위해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인터넷 카페에서 상품권 사기, 핸드폰 사기를 치는 등 범죄에까지 손을 대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최군은 “돈을 빌릴 때 이자에 대한 개념도 없었고, ‘금방 따서 갚으면 되지’라는 당시 결정을 가장 후회한다”고 전했다.
불법도박에 빠져 거액의 빚을 진 고등학생 이진영군(가명·19)은 “반 아이들 대부분이 온라인 게임에서 번 게임머니를 현금화해서 사다리, 바카라, 토토와 같은 도박을 한다”면서 “불법도박한 사실이 알려지면 처벌받을 수 있어 부모님이 빚을 대신 갚아주거나 친구에게 돈을 빌려 변제한다”고 말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경기남부센터 관계자는 “도내에서 1천만 원 이상의 손실액을 본 청소년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며 “중고물품 거래, 오토바이 절도, 학교폭력 등의 이면에는 불법도박 빚을 갚기 위한 청소년이 있다”고 설명했다.
성남=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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