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비 급증 헛돈 쓰고 유치실패 지역 후유증도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추진된 공공기관 이전정책이 조직의 비효율성과 이전기관 유치에 따른 지역간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2월 전북 전주시로 이전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현재까지 1년 7개월 동안 무려 41명의 인력이 이탈했다. 이전 확정 전인 2015년 10명이 퇴사한 것과 비교하면 직원들이 지방 근무를 꺼리는 현상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특히 작년 7월22일부터 현재까지 기금 운용의 책임자인 기금운용본부장(CIO)은 공석이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받은 ‘국민연금공단 임직원 거주지 현황’을 보면, 9월 현재 인사시스템 기록상 임직원 1천19명 중 70%가 넘는 715명이 전주시 권역에 거주하지 않거나 주소를 이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공공기관 지방이전사업 평가’를 보면 지난 2015년 이전 공공기관 직원들이 쓴 출장비는 717억 원에 달한다. 2013년 526억 원인 것에 비해 191억 원(36.2%) 증가했다. 출장 횟수 또한 2014년 69만 8천246회에서 2015년 84만 2천 회로 급상승했다.
공공기관의 업무 특성상 수도권에 있는 관계부처와의 회의 등을 위한 출장이 잦아 길 위에서 쏟아붓는 시간과 예산 낭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기관마다 화상회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실제 이용빈도는 낮다는 게 기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국행정학회는 정부부처의 세종시 이전으로 인한 행정·사회적 비효율 비용이 2조 8천억~4조 8천800억 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경북 김천으로 이전한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국회나 정부부처에서 열리는 회의 등에 참석하기 위해 수시로 서울을 왔다갔다해 시간과 예산낭비는 물론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화상회의 시스템이 있지만, 사용하지 않아 먼지만 쌓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은 지방과 지방간에 갈등마저 유발시키고 있다.
지난달 4일 정부와 여당이 122개 공공기관의 추가 지방 이전을 발표하자 대전광역시와 경북 영주시, 문경시, 전라남도 등 지자체들이 이전하는 공공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서로 뛰어들었다.
대전시의회는 최근 ‘공공기관 이전 대상지역 합리적 조정 촉구 건의안’을 발의해 “과거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공공기관 지방이전에서 충남과 대전은 단 1곳도 이전하지 않은 채 철저히 소외돼 왔다”며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역의 균형과 형평을 충분히 고려해 배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처음 논의됐을 당시에도 서로 공공기관을 유치하고자 지역 간 갈등과 정치적 논란이 발생한 바 있다. 공공기관 이전에 실패한 지자체들은 허탈함 등 상당한 후유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권혁준ㆍ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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