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왕실 기능성 그릇 ‘푸레독’의 명맥 잇고 있는 ‘한미요 배씨토가 푸레도기 연구소’

‘푸레독’은 도기 종류 중 최고급 도기이며, 1천200여년전부터 왕실에서 쓰인 우리나라 전통 그릇이다.

황토를 사용해 성형한 뒤, 건조시켜 1280도 가마에 5일간 구워 완성한다. 다른 도기와 다르게 유약이나 잿물을 사용하지 않고 초벌구이를 하지 않는다. 천일염을 투척하고, 검은 연기(탄소)를 침투시키는 기법을 사용하는 것도 푸레독만이 가진 특징이다. 가마 온도가 1280도에 이르렀을 때 소금을 뿌리고 탄소를 그릇의 숨구멍에 침투시킨 후 가마를 밀몽해 작업을 끝낸다. 이때 뿌린 천일염이 방부성을 높여주고, 물이 담겨졌을때 탄소가 물속의 이물질을 흡착하면서 정수ㆍ정화ㆍ탈취 기능을 하게 되는 것이다.

까다로운 제작과정 때문에 왕실의 그릇을 만들던 국가기관인 사옹원의 광주 번천리 관요에서 사기장들에의해 만들어졌다. 특히 당시 국가 관리 품목 중 하나였던 소금이 다량 사용된 만큼, 왕실이나 왕실에서 하사한 사찰의 불교 용품으로 사용됐다. 검푸르스름한 빛깔을 띄고 있어, ‘푸르스름하다’의 순우리말인 ‘푸레’와 배가 나온 큰 형태의 그릇이라는 뜻의 ‘독’을 합쳐 푸레독이라 불렸다.

화성에 위치한 ‘한미요 배씨토가-푸레도기연구소’는 오랜시간동안 푸레독의 명맥을 잇고 있는 곳이다. 1740년 순교자였던 배관겸(프란치스코. 124위중13위 천주교 순교 지정2015년)이 천주교 박해를 피해 산속에 숨어 생업으로 옹기를 빚으면서 시작된 이후, 280여년 동안 총 9대에 걸쳐 푸레독을 만들어 왔다.

이후 7대 배요섭이 가업의 기술로 완성시켜 서울특별시 지정 무형문화재 제30호 옹기장으로 지정됐고, 8대 배연식(대한민국 푸레독 숙련기술전수자99-4호)이 기존의 푸레독보다 발전된 ‘푸레도기’를 완성했다.

푸레도기는 푸레독이 가진 장점은 강화시키고, 단점은 보완한 것이다. 유약이나 잿물을 사용하지 않는 푸레독은 물이 새어나온다는 단점이 있었다. 실외 생활을 주로하던 시기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주거환경이 실내로 바뀌고 나서는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이에 배연식은 20여년 이상의 연구 끝에 유약을 바르지 않고도, 숨구멍은 100% 살아있고 물이 새어 나오지 않는 푸레도기를 개발했다. 직접 채취한 황토만을 사용하며, 소성 온도도 1300℃ 이상으로 올려 저장과 정수의 기능을 극대화했다.

이렇게 완성된 푸레도기는 물 정수용으로 항암병원에서 항암치료환자를 위해서나 물이 강알칼리성인 나라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지난 1월 미국 FDA에 의료기기로 승인ㆍ등록되기도 했다.

현재는 9대 배은경과 배새롬(서울시 무형문화재 옹기장 이수자)이 배연식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고 있다. 배은경은 2013년 푸레도기연구소를 설립해 현대 사회에서 유용하게 쓰일 푸레도기를 연구ㆍ개발하고 있다.

송시연기자

[인터뷰] 배연식 대한민국 푸레독 숙련기술전수자

- 푸레도기에 대한 설명 부탁한다.

푸레도기는 관요에서 왕실이나 왕족을 위한 기능성 그릇으로 제작됐던 푸레독의 맥을 잇는 그릇이다. 푸레독은 삼국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임에도 불구하고, 먹기도 귀했던 소금을 뿌려 만들었기 때문에 서민들은 접근할 수가 없었다. 제작과정도 까다로워 전수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한국의 아름다운 가마를 운영하는 배씨 가족’이라는 뜻의 한미요 배씨토가-푸레도기연구소는 280여년에 걸쳐 푸레도기의 명맥을 잇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독자적인 문화이고, 그 기능도 뛰어난 만큼 자부심을 가지고 만들고 있다.

- 제작과정은.

푸레도기는 하늘의 천심, 흙의 지심, 작업하는 사람의 인심이 맞아야 완성된다고 할 정도로 그 과정이 까다롭다. 한 점을 완성하는 데만 3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온도는 물론이고, 흙과 소금을 비롯해 가마를 때는 나무까지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모든 재료는 직접 구하고 있다. 1300도의 고온에서 탄소를 그릇에 넣어 정수, 정화, 탈취 기능성에서 다른 옹기와 큰 차이를 보인다. 소성 온도를 1300도로 올리고 나서부터는 골드, 실버, 메탈퍼플, 코발트블루, 핑크, 브라운 등 기존 검푸른 푸레도기에서 볼 수 없는 희귀한 색감으로도 완성되고 있다.

- 어려운 점도 많을 것 같은데, 옛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전국을 다니며 흙을 채취하기 때문에 예전에는 간첩으로 오인 받아 경찰서에 간 적도 많았다. 질 좋은 나무를 구하러 수많은 날들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천일염이 좋지 않다는 이유 하나로 푸레도기가 완성 되지 않아 몇 년 동안 고생했던 때도 있었고, 장작 가마 소성 중 가자기 날씨가 놓지 않아 실패한 경우도 많았다. 좋은 흙을 채취하고, 최상의 나무와 천일염을 구하는 일은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워지겠지만, 푸레도기를 찾아주시는 분들의 마음을 알기에 옛 방식을 고수할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렇게 해 나갈 것이다.

송시연기자

[인터뷰] 배은경 푸레도기연구소장

- 푸레도기는 어떤 그릇인가.

푸레도기는 작품성과 기능성을 모두 겸비한 그릇이다. 흙, 나무, 천일염으로만 만들어지기 때문에 자연에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전 과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만큼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이 된다. 기능성은 두 말할 것도 없다. 이미 국내에서는 항암 치료 병원에서 해독수로 사용되고 있다. 큰 수술을 받았거나 아토피로 고민하고 있는 분들도 많이 찾고 있다. 해외에서는 물이 좋지 않은 지역이나, 강알칼리수를 이용하는 나라에서 만족도가 높다.

-푸레도기가 가진 기능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달라.

푸레도기는 물을 담아 놓으면 물속의 이물질을 흡수해 배출한다. 산소가 풍부해져 시간이 지나도 물이 변질되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참숯의 탄소 성분이 정수, 정화, 탈취 기능을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참숯에 연기를 입히는 공정과 푸레도기에 연기를 입히는 공정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처음 사용할 때 탄 냄새가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기능성을 좌우하는 탄소가 많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탄 냄새는 사라지지만, 이를 빨리 없애고자 할 때에는 물에 끓여 사용하면 된다. 검푸른 푸레도기의 색상이 빠지거나 변하지 않는 이상 기능성은 영원하다.

-앞으로의 계획은.

푸레도기연구소는 전통과 시대 흐름의 반영을 목표로 한다. 선조들의 지혜와 기능성을 추구하는 옛 방식을 기본으로 현대 사회에 맞게 재해석하는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전시에 꾸준히 참여해 푸레도기를 알리고 있다. 반응도 상당하다. 푸레도기가 가진 고유의 아름다음과 기능에 감탄한다. 그동안 어렵게 가업을 기어왔던 선대의 명성에 누가되지 않도록 더욱 열심히 연구하고 정진할 것이다. 세상에 감동을 주고, 후대에 좋은 평가를 받는 그릇을 만들겠다.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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