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미관도 좋지만 우려의 목소리 고층 건물 유리외벽 쾅! 충돌 속출
市 ‘철새이동경로 서식지 네트워크’ 등재 추진 무색… 사실상 무대책
철새의 주요 이동통로 역할을 하는 인천에서 조류 충돌사고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지만, 인천시는 관련사고 현황과 조류 충돌 방지 조치 등 대책 마련에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31일 인천시와 인천시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구조신고가 들어온 조류 229마리 중 약 50여 마리가 건물 유리나 소음벽에 충돌해 죽거나 크게 다쳤다. 또 올해 3월까지 5마리의 새가 같은 이유로 죽은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최근 인천 남동구 구월 아시아드 근린공원 인근에서 수십 마리 새가 죽어 있는 모습이 발견됐다.
이 새들은 도로의 차량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설치된 투명방음벽에 부딪히면서 떨어졌다.
이곳의 투명방음벽은 꾸준히 버드스트라이크가 일어난 곳으로 시가 이를 막기 위해 맹금류가 그려진 버드 세이버 스티커를 부착했지만, 상당수의 새가 같은 곳에서 충돌로 죽고 있다.
또 송도국제도시의 고층아파트 인근에서는 천연기념물 제323-8호인 황조롱이가 눈이 충혈되고 부리가 부러진 채 죽었다.
이처럼 철새의 주요 이동통로 역할을 하는 인천에서 조류 충돌사고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시는 충돌로 죽는 조류 현황조차 파악하지 않고 충돌 방지 예방 조치에도 손을 놓고 있다.
청라·영종·송도 지역에 조류 충돌 사고가 집중되고 있지만, 빈번히 일어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시는 송도갯벌을 EAAFP(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 사무국에 ‘철새이동경로 서식지 네트워크’로 등재하려고 추진 중이고, 5월에는 관련 국제심포지움과 세계 철새의 날 행사도 계획하는 등 철새 보호를 위한 정책을 구상 중이다.
이처럼 철새 보호에 앞장서기 위해 송도갯벌 보호 정책을 추진하려는 인천시가 철새들의 충돌사고 방지 대책 등 기본적인 생명권에는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어 지역 환경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인천환경운동연합은 “고층 건물 설계 시 투명유리 시공부 부분들은 조류 이동통로의 역할을 위해 새가 인지할 수 있는 표시를 설치해야 한다”며 “하지만, 이에 대해 시 등은 계도하고 있다는 말만 할 뿐 적극적인 대책은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철새가 많은 송도 주변 건물을 조사했지만 사례가 많지 않아 대책 수립을 접었다”며 “다시 한번 확인해보고 해당 사례가 나오면 표시물 설치를 독려하겠다”고 했다.
이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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