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곳당 8천명 관리, 열악한 치매안심센터
“치매환자를 집에서 모시기 힘들다는 걸 모르는 사람도 있나요? 매일매일 지옥 같은데 현실적으로 치매환자를 맡길 곳이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집에서 돌보는 겁니다”
A씨(59)는 여든한 살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지난해 충남에서 화성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A씨의 노모는 5년 전 치매에 걸린 이후 3분마다 머리를 손질하고, 최근에는 걷는 법까지 잊어 엉금엉금 기어다닌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A씨는 경제적 어려움에도 3년 전 어머니를 요양원에 입소시켰다. 그러나 나날이 야위고 혈색 잃는 어머니 모습에, 또 매달 부담스러운 간병비에 결국 그를 다시 집으로 데려왔다.
A씨는 “어머니를 살피느라 밤에는 잠을 못 자고 낮에는 돈만 번다. 낮 1~2시간이라도 치매안심센터에 편히 모시고 싶은데 그러질 못한다”며 “집에서 센터까지 자가용으로 40분이 걸리는 데다가 센터 내에서도 딱히 관리되는 느낌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가 ‘치매 국가책임제’를 선언하고 핵심 목표로 ‘치매안심센터 설립’을 내세운 지 3년차가 됐지만 여전히 치매 가족들의 고통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태부족한 인프라 탓에 치매환자가 센터를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총 256개의 치매안심센터(이하 센터)가 있다. 그러나 사실상 정식개소한 59개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부분개소ㆍ미개소 센터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거나 프로그램이 운영되지 않는 중이다.
전국에서 센터가 가장 많은 경기도 역시 명목상으로는 46개의 센터를 두고 있지만 정식개소한 수는 20개에 불과하다. 31개 시ㆍ군별로 1개씩도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달 기준 도내 60세 이상 치매환자가 16만5천 명인 것을 고려하면 정식개소한 센터 1곳당 8천여 명이 넘는 환자를 관리해야 하는 꼴이다.
더욱이 센터는 ‘치매환자와 가족들의 1:1 맞춤 상담, 검진, 관리, 서비스 연결까지 통합적인 지원’을 제공한다지만, 대부분이 지역 보건소와 ‘한 지붕 두 가족’ 신세로 지내고 있다. 더부살이하는 탓에 센터 공간 자체가 협소하고 다른 보건소 업무가 겹치기도 하는 열악한 상황이다.
도내 한 치매안심센터 관계자는 “치매어르신별로 각각 특성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일부 프로그램은 분기별로 한 번씩만 진행되고 끝나는 등 장기 프로젝트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치매 ‘치료’보다는 조기 검진이나 실종 예방 등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 모든 치매안심센터를 올해 안에 정식개소할 것이고, 이와 함께 치매안심병원 수도 확충하는 등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치매는 환자 당사자뿐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고통을 겪는 질병인 만큼 정부에서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연우ㆍ채태병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