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섬 천문대 별자리 체험시설, 출입문 잠겨 있고 잡초만 무성
도농교류센터·슬로푸드체험관은 비닐도 안 뜯은 주방기구만 가득
부실 기획·무관심이 문제… 郡 “주민 의지·계획 있으면 道와 협의”
양평군 단월면 석산2리 하늘섬 천문대 별자리 체험시설. 건물 출입문 주변에는 성인 무릎 높이만큼 잡초가 자라고 있고 심지어 건물 출입문이 굳게 잠겨 있는 등 관리 흔적을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건물 1층에 있는 식당 주방은 제빵용 전기오븐, 반죽기 등 고가의 조리 장비들이 설치돼 있으나 일부는 비닐도 뜯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다.
산음1리 도농 교류센터와 산음2리 슬로푸드 체험관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곳 건물 1층은 식당과 주방으로 꾸며져 있으나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고가의 주방기구들로 가득했다.
43억 원의 혈세가 투입된 양평군 농촌 지역개발사업이 행정기관의 부실한 기획과 주민들의 무관심까지 겹치면서 용두사미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4일 양평군에 따르면 군은 지난 2012년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비 30억1천만 원 등 총 43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지난 2017년 10월께 ‘양평군 소리산 권역 단위종합 정비사업’을 완료했다. 이 사업은 양평군 단월면 산음1리, 산음2리, 석산1리, 석산2리 등 4개 마을을 권역으로 묶어 도농 교류센터를 비롯 슬로푸드체험관, 별자리체험관 등 3개 건물을 신축하고, 지역 경관개선사업과 마을주민 교육 등을 추진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정부와 군이 사업장을 마련해주면 지역주민들이 공동으로 운영을 맡아 지역 소득증대를 도모한다는 목적으로 시작됐다. 이 때문에 주민들의 사업 운영능력 함양을 위해 리더육성 교육, 맞춤형 교육, 전문가 초청 교육 등 교육비와 추진위원회 운영비 및 사무장 인건비 등으로 4억3천만 원도 지원됐다.
하지만 완료된 지 2년7개월이 지난 현재 시설물들이 굳게 닫힌 채 방치되고 있다.
문제는 현재 주민 중에는 사업을 이끌 수 있는 인력은 물론 사업 추진 의지도 찾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한 마을 이장은 “요즘 누가 체험 마을을 찾나? 애초부터 현실성이 없는 사업이었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이장은 “체험시설을 식당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사업내용 변경을 요청했지만 사업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농식품부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양평군의 관리의지도 찾아보기 어렵다.
군은 사업 시작 단계부터 마을주민들의 의견에 따랐고 구체적인 사업내용을 정한 것도 주민들이라는 입장이다. 4년이라는 긴 사업 기간이 지나면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사람들 일부가 마을을 떠나고 이장이 바뀌는 등 주체 세력이 사라지게 됐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양평군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주민들이 확실한 사업계획과 그것을 실현하려는 주민들의 의지가 확인된다면, 농식품부의 업무를 위임받은 경기도와 주민 의사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협의해보겠다”고 밝혔다. 양평=장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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