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학교 체육]3. 합숙소 폐지 결정도 문제

통학부담에 결국 운동포기… 날아간 원거리 선수들의 꿈

스포츠혁신위가 학교 체육 정상화를 목표로 발표한 ‘합숙소 전면 폐지’ 권고안은 절반 이상이 원거리 선수들로 구성된 운동부의 현실을 외면한 탁상 행정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체육계의 원성을 사고 있다.

자신의 거주지에 운동부가 없어 타지역 학교로 입학한 학생 선수들이 합숙소 폐지로 거리 문제상 운동을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6일 경기도 체육계에 따르면 지난달 4일 스포츠혁신위(이하 혁신위)는 “유사 합숙소를 포함한 모든 합숙소를 전면 폐지한다. 원거리 학생을 대상으로 한 기숙사 운영은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 내용의 2차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도내 학교 체육 관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2016년 경기도교육청이 모든 중학교 운동부 합숙소를 폐지한다는 지침을 시행하면서 이미 도내 44개의 합숙소가 사라진 상황에서, 고교까지 포함된 혁신위의 이번 권고안은 원거리 학생 선수의 ‘운동 포기’까지로 이어지는 등 파급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현재 다수의 학교 운동부는 지역별로 종목팀 수가 많지 않은 탓에 대부분 원거리 거주 학생들로 구성돼 있다. 권고안대로라면 해당 학생들은 통학문제로 더는 운동을 지속할 수 없게 되는 위기에 처했다.

특히 야구, 축구 등 일부 구기종목에선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경기도야구소프트볼협회와 관계자들에 따르면 도내 17개 학교 야구부 선수단은 원거리 학생 비율이 70~80%에 육박한 실정이다.

실제 파주 소재 A고교 야구팀은 37명의 구성원 중 3명을 제외하곤 모두 지역 외 학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권고안이 시행되면 팀원 가운데 90%가 넘는 학생 선수들이 통학을 위해 2~7시간가량의 시간을 허비해야 하거나 개인 거주지를 따로 마련해야만 하는 재정적 부담 위기에 놓이게 된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혁신위 권고안에는 ‘원거리 학생을 대상으로 한 기숙사 운영이 허용된다’는 예외 규정을 두었지만 이 역시 주 52시간 제도에 부딪혀 현실성 없는 대안이라고 체육계는 지적했다.

원거리 학생 선수들로만 구성된 수원 소재 B고등학교 양궁팀은 지도자가 합숙소에서 학생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며 이들을 관리했지만, 이달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지도자의 동숙이 어려워지며 이달 합숙소 운영을 중단했다.

학교체육진흥법 시행규칙 제7조(학생선수를 위한 기숙사의 운영) 1항 2호에는 원거리에서 통학하는 학생선수를 위하여 운영하는 기숙사는 ‘학생선수기숙사 관리를 전담하는 교직원을 둘 것’으로 규정돼 있다. 학생들만 홀로 합숙소에 거주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별도의 교직원을 채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A고교 야구팀 부장교사는 “팀에 속한 대다수의 선수가 현재 원거리 거주 학생으로 구성된 상황에서 혁신위의 권고안이 실제로 시행되면 다수의 학생들은 학교를 떠날 것으로 예상돼 야구팀 자체가 해체할 수 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박신태 경기도스포츠꿈나무 교육연대 자문위원은 “미래 스포츠스타를 꿈꾸는 아이들이 운동을 포기하게 하는 ‘합숙소 폐지’는 헌법이 보장한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종목 인프라 구축 및 정부의 기숙사 건립 예산 배정 등을 통한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휘모ㆍ이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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