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 지는 ‘돼지열병’ 공포] 백신 없고 감염땐 치사율 100%… 국경검역 뚫리면 ‘치명적’

돼지 이동·잔반사료 감염 많고 ‘바이러스’ 냉동육서 1천일 생존
中 10개월만에 113만두 살처분 北도 발병, 한반도 안전지대 아냐

백신이 없는 탓에 전염 시 치사율 100%에 이르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ㆍAfrican Swine Fever)’이 한반도까지 전파되면서 그동안 안전지대로 인식됐던 대한민국에도 ASF가 창궐, 국내 양돈산업이 사형선고를 받을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국토 면적이 좁고 경기북부 등 일부 지역에 농가가 몰려 있는 국내 양돈산업 특성상 전염성이 높은 ASF가 한 번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확산할 것으로 예상, 애초에 ASF가 국내에 상륙하지 못하도록 하는 엄격한 예방절차가 강조되고 있다.

■ 양돈산업의 사신(死神), 아프리카ㆍ유럽 넘어 한반도까지

아프리카의 풍토병에 불과했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항만 등의 발달로 국제적인 물류 이동이 증가하면서 바이러스가 유럽지역으로 전파됐다. 서유럽에서 시작된 ASF 피해는 점차 동쪽으로 확산, 러시아를 거쳐 아시아지역까지 마수를 뻗쳤다. 결국 지난해 8월 중국 랴오닝성에서 ASF가 발생해 중국 내 32개 자치구ㆍ직할시ㆍ특구 등으로 퍼졌다. 중국 농업농촌부는 지난 5월 해당 ASF로 인해 중국 내 약 113만 두에 달하는 돼지가 살처분됐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ASF가 발생한 뒤 올해 들어 몽골(1월)ㆍ베트남(2월)ㆍ캄보디아(4월)ㆍ북한(5월)ㆍ라오스(6월) 등에서도 ASF가 발생, 거의 매달 아시아지역 국가에서 ASF가 확인되고 있다. 베트남은 총 63개 직할시 및 성(省) 가운데 61곳에서 ASF가 발생하는 등 국가 전역이 ASF로 몸살을 앓았다. 이로 인해 불과 4개월 만에 베트남 내 전체 돼지(약 3천만 두)의 10.3%(약 284만 두)가 폐사 또는 살처분됐다.

이처럼 아시아로 넘어온 ASF는 마침내 중국을 넘어 지난 5월 북한에서도 모습을 드러내면서 한반도 역시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경고했다.

■ 돈육서 최대 1천 일 생존하는 ‘ASF 바이러스’, 하나만 들어와도 무차별 확산

북한에서 ASF가 발병하면서 국내 사육농가들 역시 ASF 침략으로 인한 양돈산업 붕괴에 대한 공포를 호소하고 있다. 유럽식품안전국(EFSA)이 지난 2008~2012년 유럽지역에서 발생한 284건의 ASF 원인을 분석한 결과, ‘돼지 이동에 의한 감염(38.03%)’이 가장 많았다. 이어 ‘잔반(음식물쓰레기) 사료에 의한 감염(35.21%)’, ‘원인 불명(22.89%)’ 등 순이었다.

이처럼 직접 전염인 돼지 이동에 의한 감염을 제외하면 잔반 사료에 의한 간접 감염이 무려 35%에 달하고 있어, 해당 요인으로 인한 ASF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예방절차 마련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세계식량자원기구(FAO)에 따르면 ASF 바이러스는 냉동육에서 1천 일ㆍ건조되거나 염지된 가공육에서도 300일 이상 생존할 수 있어, ASF 발병국에서 수입된 돈육 부산물 등을 국내 돼지가 섭취하는 것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 이에 사육농가들은 야생 돼지류의 이동뿐 아니라 국내로 들어오는 돈육 및 축산물 관련 택배 등을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기북부의 한 사육농가 관계자는 “ASF 바이러스를 가진 돈육 등이 수입되면 국내 양돈산업은 끝장이다”라며 “축산업계에서는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보고 있는데, 정작 정부 및 검역 당국의 의식은 밑바닥 수준이라 국내서 언제 발병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연우ㆍ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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