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자골목서 롯데주류 ‘처음처럼’ 기피
태극기 ‘게양’ 일본식 용어 ‘달기’ 순화
친일 인사 작사·작곡 교가 퇴출 눈앞
일본의 경제 보복 이후 인천지역 주민들이 불매운동을 시작한 지 1개월여가 지나면서 점차 ‘일본용어 순화운동’으로 번지는 등 생활화하고 있다.
‘불금’인 지난 16일, 인천 구월동 먹자골목과 부평문화의 거리 상점에는 롯데 주류의 ‘처음처럼’이 사라졌다.
16~17일 저녁 8~10시 사이 고깃집과 호프집 등 주류 판매가 주를 이루는 상점 10곳을 확인했지만, 처음처럼을 마시는 테이블은 단 1곳도 없었다.
먹자골목에서 족발집을 하고 있는 A씨는 “예전에는 처음처럼이 훨씬 잘나갔는데, 이제 다른 술만 마신다”며 “손님들 자체가 아예 찾질 않는다”고 했다.
문화의 거리 내 한 호프집 사장 B씨는 “간혹 처음처럼을 마시는 사람도 있는데, 꼭 ‘이거 먹으면 안되는 것 아니야?’라는 말을 하거나 주변 눈치를 본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일본산 차량 소유주들 사이에서는 ‘일본차라 죄송합니다’라는 문구의 스티커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송도에 사는 C씨는 “스티커를 붙이기 전에는 주변 눈치가 보였는데, 이제 지나가던 사람들도 센스있다며 사진을 찍어가곤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불매운동을 넘어 일제강점기 잔재로 남은 일본식 표현을 바꿔야 한다는 운동도 일고 있다.
지난 15일 광복절 당시 태극기 인증샷을 올리는 일부 주민이 ‘게양’이란 단어를 사용하자 ‘일본식 용어’라며 순화하자는 글이 줄을 이었다.
인천시교육청도 친일 인사가 작사·작곡한 교가를 사용하고 있는 학교 현황을 파악한 후 교가 교체 등을 권고할 방침이다.
또 일본식 표현이나 군사·군국주의식 문화 등도 교육현장에서 완전히 배제하기 위해 일제 잔재 문화 수집에 나선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일제강점기 흔적을 지우고, 그동안 오염된 우리의 말과 생각, 문화 등을 되짚어볼 기회”라며 “교사들은 물론 학생들이 함께 만드는 사업이라는 데 의미가 크다”고 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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