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면 ‘끝장’… 양돈 농가·방역 당국 “인천상륙 막아라!”

파주서 ‘돼지열병’ 발생… 강화·옹진 돼지농가 비상
문제의 농장 돼지 서구 도축장서 처리 행여나 인천지역 확산 될까 노심초사
강화대교·초지대교 마지노선 방역전쟁 수만마리 생사 좌우… 농가들 초긴장

17일 오후 인천 서구 가좌동 한 도축장에서 직원들이 석회 가루를 뿌리며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이 도축장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농장에서 출하한 돼지 136마리를 전날 도축했다. 조주현기자
17일 오후 인천 서구 가좌동 한 도축장에서 직원들이 석회 가루를 뿌리며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이 도축장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농장에서 출하한 돼지 136마리를 전날 도축했다. 조주현기자

“지금 주변에 다른 돼지농가들 모두 전쟁을 치르는 기분일 거에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걸렸다 하면 내 보물 같은 녀석들이 모두 죽는다 하니, 무슨 수를 쓰더라도 막아야지요.”

17일 오후 5시께 인천 강화군에서 돼지농가를 운영하는 A씨는 심란한 마음에 축사 근처 돌덩이에 쪼그리고 앉아 한숨만 깊게 내쉰다.

경기 파주시에서 ASF가 발병한 돼지농가의 돼지 136마리를 도축한 곳이 인천 서구 가좌동의 한 도축장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특히 강화군은 ASF 발병 농가와도 고작 10∼20㎞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법정 제1종 가축전염병인 ASF는 돼지만 걸리는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치사율이 100%에 이른다.

자리에서 어렵게 일어난 A씨는 축사로 들어가 킁킁거리는 돼지들을 요리조리 살펴보며 “이 놈들아, 절대로 아프지 말어”라고 큰소리를 낸다.

인천에는 A씨와 같이 돼지를 키우는 농가가 43곳에 달한다. 이 중 강화군은 농가 35곳에서 3만8천1마리를, 옹진군은 농가 2곳에서 1천100마리를 키우고 있다.

A씨는 “담당 공무원이 매주 현장점검을 나오던 상황에서 결국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을 보니, 도저히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며 “지금은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 방역을 철저히 해주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날 오후 4시께 강화대교에서는 차량들이 줄지어 천천히 소독 시설을 통과하기 바쁘다. 하얀 방호복을 입은 방역 당국 관계자들은 뜨거운 햇살 아래서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차량 전체에 소독약을 뿌리며 ASF 방역을 위한 구슬땀을 흘린다. 이들의 고충을 이해하는 운전자들도 길을 막아선 소독 시설에 불평하나 쉽게 내뱉지 못하는 모습이다.

인천시는 이번 ASF 발병 이후 보건환경연구원과 가축위생방역본부와 함께 지역의 돼지 농가를 방문해 아프리카돼지열병 혈청검사를 강화한 상태다. 또 강화군으로 이어지는 강화대교와 초지대교 등에서도 거점 소독과 통제초소 방역 강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앞서 시는 지난 5월 북한에서 ASF가 발병한 이후 6월부터 강화·초지대교에 소독 시설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운전자 B씨는 “구제역이 발병할 때마다 주변으로부터 엄청 고생하는 돼지농가들을 봤기 때문에 이런 방역 작업을 문제 삼을 생각은 전혀 없다”며 “더는 크게 확산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했다.

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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