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지역 92개 양돈농가 새벽부터 고강도 방역 등 초비상
20여㎞ 떨어진 포천 농가들도 불안감… 채혈검사 ‘예의 주시’
고깃집 “소비 위축 걱정”… 유통업계도 가격 등 동향 촉각
“무사히 넘어가기만을 손 모아 기도할 뿐입니다.”
17일 폐사율 100%의 가축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파주의 S양돈농장에서 발병했다. S농장의 모든 돼지가 살처분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파주지역 92개 양돈농가(1만5천647두)는 초조한 모습으로 TV를 지켜봤다. 파주 법원읍에서 돼지 2천700여 두를 키우는 양규수 대표는 “S농장과 직선거리로 불과 3㎞로 떨어져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면서 “새벽부터 나와 고강도 방역에 나서는 등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파평면에서 농가를 운영하는 김한호 대표도 “정부가 48시간 가축이동중지명령을 내려 2천500여 마리의 사료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걱정”이라며 “S농장에서 진행 중인 채혈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국내 처음으로 ASF가 발병함에 따라 경기도 내 양돈농가에 초비상이 걸렸다.
파주지역에서 20여㎞ 떨어진 포천지역 159개 양돈농장(27만 두)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포천 창수면의 한 농가 대표는 “ASF가 발병한 S농장 소유주가 포천에서 가까운 곳에도 양돈농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주민들이 긴장감에 싸여 있다”며 “부디 별다른 추가 피해 없이 무사히 넘어가길 바랄 뿐”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김포지역 양돈농가도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김포 월곶면에서 돼지 8천여 두를 키우는 농장주(59)는 이날 이른 아침부터 농장 입구에 통제선을 치고 사람과 차량의 출입을 제한했다. 이 농장주는 “북한에서 ASF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국내엔 안 오겠지’ 했는데 결국 왔다”며 “농가 관계자들끼리도 서로 만남을 자제하며 전전긍긍하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양돈농가 전역이 긴장한 상황에서 삼겹살집 등 식당 자영업자들도 매출에 타격을 입을까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불경기로 어려운 상황에서 ASF가 확산하면 소비 심리도 위축, 매출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원 송죽동에서 돼지고기 식당을 운영하는 K씨(42)는 “ASF가 아직 확산하진 않았지만, 소비자의 불안심리가 커져 매출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 된다”며 “상황이 악화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공급 업체와 앞으로의 수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양 호계동에서 삼겹살을 판매하는 J씨(38)도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면 고깃값도 올려야 할지 벌써 걱정이 크다”며 “부푼 꿈을 안고 식당을 오픈했는데 3개월여 만에 큰 고비를 겪게 됐다. 안 그래도 경제가 어려워 장사가 안 되는데 이번 사태로 손님이 더 줄까 봐 막막하다”고 한숨지었다.
실제 이날 돼지고기 값도 급등, 60%에 육박하면서 유통업계도 동향 파악에 촉각을 세운 상태다.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현재 전국 14개 주요 축산물 도매시장에서 거래된 돼지고기 평균 경매가는 ㎏당 5천975원으로 전날(4천558원)보다 31% 급등했다. 특히 수도권에 있는 도드람 공판장의 돼지고기 경매가는 전날보다 ㎏당 59.8%나 폭등한 6천658원에 거래됐고, 농협부천축산물공판장에서 경매된 돼지고기 가격은 5천995원으로 전날보다 48.8% 올랐다.
도내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지금 당장의 가격 변동 폭은 크지 않지만, 돼지 이동제한 조치로 도축 물량이 줄어듦에 따라 소비자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ASF의 확산 여부를 주시하며 재고 확보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형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팀장은 “현재 국내 돼지고기 시장은 공급량이 평년보다 높은 상황이지만 ASF 발병으로 심리적인 불안 요인이 시장에 변동성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ASF가 확산하지 않는다면 돼지고기 가격은 안정세를 찾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정부는 위기경보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ASF 발생 원인 등을 정밀 조사 중”이라며 “ASF는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므로 국민들이 안심하고 국산 돼지고기를 소비해도 괜찮다”고 밝혔다.
지방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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