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 새고, 흙으로 막고… 1천700억 들인 평당항 개발 13년째 ‘제자리 걸음’

10년 넘게 같은 문제 반복… 제 역할 못해
계속된 보강공사, 준공허가 후에도 해결안돼
‘설계 잘못’ 의혹에 원청업체 “상황 파악 나설것”

평택•당진항 개발을 위해 만들어진 외곽 시설 곳곳이 바닷물에 의해 모래와 자갈들이 쓸려내려가는 등 유실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윤원규기자
평택•당진항 개발을 위해 만들어진 외곽 시설 곳곳이 바닷물에 의해 모래와 자갈들이 쓸려내려가는 등 유실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윤원규기자

지난 1일 찾은 평택ㆍ당진항 서부두쪽 내항 외곽 5.8㎞ 구간. 만조 때인 오전 8시를 훌쩍 넘긴 간조 시간대였지만 워낙 많은 양의 바닷물이 넘실거리는 통에 곳곳에서 낚시꾼들이 모여들었다. 보통 하루 2번씩 만조가 찾아오면 해수면은 더욱 빠르게 높아지고 이곳은 어민들의 ‘낚시 명소’가 된다.

당초 이 외곽은 유입수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모래를 쌓아 제방처럼 만들어졌다. 하지만 ‘제방’이라 칭하는 것이 무색하게 그 사이사이로 바닷물이 새면서 외곽 일부는 이미 붕괴되고 무너진 모습이었다. 일부 구간은 모래가 바닥으로 꺼져 작은 절벽과 같았고, 일부 구간은 백사장처럼 모래가 넓게 흩어져 있었다. 바닷물을 막기 위해 세운 모래 제방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그 과정에서 모래마저 함께 떠내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일대에 바닷물을 막기 위해 쌓여진 모래의 양은 최소 340만 루베(㎥)에 달한다. 이를 물로 비유하면 약 35억 리터를 쏟아부은 셈인데, 그 중 (바닷물에 의한) 유실률은 최소 10%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10년 넘게, 2천억 원에 가까운 돈을 들였음에도 반복된다는 데 있다.

평택ㆍ당진항 개발 차원에서 외곽 호안 공사 및 보강공사가 십수년간 이뤄지고 있지만, 보강공사의 준공 허가가 난 이후에도 바닷물이 새는 등 문제가 발생하자 공사가 허투루 진행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평택지방해양수산청 등에 따르면 해수청은 지난 2007년 평택ㆍ당진항 내항 개발을 위해 1억400여억 원을 들여 외곽 호안 5.8㎞를 준공했다. 평택ㆍ당진항 내항을 개발하는 주된 목적은 평택항만배후단지를 조성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조수 간만의 차로 인해 외곽 호안 일부가 지속적으로 무너져 내렸다.

결국 해수청은 2015년 8월께 보강공사에 착수했다. 해양수산부가 발주한 이 외곽 호안 보강공사에는 총 350여억 원이 투입됐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모래의 유실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보강공사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말 준공 허가가 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일각에선 공사 설계부터 잘못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보강공사에 참여한 한 하청업체 관계자는 “평당항 내항 약 6㎞ 구간에 수백만 루베의 모래가 부어졌지만 바닷물과 만나는 접합 부분을 중심으로 모두 떨어져 나가고 있다. 정확한 유실률은 파악조차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협력업체 관계자는 “설계와 관계없는 공사가 벌어졌거나 설계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준공까지 났음에도 현장이 심각한 것을 보면 귀책사유를 분명히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원청업체 D사 측은 “문제없이 준공 검사에 합격해 준공이 완료된 것이겠지만, 보다 정확한 상황은 추가로 파악해보겠다”고 밝혔다.

최해영ㆍ이연우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