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어머니 사랑의 김장 나누기’] 정성가득 사랑가득…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김장 선물’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행궁 앞 온정의 한마당
배추 3천 포기 들어갈 김칫소 준비만 이틀 걸려
싱싱·깨끗한 재료… 300명 봉사자 김장 담그기
8천㎏ 800개 김치통 담겨 어려운 이웃들에 전달
이국의 며느리 참가 한국의 전통·온정 ‘엄지척’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가 6일 수원 화성행궁 광장에서 개최한 ‘제16회 어머니 사랑의 김장 나누기’. 이날 담근 8천㎏ 김치는 복지소외가정 800세대에 전달됐다.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가 6일 수원 화성행궁 광장에서 개최한 ‘제16회 어머니 사랑의 김장 나누기’. 이날 담근 8천㎏ 김치는 복지소외가정 800세대에 전달됐다.

판소리, 강강술래, 아리랑 등 16개 국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는 김장도 등재돼 있다. ‘한국의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라는 등재명에서 알 수 있듯 김장의 세계적 가치는 다름 아닌 ‘나눔’이다. 이런 김장 고유의 가치를 보존하며 이웃과 지역에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는 단체가 있다. ‘어머니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를 꾸준히 펼쳐온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회장 장길자, 이하 위러브유)다. 위러브유는 6일 수원시 화성행궁 광장에서 ‘제16회 어머니 사랑의 김장 나누기’를 열어 8천㎏ 김장김치를 다문화ㆍ복지소외가정 800세대에 전달했다. 김치는 물론 훈훈한 정(情)과 이웃을 돌아보는 이타적인 마음까지 널리 퍼뜨렸다.

■ 소외이웃 위한 ‘김장’ 수백 명 동참… 시민들도 감탄

화성행궁 정문 앞 광장은 새벽부터 행사준비로 북적였다. 천막과 현수막, 김장용 테이블이 설치됐고, 그 위에 잘 절인 배추와 맛깔스런 김칫소가 차려졌다. 배추의 노란 속잎과 파릇한 겉잎, 붉은 김칫소는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돌게 했다. 고춧가루와 마늘, 무, 갓, 쪽파, 미나리, 갈치속젓, 생굴 등 갖가지 양념과 채소로 버무린 김칫소는 잘 숙성돼 윤기가 흘렀다. 위러브유는 해마다 회원들이 직접 국내산 채소와 각종 양념을 준비한다. 위러브유의 이런 정성은 새벽부터 김장을 준비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떠오르게 했다.

김칫소 작업에 직접 참여한 장미화 씨는 “100여 명이 이틀 동안 김칫소를 직접 준비했다. 배추 3천 포기에 들어갈 양을 준비한다는 것이 만만치 않았지만,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일이라 싱싱하고 깨끗한 재료로 정성껏 만들었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사랑을 나눠요. 와~” 함성과 함께 오전 10시 30분 드디어 김장이 시작됐다. 두건과 앞치마, 고무장갑을 착용한 300명에 달하는 봉사자들이 일제히 배추에 김칫소를 넣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김칫소의 칼칼한 냄새와 김장 특유의 향내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지나가던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도 발길을 멈추고 감탄했다. 200여 년 전 이곳에서 펼쳐진 궁중연회와 각종 잔치의 현장이 이러했을까. 당시 정조는 이곳에서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진찬연을 열고, 어려운 백성에게 쌀과 소금을 나누어주며, 노인들을 불러 양로연을 베풀었다. 이런 정조의 효심과 애민정신이 깃든 역사적 장소에서 위러브유는 이웃을 돕기 위한 행사를 진행했다.

박래헌 수원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정조대왕은 이곳에 행차할 때마다 어려운 백성에게 쌀을 나눠주는 등 백성의 살림을 살뜰히 살폈다”며 “올해는 배춧값이 비싸 김장을 포기하는 이들이 많은데, 세계문화유산인 이곳에서 김장하며 어려운 이웃을 돕는 행사를 열어 감사하다. 이 행사에 함께 참여하게 돼 기쁘다”고 의의를 더했다. 김기정 수원시의회 의원은 “겨울철 시와 구에서도 김장 나누기 등을 하지만, 아직 전달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는데 어려운 이웃을 위한 이런 행사를 해줘서 너무나 감사하다”며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께 잘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장길자 회장(가운데)과 수원•화성지역 회원들, 수원문화재단 박래헌 대표이사, 김기정 수원시의원, 가수 이승훈과 윤태규, 배우 최예진 등 연예인과 각계 인사 약 300명이 참여했다.
행사에는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장길자 회장(가운데)과 수원•화성지역 회원들, 수원문화재단 박래헌 대표이사, 김기정 수원시의원, 가수 이승훈과 윤태규, 배우 최예진 등 연예인과 각계 인사 약 300명이 참여했다.

■ 각계 인사다문화가족도 참여… 그간 8천580세대에 사랑 전달

주황색 두건과 앞치마를 두른 장길자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회장은 누구보다 먼저 배추를 들어 김장을 솔선했다. 좌우에 함께한 내빈들과 봉사자들을 일일이 챙기며 배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머니의 손길로 배춧잎에 김칫소를 말아 옆에 있는 다문화가정 주부에게 먹여주며 다정하게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행사에 참가한 위러브유 회원들은 한결같이 밝고 환한 표정이었다.

러시아 다문화가정 주부인 아이귤 마가디예바씨(39)는 “한국은 좋은 사람들도 많고, 정과 사랑이 있는 나라다. 내가 받은 도움만큼 이웃들에게도 나눠주고 싶다. 그래서 오늘 이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정말 좋고, 어려운 이웃에게 힘이 될 수 있어 기쁘다”고 환하게 웃었다.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김장은 12시께 마무리됐다. 이날 담근 김장김치 8천㎏이 800개 김치통에 나뉘어 담겼다. 이 김치들은 수원 320통, 성남 240통, 용인과 화성에 각 120통씩 기증돼 어려운 이웃의 든든한 월동 음식이 될 예정이다.

위러브유가 지난해까지 ‘어머니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를 통해 전달한 김장김치는 총 8만6천300㎏에 달한다. 복지소외가정 8천580세대에 전달된 김치는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회를 거듭할수록 김장을 준비하는 위러브유 회원들의 정성도 늘었다. 충북 옥천에서 회원들이 직접 재배하고 수확한 배추를 절이는가 하면, 다시마와 멸치를 우려낸 국물에 갖가지 채소와 양념, 생새우와 생굴 등 17가지 재료를 버무려 맛과 영양까지 가득한 김칫소를 만들기도 했다.

올해 행사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봉사했던 최종성씨(48)는 “옛날에 어머니께서 김장하실 때 도와주지 못한 게 많이 생각났다. 어머니께서는 이렇게 힘든 걸 오로지 가족을 위해서 혼자 하셨다”며 “그런 의미에서 부모님이나 아이들과 함께 이런 행사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교훈이 될 것 같다. 더 많은 사람이 이런 봉사를 통해 가족의 정과 어머니의 사랑을 깨닫는 귀한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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