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 돼지사체 방치… 살처분 수요 예측부터 실패

연천, 13만여 두수 집계… 실제 18만여 두수
군부대 부지에 매몰 사체도 예측량 56% 초과
郡 “수질검사 의뢰… 더욱 철저히 관리할 것”

지난 9일께 연천군 중면 마거리 일대에 살처분된 돼지 수만 마리가 산처럼 쌓여 있는 모습. 독자제공
지난 9일께 연천군 중면 마거리 일대에 살처분된 돼지 수만 마리가 산처럼 쌓여 있는 모습. 독자제공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를 위해 돼지 살처분을 진행해온 연천군이 현장에 수만 마리의 돼지사체를 방치, 환경오염 등 우려가 제기(본보 12일자 1면)된 가운데, 애초 연천군의 ‘살처분 수요 예측’부터 실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경기도와 연천군 등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0월11일 ASF 예방 차원에서 연천지역 돼지 전량에 대해 수매ㆍ도태 및 살처분 조치를 지시했다. 이후 연천군은 같은 달 21일부터 ‘렌더링(동물 사체를 고온ㆍ고압 처리해 파쇄)’ 방식을 통한 살처분 작업에 돌입했다.

이때 연천군이 집계한 관내 돼지는 총 13만여 두수였다. 하지만 지난 10~11일까지의 살처분 과정에서 실제로 집계된 돼지는 총 18만여 두수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0월 중순 연천지역 내 이동제한조치가 시작되면서 모돈(어미돼지) 등이 외부로 나가지 못하자 관내 애저(새끼돼지)가 급증했고, 그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연천군은 지난 7일 악취 등을 이유로 렌더링 작업 방식을 ‘매몰’로 변경하게 됐다. 같은 날 국방부가 연천군 중면 마거리의 A 군부대 부지를 매몰지로 이용하도록 ‘승인’ 결정을 내린 이후의 조치다.

이에 따라 연천군은 A 군부대 부지에 3만여 두의 돼지사체를 매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예상 역시 빗나갔다. 실제 A 현장에서 묻히길 기다린 돼지사체 수가 4만7천여 두에 달하면서 예측량을 56% 초과한 것이다.

즉, 살처분 작업에 동원된 트럭들이 돼지사체를 싣고 A 현장을 들어가도 더이상 돼지가 ‘하차할 자리’가 없어 다시 빠져나와야만 했던 구조다. 매몰지에 돼지를 내리지 못한 트럭들은 인근에 12시간 이상 머물었고 돼지사체는 부패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10일 비가 쏟아지면서 돼지사체에서 나온 핏물이 인근 소하천(마거천)에 유입돼 이번 사달이 난 셈이다.

당초 살처분 수요가 제대로 파악됐다면 A 군부대 부지 외에 다른 부지를 추가 매몰지로 선정하거나, 혹은 렌더링 작업을 병행하는 식으로 작업이 이뤄졌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연천군 관계자는 “A 군부대 부지를 매몰 작업 전에 미리 확보한 상태였지만, 관내 이동제한조치로 돼지를 외부에 팔지 못하면서 돼지 수가 급격히 늘어나 예상보다 살처분 수가 많았던 건 사실”이라며 “다만 긴급 차단 조치에 나서 마거천 외 추가 오염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수질 검사를 의뢰하는 등 더욱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연천군 매몰 처리 과정에서 벌어진 침출수 문제와 관련, 정부는 모든 매몰지를 대상으로 현지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이날 A 현장에 관계자를 긴급 파견해 상황을 점검하고 농식품부와 환경부, 지자체 등이 합동 점검반을 꾸려 매몰지 101곳이 적합하게 조성됐는지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측은 “야생멧돼지에서 ASF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보니 신속하게 농가 돼지를 살처분해야 했다”며 “관계 부처가 힘을 모아 식수가 오염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전ㆍ이연우ㆍ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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