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을 기록하는 사진가회 '기억-매교동'展, 28일부터 수원 예술공간봄에서
수원의 구도심 곳곳에서 재개발이 진행 중이다. 인계동ㆍ매교동은 철거가 거의 마무리 됐고, 이주가 진행 중인 세류동 일대도 곧 철거에 들어간다. 수원의 도심 한가운데서 진행되는 재개발이 완료되면 미니 신도시가 조성될 것이다. 이들 지역 외에도 고등동, 연무동, 조원동, 정자동, 지동 등 낙후된 동네 곳곳에서 크고 작은 재개발이 추진 중이다.
많은 사람들이 재개발을 ‘호재’라고 말한다. 낡은 집을 밀어버리고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집값이 오른다고 좋아한다. 역세권ㆍ학세권이 좋아 ‘딱지(입주권)’ 프리미엄이 수억 원 뛰었다고 미소짓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한켠에선 ‘재개발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고 묻는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수십년 살아온 삶의 터전에서 쫓기듯 등 떠밀려 나간 사람들은 재개발을 ‘폭력’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아직 버티며 싸우는 이들도 있다. 정든 집, 동고동락한 이웃, 정겨운 골목, 고목같은 나무가 사라졌다. 낡은 구도심은 아파트 숲으로 대변신 하겠지만 그 집과 그 이웃은 다시 만날 수 없다.
‘수원을 기록하는 사진가회’(수기사)가 올해도 재개발하는 동네 모습을 담아 회원전을 갖는다. 지난해 ‘이주-인계동’에 이어 ‘기억-매교동’전을 28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수원 소재 예술공간 봄에서 연다. 참여작가는 강관모, 고인재, 김미준, 김태왕, 남기성, 남정숙, 박영환, 신명우, 이병권, 이연섭, 한정구, 홍채원씨 등 12명이다. 올해의 작가로는 김미준씨가 선정됐다.
수기사는 세월의 흐름과 개발로 인해 사라져가는 수원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는 ‘재개발’로 사라지는 동네에 집중하고 있다. 단순한 동네 풍경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 기억, 추억, 흔적, 정신 등을 담아내고 있다. 고인재 수기사 회장은 “수기사의 재개발 작업은 삶의 기록이면서 마을의 역사를 기록하는 의미있는 행위”라고 말한다.
수기사는 주민들이 떠나고, 철거가 진행 중인 빈집에서 ‘반짝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일명 ‘빈집 프로젝트’로 지난 봄에는 인계동에서 가을에는 매교동 주민센터 인근에서 ‘번개전’을 가졌다. 작품들은 철거 되는 집 속에 묻혔다.
이번 ‘기억-매교동’전에서 작가들은 재개발 반대, 이주 후 폐허같은 동네, 철거 현장의 마지막 파편들, 주인 떠난 빈집서 밖을 내다본 풍경, 드론으로 한눈에 내려다 본 매교동, 이젠 사라진 이런 저런 풍경 등 다양한 시각으로 매교동을 담아냈다. 전시 문의는 (031)244-4519로 하면 된다.
권오탁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