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오산역 등 곳곳 형식적 배치… 기본 방역조차 ‘구멍’
시민들 마스크가 유일한 방패… 코레일 “오늘까지 비치 완료”
‘우한 폐렴’이 경기도에 본격 상륙하면서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 총력 대응 체계를 가동하는 가운데 매일 수천 명의 인파가 몰리는 경기도 내 기차ㆍ지하철역에는 기본적인 방역 대책조차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철도(코레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차단대책’을 시행해 역사 내 방역매트 및 손 세정제 비치를 의무화하도록 지시했으나 수원역 등 다수의 도내 거점 기차역에서는 이 같은 기본적인 방역 준비조차 무시,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도내 기차ㆍ지하철역 내 시민들이 무방비로 감염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오전 11시께 찾은 수원역 입구.
KTX와 경부선 등 주요 철도와 지하철(1호선ㆍ분당선)이 다니는 이 곳에는 이날도 어김없이 수백여 명의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이처럼 유동인구가 집중되는 해당 공간 어디에도 손 세정제와 방역매트는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역사 중간을 지났을 쯤에서야 눈에 띤 방역매트는 형식적인 조치에 불과해 보일 뿐이었다.
또 역사 화장실 내부 2곳 역시 세정제를 찾는 시민들이 간혹 눈에 띠었지만 결국 이를 발견하지 못한 채, 공용비누로 손 소독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였다.
대합실에서 만난 이용객 A씨(29)는 “수원 관내에서 가장 많은 유동인구가 몰리는 수원역이 이처럼 방역 관리에 손을 놓고 있을지는 전혀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수원역 관계자는 “(코레일) 지침이 어제 떨어져서 방역매트 여분을 미처 마련하지 못했다”며 “29일까지 역사 출입구에 비치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같은 날 오후 오산역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역사 내 손 세정제는 아예 구비돼 있지 않았으며, 방역매트 또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산역을 찾은 시민들은 마스크를 방패 삼아 바이러스에 시시각각 경계할 뿐이었다.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 역사 내 울려퍼지는 ‘감염병 예방행동 수칙’ 안내방송은 무색할 정도였다.
시민 B씨(47)는 “출퇴근 시간이면 사람들로 북적거리는데, 손 세정제는 역사 내 사무실에 가야만 볼 수 있었다”며 “손 씻으라고 강조하더니 공공장소를 이렇게 내버려둬도 되느냐”고 분개했다.
앞서 코레일은 지난 27일 보도자료 배포 등을 통해 시민들의 유동성이 집중된 기차역에는 세정제와 방역매트를 반드시 비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역사ㆍ열차 소독은 물론 세정제와 방역매트도 주기적인 관리도 약속했다. 그러나 수원역, 오산역을 비롯한 도내 대다수 역사 출입구에는 세정제, 방역매트 찾기가 ‘보물찾기’만큼이나 힘들었다.
이에 대해 코레일 측은 “현재 주요 거점역 위주로 방역매트, 세정제를 비치해 다소 미진한 부분이 있다”며 “지하철역을 포함해 빠른 시일 내 방역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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