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발병한 지 한 달이 넘어 힘들고 지치지만 확진자가 건강하게 퇴원하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날 정도로 감사합니다.”
코로나19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한 지 37일째인 26일 박미연 명지병원 간호사(44ㆍ병동팀장)는 여전히 감염환자 치료를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26일 본보와 통화한 박 간호사의 목소리엔 사투의 피곤함 대신 투철한 사명감이 역력했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투입됐던 박 간호사는 “감염병 환자의 안정과 안전은 물론, 의료진의 안전까지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해 심리적 부담이 크다”며 “특히 격리음압병실 입실 인원을 최소화하려고 간호 업무뿐만 아니라 식사, 청소, 환자의 개인적인 요구까지 해결해야 할 일의 양도 더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20~30분씩 걸려서 입는 보호복은 입는 자체만으로도 체력전이다. 1시간30분 정도 입고 있으면 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이런 보호복 착의와 탈의, 샤워 등의 과정을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해야 한다. 착의실에서 입는 보호구만 8종류에 달한다.
가장 힘든 것은 보호복을 벗을 때다. 탈의하는 단계마다 감염 여부를 검사하고 세정과 소독을 하면서 탈의를 해야 해 시간도 배로 걸리고 세밀한 주의가 필요하다.
‘나도 피해자’라는 생각에 분노와 짜증과 기타 여러 가지 불만이 쌓인 환자를 대면하는 일도 쉽지만은 않다. 박 간호사는 “본의 아니게 감염되신 분들이라 여러 감정과 불만을 격리병실에서 오롯이 대할 수 있는 간호사에게 다 풀어내기도 해 스트레스가 많다”면서도 “하루 이틀 지나면서 안정을 찾기 시작하면 환자와 간호사는 둘도 없는 대화 상대가 된다”며 환자들의 심정을 이해했다.
코로나19 입원 환자를 전담하면서 약속과 모임 참석은 그만둔 지 오래다. 주변인들이 부담스러워 하기도 한 데다 혹시 모를 감염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2차 감염 없이 환자 5명을 완치했던 명지병원은 코로나19 발병 이후 매순간 전쟁이다. 하지만, 그때의 경험은 박 간호사를 비롯한 병원 의료진들의 결속력을 더욱 다지게 했다. 감염병 환자들이 병원에 입원해도 기존 입원환자들의 동요가 없었던 것 역시 메르스 사태와 달랐다.
메르스 때는 확진 환자가 병원에 오니 기존에 있던 입원한 환자들이 우르르 퇴원하거나 전원을 했는데, 이번엔 언론보다 한발 앞서서 확진 환자가 병원에 온다는 사실을 환자에게 알려드렸다”면서 “그 덕분에 입원 환자들의 동요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메르스 사태의 경험이 있는 병원 경영진이나 의료진, 일반 직원까지 아무런 두려움 없이 자신의 역할에 대해 충실하게 나서는 것을 봤다”며 “이런 결속력이 앞으로도 현재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힘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코로나19 첫 환자가 입원한 이후 환자들이 하루하루 호전돼 퇴원할 때 눈물이 날 정도로 감사했다”며 환자들의 완치를 고대했다. 그는 “코로나19 환자들에 악성댓글 등이 많은데, 힘들어하신다. 감염된 걸 알고 다니신 것도 아닌데”라며 일방적인 매도 등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코로나19가 대확산 되면서 모두 어려운 시기이지만, 외부인들의 지지와 응원은 의료진들이 버틸 수 있는 큰 힘이다.
“치료를 받으시는 모든 환자들이 하루빨리 완치되시길 바라고, 무엇보다 전국 곳곳에서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진들에게도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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