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공여지에 ‘파주 유니버설’, 해볼 만하다

‘기생충’은 한국 영화가 만든 기적이었다. 아카데미 4관왕이 심어준 긍지가 크다. 수상 장면이 전 국민을 전율케 했다. 90년대 이후 일던 한류의 정점을 찍는 순간이었다. 봉준호 감독은 한순간 국민의 자랑거리로 떠올랐다. 많은 팬이 공항을 가득 메워 환영했다. 청와대 오찬에선 대통령도 극찬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전부인 것 같다. ‘기생충’의 기적을 이어갈 그 어떤 움직임도 없다. 이제 코로나19에 묻혀 감흥마저 아련하다.

이런 때 들려 온 소식이 있다. 한국판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만들어 보겠다는 목소리다. 파주시가 추진한다고 알려진 대규모 영화촬영 세트장이다. 장소는 파주에 있는 미군 반환공여지다. 문산읍 캠프 게리오웬 등 복수 기지가 구체적으로 거론된다. 파주시는 이 일대 21만2천884㎡(약 6만4천평)에 드라마 촬영, 관광객 체험 등을 위한 세계적 영화관광 지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완공시기도 오는 2023년으로 잡아놓고 있다.

중요한 건 투자 주체인데, CJ ENM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해진다. 바로 영화 ‘기생충’을 만든 투자 제작사다. 수천억원의 투자금이 필요한 이 사업에 몇 안 되는 적격자다. 다행히 CJ 측에서도 긍정적이라고 한다. 투자에 기본 의지를 보여주는 원칙적 합의에는 와 있다는 게 파주시 설명이다. 대상으로 지목된 공여지를 CJ 측이 탐방하고, 현장 점검을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아주 기본적 단계의 소통은 이미 시작되고 있는 듯 하다.

영화 ‘기생충’을 통해 확인된 객관적 사실이 있다. 아시아 최초의 작품상이다. 아시아 영화 최초의 감독상이다. 한국이 아시아 최고의 영화 강국임이 증명된 것이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그동안 보여준 아시아 1등 기록은 수두룩하다. 베를린 영화제 등 세계 굴지의 경연을 휩쓸었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석권은 아시아의 경쟁자 없는 영화 강국, 대한민국을 다시 증명한 것이다. 이에 걸맞는 영화 산업을 고민해야 하지 않나.

이 국가적 미래비전을 파주에서 보게 된다. 성사까지는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검토되는 지역이 미 공여지다. 개발을 위한 정부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접경지역 개발에 대한 도움도 필요하다. 이 역시 국가 재정으로 접근해야 할 일이다. 여기에 실패의 역사도 있다. 화성 유니버설 스튜디오 프로젝트의 오랜 부침을 우리 모두 지켜본 바 있다. 그렇더라도 시작은 해봐야 한다. 언제까지 ‘기생충’ 축배만 들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파주 유니버설’ 건립, 꿔봄 직한 꿈이다. 정부도 같이 꿔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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