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 운영비… 아동관리 빈틈 불가피
“아이가 적응을 못하고 오히려 상처를 준 가정을 그리워 해도 할 말이 없습니다…”
경기도 한 아파트에 있는 아동그룹홈. 이곳에서 ‘이모’, ‘삼촌’으로 불리는 A씨와 B씨는 7명의 아이를 보호하는 보육사다. 이들은 아이들의 식사 준비부터 학업 관리 등 전반적인 육아는 물론 시설 행정업무까지 총괄한다.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구난방 운영이 지속되던 지난해 7월께 입소한 지 3달이 채 되지 않은 한 아동이 시설 적응에 실패, 결국 가정으로 돌아갔다. 이곳 시설장 C씨는 “쥐꼬리 만한 시설 운영비로 아이들 자립 지원이나 교육은 형편없는 수준”이라며 “아이들 심리 치료도 전문 인력이 없어 도와주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20년 전에 경기도에 들어온 ‘아동 그룹홈’이 여전히 정부ㆍ지자체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로인해 열악한 상황의 그룹홈 생활을 벗어나려는 아이들까지 생겨나면서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감 있는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6일 보건복지부와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경기지부에 따르면 아동그룹홈에는 한 시설당 많게는 교사 3명과 아동 7명 등 10명 이내로 꾸려진다. 아픔을 지닌 아동은 대형 시설보다 소규모 시설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전 세계적 기조에 따라 경기도 내에서도 아동그룹홈은 늘어나는 상황이다.
그러나 환경은 열악하기만 하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한 그룹홈 당 연간 운영비는 5천만~8천만원(인건비 포함)이다. 인건비를 제외하면 실제 아동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은 얼마되지 않아 아동들을 위한 제대로 된 관리나 지원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인건비 역시 턱 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시설 내 직원들은 하루 24시간 쉼 없이 일하지만, 1인당 인건비는 연 2천200만~2천600만원으로 보건복지부가 정한 사회복지시설 인건비 가이드라인의 8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경기도 내 그룹홈은 호봉제도 없어 30년 경력의 시설장이나 1년차 미만의 새내기 보육사나 월급이 같은 문제점도 드러냈다. 서울시와 인천시, 제주도 등 지자체가 앞장서 호봉제를 도입해 처우 개선에 나선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이같이 열악한 상황에 아동 관리에서 생기는 빈틈은 불가피하다.
최근 성 관련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소재 아동그룹홈 시설 역시 예산과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야간 상주 인력을 두지 않은 채 운영됐다. 그 결과, A군이 해당 시설에 입소한 직후부터 1달여 간에 걸쳐 같이 생활하던 3명의 아동들이 수차례 끔찍한 성폭력을 당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아동그룹홈 관계자는 “조금 과장을 해서 표현한다면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아 시설을 찾은 아이들이 이곳에서는 방임 수준의 관리를 받는 실정”이라며 “제대로 된 지원 없이 점점 지쳐가는 종사자들 밑에서 적응을 못하고 가정으로 복귀를 희망하는 아동들을 간혹 볼 때면 시설의 존립 목적에 대한 회의가 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한편, 애초 아동그룹홈과 같은 국가 보조사업의 운영비는 복지부가 40%, 각 지자체가 60%를 부담하지만, 복지부는 그룹홈 운영 예산을 일반 사회복지 예산이 아닌 기재부 담당 ‘복권기금’으로 편성해 운영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아동그룹홈 현장에선 “처우 개선을 위해선 복권이 잘 팔리기만을 기대할뿐”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경기도 관계자는 “2018년부터 도 차원에서 그룹홈 아동의 심리검사치료비 연간 130만원(1인 기준)을 지원하는 등 그룹홈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이사장은 “이미 상처를 받고 찾아온 아동들에 대한 최선의 관리와 지원을 위해서는 종사자뿐 아니라 전담 부서 선정 및 예산 등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 체계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며 “아동 보호와 양육은 종사자의 사명감에 의존할 문제가 아닌, 국가가 책임져야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양휘모ㆍ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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