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특례시,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 초래 우려”

▲ 취임 2주년 맞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경기사진공동취재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특례시 추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도세를 특례시세로 이양해 비특례시 재정에 악영향을 주면 ‘중앙에서 지방으로 이어지는 분권’이라는 당초 취지가 훼손될 뿐만 아니라 특례시ㆍ비특례시 간 갈등ㆍ분열을 초래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이 지사는 취임 2주년을 맞아 기본소득의 중요성, 계곡 정비 사업의 성과, 남북 관계 진단 등을 언급했다. 다음은 이 지사와의 일문일답.

- 최근 ‘특례시 명칭 부여’의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됐다. 이에 경기도는 ‘특례시 명칭 변경(비특례시의 박탈감이 안 드는 명칭)’, ‘특례시 재정 자치권 보장(도세 이양이 아닌 국세 이양ㆍ별도 특례시세 신설)’ 등 2가지를 건의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기초지방정부의 행정자율성을 강화하는 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행정특례를 인정하는 것은 맞는데 지자체 간 갈등ㆍ분열ㆍ대립을 초래하는 건 옳지 않다. 사람들 사이에도 계층ㆍ계급으로 대립ㆍ갈등하는 게 좋은 현상이 아니라 극복할 과제다. (그런데) 무슨 시를 특별시, 광역시, 자치시에다가 특례시까지 하면 특례 아닌 데는 소외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보통시는) 소외감을 느낄 것이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이 얘기할(지난 15일 SNS를 통해 ‘특례시 명칭 자체가 공정하지 못하고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적 형평성에 어긋난다. 특례시 지정은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을 가속할 것’이라고 발언) 만하다. 계급장 같은 형식보다 실질적 권한을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

아울러 중앙정부로부터 지방자치로 이어지는 지방 분권을 강화해야 한다. 더 없는 집안 살림, 없는 집안끼리 뺏어가듯이 하면 안 된다. ‘(특례시 재원으로) 도세를 이양 받아야 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말이 되는 소리냐. 취득세 100%를 특례시로 가져가면 다른 (비특례시) 재정은 줄어든다. 그럼 비특례시는 더 가난해지고, 소위 대규모 시들은 더 좋아진다. 이게 지금 배급 사회 만들자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가면 옳지 않다. ‘힘세다고 나만 많이 갖고 나머지는 다 굶어라’는 방식으로 하는 건 실현 가능성도 매우 떨어진다. 이런 발상을 국민ㆍ도민들이 납득할 리가 없다. (자체 재원으로 특례시를 추진해라) 자체 재원을 만들어 내는 걸 누가 뭐라고 하겠나.

- 현재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경기도의 남북교류사업도 잘 안 되고 있다. 어려운 대외 상황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지금 남북 관계는 남북 자체 의지보다는 외부적 장애 때문에 남ㆍ북 둘 다 하고 싶은 일을 못하는 상황이다. 남측은 답답하고 북측은 섭섭하다. 외세 간섭으로 자주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는 한반도의 역사적 운명 같은 게 이런 상황을 만들어 낸 거 아니겠나. 우리도 많은 노력을 하는데 일단은 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타미플루 지원이다. 별도로 합의해 (북으로) 주려고 했는데 중간에 유엔사가 나와서 끝까지 접촉 못 하게 막았다. 남측은 주고 싶고, 북측은 받고 싶고, 주고받기로 합의했는데 못 줬다.

오늘 아침에 다행히도 북측에서 ‘군사 조치는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북측도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이다. 남측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을 서로 이해해야 한다. (북한이) 끝장을 보는 극단적 상황을 회피한 것은 잘한 선택이고, 우리 문재인 정부 역시 잘 넘어갔다. 과거 같으면 비평화주의자들의 공격(왜 가만히 있느냐. 굴종하는 거냐)에 어쩔 수 없이 대응했는데 이번에는 ‘인내’를 보여줬다. 정말로 (문재인 정부의 대응 방향을) 존중할 만하다. 미국과 이해관계가 충돌하거나 의견이 부딪히더라도 온전히 미국 의견을 따르기보다는 우리 한반도의 운명을 우리 손에 쥐고 있다는 심정으로 자율적ㆍ주체적으로 최선을 다 할 필요가 있다. 북측에 보여준 남측의 인내가 새로운 대화ㆍ협력의 물꼬를 트면 좋겠다. 우리는 지방정부 차원의 민간 교류 지원 또는 지방정부 차원의 대북 협력 사업을 최선으로 진행해 보려고 한다.

- 취임 2주년을 맞아 민선 7기 경기도의 성과를 언급하자면.

대중들이 생각하기에는 ‘계곡 정비’, 저 개인적으로는 ‘기본소득의 사회적 의제화’다. (불법 계곡 영업으로 여름휴가를 온전히 즐기지 못한 건) 제가 수십 년 동안 당한 일이다. (계곡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은) 누구나 있다. 일종의 트라우마다.

(계곡 정비 사업이 어느 정도 완성되고) 제 SNS에 도민들이 ‘지사 덕분에 공짜로 놀았다. 4만 원 아꼈다’ 등의 글을 남긴다. (이번 계곡 정비 정책은) 뭐든지 하면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고, 압도적 다수 도민에게 실질적 혜택을 줬고, 도정에 대한 신뢰를 높였다.

(기본소득을 얘기하면) 일회적이지만 기본소득 형태를 한번 시행(코로나19 경제 부양책으로 재난기본소득 지급)했다. 구조적 경기침체에 코로나19로 (기본소득 시행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너무 빨리 왔다. (국내 경제의) 수요ㆍ공급 균형이 무너져서 공급 균형을 정부 측면에서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우리 사회가 이번 코로나19로 엄청난 위기를 겪고 있는데 (기본소득을 국민이 일시적이라도 체험한 건) 정말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구조적으로 재편되는 결정적 기회일 수도 있다.

(덧붙여 얘기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 경기도는 재난기본소득을 3월23일 결정해서 4월9일 지급했다. 보름 만이다. 경기도 공무원들이 대단한 사람이다. 저는 원래 설계에만 2주 이상 걸릴 것으로 생각했다. 우리가 계획만 하고 (기본소득 지급을) 미뤘으면 정부도 전 가구 재난지원금을 지급 못 했을 것이다.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시행 이후) 경제 정책 효과가 확 퍼지면서 한 달 뒤 정부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결정을 안 할 수가 없게 됐다. 국민이 하게 만든 거다. 국민의 힘은 위대하다. 2ㆍ3차 재난지원금 지급 가능성을 두고 매우 비관적인데 (재난지원금 효과가 사라져 경제가 다시 안 좋아지면) 사람들 고통이 더 커진다. 결국 뭔가 조치를 해야 한다. 지금 괜히 버틸 필요가 없다.

- 기본소득을 두고 항상 제기되는 비판이 재원 마련 방안인데.

기본소득이 좋은 제도임을 입증하면서 경제를 살려 압도적 다수의 동의를 받는 상황이 오면 된다. 북유럽은 세금 내라고 해도 아무도 싫어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납세하면서 정부로부터) 받는 혜택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이런 공감대가 형성되면) 신규세를 만들자. 세율을 올리면서 기본소득 목적세로 설계해야 한다. 이번에 올리는 세금은 100% 국민에게 준다는 메시지다. 대표적으로 탄소세가 있다. 탄소세는 스위스에서 이미 도입했다. 난방용 탄소에 세금을 부과한다. 환경을 오염시키면서 돈 버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다음이 데이터세다. 우리의 데이터로 기업들이 돈을 벌고 있다. 영업이익률이 60~80%이니 거기다 세금을 부과하면 된다. 로봇세도 있는데 (과세 기준을 명확히) 계산하기가 너무 어렵다.

(이러한 신설세를 100% 기본소득 목적으로 도입하면) 나중에 우리 자녀 세대에는 한 달에 50만 원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면 4인 가구 200만 원 수준인데 전 국민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다. 그림을 그리든, 사진을 찍어서 블로그에 올리더라도 (최소한의 수익이 있으니) 살 수 있다. 이게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미래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4일 오후 도청 지역기자실에서 취임 2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4일 오후 도청 지역기자실에서 취임 2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여승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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