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순수

별쟁반

                             한은선

밤하늘이

보석 상자를 열면

호수는

별을 담는 쟁반이 된다

여름밤은 별밭이다. 온 밤하늘의 별들이 다 쏟아져 나온다. 마치 별들이 잔치를 벌이는 것 같다. 어렸을 적엔 밤하늘의 별을 따겠다고 장대를 들고 뒷동산에 오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꼭 한 뼘이 모자랐다. 그래서 다음날엔 장대 끝에 막대기를 매달아 들고 올라갔지만 여전히 한 뼘이 또 모자라는 것이었다. 이 동시를 읽으며 필자와 같은 어린 날의 추억을 떠 올리는 이도 있을 줄 안다. 별은 먼 곳에 있어야 아름답다. 그리고 별의 바탕은 어둠이어야 한다. ‘밤하늘이/보석 상자를 열면.’ 시인은 별을 보석 상자로 보았다. 꿈과 이상을 지닌 보석 상자! ‘호수는/별을 담는 쟁반이 된다’. 호수는 누구일까? 세상의 어린이란 어린이는 모두 호수가 되지 않을까? 세속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마음만을 지닌 어린이! 그 어린이만이 별을 안을 수 있다. ‘별쟁반’이란 제목도 참 신선하다. 별을 담는 쟁반, 이 얼마나 참신한가. 시인은 새로운 발상에, 새로운 언어를 만들 줄도 알아야 한다. 여기에 상상력과 창의력도 필요로 한다. 무엇보다도 마음이 맑아야 한다. 이슬 같고 풀잎 같은 마음이라야 시의 세상과 통할 수 있다. 올 여름은 쟁반 하나씩을 들고 별을 담으러 산으로, 들로 나가보는 건 어떨는지.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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