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낭비...농협 인천본부 ‘마진 챙기기’ 급급 비난
인천시와 시교육청이 ‘농산물 꾸러미’ 사업을 위해 105억원 상당의 쌀을 수의계약으로 일괄 구매하면서도, 1개월 전 가격보다 오히려 비싸게 산 것으로 드러나 혈세를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시와 시교육청에 따르면 양 기관은 지난 6월 4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친환경 농가와 학부모를 돕기 위해 농협경제지주와 ‘농산물 꾸러미’(꾸러미) 사업을 계약했다. 꾸러미 쌀 단가는 일반쌀 5㎏당 1만4천원, 친환경쌀 3㎏당 9천300원, 찹쌀 2㎏당 6천400원이다.
시는 지난 4월말 인천e몰과 연계해 ‘강화쌀 팔아주기 운동’을 하면서 이번 꾸러미에 들어간 쌀과 똑같은 ‘섬광’ 브랜드 쌀 20㎏을 5만원에 판매했다. 이는 5㎏으로 환산하면 1만2천500원으로, 꾸러미에 들어간 쌀보다 1천500원 저렴하다. 31만명분의 쌀을 일괄 구매하면서, 1개월 전 가격보다 오히려 4억7천745만원을 더 비싸게 준 셈이다.
특히 농협 인천지역본부가 꾸러미 용으로 함께 공급한 친환경쌀(3㎏), 찹쌀(3㎏) 31만명분도 같은 방식으로 공급가를 결정한 점을 감안하면 혈세 낭비 규모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번 가격을 제시한 농협 인천본부도 공익사업의 취지를 무시한채 ‘마진 챙기기’에만 급급했다는 비난을 피할수 없다.
반면, 부산지역 농협은 꾸러미 사업에 친환경 쌀을 마진없이 공급했다. 부산지역 농협 관계자는 “어려운 농가의 쌀도 팔아주고,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공익 사업이기도 한 만큼 원가로 공급했다” 고 했다. 전라남도 꾸러미 사업에 참여한 한 단위농협 관계자도 “150개 정도의 꾸러미를 마진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공급했다”며 “100억원 규모라면 원가보다 더 싸게도 공급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데이터와 비교하면 가격 차이는 더 커진다. 시와 시교육청이 농협경제지주와 계약을 한 6월4일 기준 전국 최상위 품질 쌀의 도매 최고가는 4만9천100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인천은 꾸러미 사업에서 전국 최상위·최고가 품질 쌀보다 5억4천855만원을 더 준 셈이다.
이에 대해 농협 인천지역본부 관계자는 “꾸러미용 5㎏짜리 쌀은 소분하는 부대비용이 들어 ‘강화쌀 팔아주기 운동’용 쌀 20·10㎏보다 비싼 것”이라며 “꾸러미 계약 당시 우리가 도매가를 제시했고, 시와 시교육청이 협의해 가격을 결정한 것이지 비싸게 받으려고 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시와 시교육청도 이와 같은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꾸러미 사업에서 시와 시교육청은 농협 측에 쌀 포장비 등 작업비 2억7천55만5천원을 별도로 지급했다. 처음부터 5㎏ 쌀을 만들기로 하고 작업비까지 지급한 만큼 소분 판매가를 꾸러미 사업에 적용할 순 없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적절한 절차를 거쳤고, 시교육청과도 논의를 해서 가격을 정한 것”이라며 “농협 측의 요구를 무조건 받아준 것은 절대 아니다”고 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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