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잊혀졌던 파주 두포리 학살 본보 영상 공개로 추모사업 이끌어내

파주 두포리 학살 사건 영상자료

파주시 재향군인회 주관으로 5일 오전 파주시 두포리 소재 반공투사 위령비에서 진행된 ‘6ㆍ25전쟁 시 북한군에 희생된 민간인추모제’는 최종환 파주시장이 처음으로 참석하는 등 파주시 차원의 첫 공식 추모제 지위를 찾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그동안 파주시 재향군인회는 남북평화를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 탓에 억울한 죽임을 당했지만 속으로만 슬픔을 인내하던 유가족들의 뜻에 따라 조용히 추모행사를 진행해왔다. 유가족들이 이날 “파주시가 북한군에 희생된 아버지, 어머니 등을 파주 시민으로 인정해줘 울컥했다”며 최종환 시장의 추모제 참석을 반긴 것도 이 때문이다.

파주 두포리 학살사건은 피해 당사자인 유가족 중심의 가슴 아픈 사연으로 국한됐지만 본보가 69년만에 단독 보도한 파주 두포리 민간인 학살사건 영상자료가 공개되면서 파주시 전체 이슈로 떠올랐다.

발굴 공개된 영상은 당시 참혹했던 학살의 실상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유가족들은 그동안 기록이 아닌 구술로 들은 내용이 전부여서 당시 실상을 알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이 자료가 던지는 의미는 컸다.

외삼촌이 학살당한 파주시의회 조인연 부의장은 “어떻게 참혹하게 학살됐는지 말로만 들어 알 수가 없었다”며 “그러다가 영상 확인 결과 처참한 모습을 알 수 있었다. 애초 알려진 97명보다 훨씬 많은 수백명이 집단 학살됐다는 확신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파주 두포리 민간인 학살사건이 크게 문제화되면서 파주시의회와 파주시는 위령사업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파주시의회는 조인연 부의장의 발의로 6ㆍ25전쟁 당시 희생됐던 민간인들에 대한 위령사업 등을 추진하는 내용의 ‘민간인 희생 6ㆍ25전쟁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을 지난 7월 본회의에서 통과시켜 파주시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도록 했다. 파주시는 위령비가 있는 현장에 휴식 쉼터인 정자를 건립하는 한편 진입로와 배수로 등을 만들어 파주 시민 누구나 추모하도록 각종 시설 등을 설치했다.

유가족들은 학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위해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김현국 파주아카이브자료연구가 겸 향토연구가는 “더 많은 시신이 널려 있었다는 유족들의 증언이 있다”며 “연고가 없는 희생자들이 그냥 묻히는 등 희생자들이 모두 파악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최종환 파주시장은 “두번 다시 동족상잔의 비극이 없는 대한민국 평화의 파주를 만들겠다. 희생자 한분 한분을 기억하며 제도적 장치가 무엇인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995년 발간된 파주군지에는 한국전쟁 당시 파주에서 사망 1천266명, 납치 138명, 행방불명 369명, 부상 229명 등 모두 2천2명이 죽거나 납치, 또는 다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 파주 두포리 학살 사건 영상자료2
파주 두포리 학살 사건 영상자료

파주=김요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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