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력밥솥
서재환
생쌀에서 구수한 밥까지
한달음에 달려와서
-종착역 다 왔습니다!
신호를 보냅니다.
칙- 치익- 딸랑! 딸랑! 딸랑!......
우리 집 증기기관차.
가족의 소중함
우린 아무나하고 밥을 먹지 않는다. 간단히 마실 수 있는 차(茶)라면 몰라도. 밥을 한두 번도 아니고 매일 먹는다면 그건 한 지붕 아래 사는 가족밖에 없다. 이 시는 밥솥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압력밥솥은 말 그대로 밥을 압축해서 쫀득쫀득하게 해준다. 그냥 밥보다 훨씬 맛있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밥솥이 그냥 밥솥이 아니라 특별 밥솥이듯이 가족은 혈연으로 맺어진 ‘특별 관계’란 것이다. 오래전 고교 동창생 딸의 결혼식에서 축시를 낭독한 적이 있었다. 그날 축시의 제목이 「따뜻한 밥」이었다. 따뜻한 밥 한 그릇이 가정을 화목하게 해주고 삶의 에너지가 된다는 것. 그러니 서로에게 영하의 날씨에도 식지 않는 따뜻한 밥이 되어달라는 내용의 시였다. ‘-종착역 다 왔습니다!/신호를 보냅니다.//칙- 치익- 딸랑! 딸랑! 딸랑!....../우리 집 증기기관차.’ 이 시의 결미 부분이다. 압력밥솥을 증기기관차라고 표현했다. 수증기를 푹푹 내뿜으며 힘차게 내달리는 저 증기기관차. 이 시는 압력밥솥을 통해 험난한 삶의 파고를 힘차게 헤치며 내달리는 가족의 힘을 보여준다. 이 시의 매력이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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